헤어에 볼륨을 주는 방법
덥고 답답해 보인다고 무조건 쇼트 커트를 할 필요는 없다. 가벼운 볼륨으로 부풀리거나 레이어드 커트로 볼륨을 주는 방법도 있으니까 말이다.
로코코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여자로 태어났다면 하루쯤은 저런 풍성한 드레스에 거대한 개미집 같은 머리를 하고서 우아하게 애프터눈 티를 마셔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동경의 마음이 자리한다. 결코 직장 생활 따위 하지 않고 사는 그녀들이 부러워서는 아니다. 우습지만 그건 머리 때문이다.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마리 앙투아네트를 연기한 커스틴 던스트의 풍성한 볼륨 헤어는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다. 비록 가발을 달고 포마드로 굳히긴 했으나 머리 몸체가 밝고 풍성하니 예쁜 오브제를 장식하면 색감이 돋보이고, 꽃을 꽂으면 정원이 되는 그것이 아름다웠던 거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볼륨’은 팬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헤어 스타일계의 스타다. 특히 이번 시즌, ‘볼륨’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많은 디자이너의 컬렉션에서 맹활약을 했다. 그 볼륨은 1950년대의 복고풍 헤어 스타일을 완성했다. 전후 시기인 50년대에는 여성의 활발한 사회 진출과 함께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스타일이 선보였다. 머리카락은 정수리 안쪽으로 부드럽게 빗어 넘기거나 한쪽으로 말아올렸고, 세미 쇼트 커트도 시작되었다. 여기에 이전의 헤어 스타일이 단순하고 평면적인 데 반해 입체감을 충분히 살리고 풍부한 웨이브를 강조했다.
짧은 머리가 인기를 끈 한편, 긴 머리를 자연스럽게 뒤로 빗어 올린 스타일도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각광을 받았다. 한편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의 소녀들은 말꼬리 모양의 포니테일에 리본을 묶는 스타일로 멋을 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2012년이 해석, 변형한 1950년대 헤어 스타일은 무엇일까. “완벽하지 않나요? 마치 우주 공간에서 온 헤어 스타일 같아요. 포니테일을 해서 머리의 부피를 줄이고 묶은 머리카락을 말아서 머리 속으로 넣었죠. 어렵지 않아요. 한 번에 잘 안 되면 쉽게 고칠 수 있거든요.” 헤어 스타일리스트 유진 슐레이만이 백스테이지에서 볼륨 스타일을 선보이며 50년대 헤어 스타일의 귀환을 예고했다. 제이슨 우 쇼의 헤어를 담당한 오딜 질베르 역시 50년대 헤어 스타일의 추종자처럼 보였다. “1950년대 초반,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는 전통적이지 않은 시뇽 스타일을 선보였어요. 이번 쇼에서는 이를 좀 변형했죠. 여성스러우면서도 소년의 느낌이 있는 쪽으로 말이죠.”
전문가들은 작년에 헤어 스타일리스트 샘 맥나이트가 펜디 쇼에서 볼륨 있게 빗어 넘긴 헤어에 부분 염색을 해서 모던한 ‘그레이스 켈리’ 헤어를 제안했다면, 이번 시즌에는 스타일링 제품을 많이 사용해 좀 더 과감하고 감각적인 업두 헤어와 세미 쇼트 스타일이 돋보일 것이라고 예측한다. “헤어 스타일에는 시대적 배경이 반영되죠. 지금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처럼 사회가 불안하기 때문에 ‘무턱대고 웨이브’ 같은 여성미를 강조하기보다는 강인함을 보여주는 스타일이 유행하는 거죠.” 라뷰티코아 도산점 정준 원장의 말이다.
2012 스타일로 변형된 50년대 스타일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올백 포니테일과 댄디 올백, 내추럴 세미업, 레이어드 섀기 커트, 디스커넥션 보브 스타일 등이다. 이희 헤어&메이크업의 이희 원장은 특히 디스커넥션 디자인 커트와 부분 염색을 강조한다. “여름에 머리를 올리고 싶다면 전체적으로 두상이 드러나는 깔끔한 느낌의 업스타일이 아닌 볼륨업 스타일을 고르세요.그리고 머리를 땋아 자연스러운 정도의 볼륨만 연출한 스타일도 유행할 거예요.” 방법은 간단하다. 긴 머리라면 우선 레이어드 섀기 커트를 한 후 스타일링을 시작할 것. 볼륨을 주는 스타일링 제품을 모발 전체에 가볍게 바르고 C컬을 만드는데 이때 손으로 전체적인 텍스처를 살려 거친 듯하게 연출하면 된다. 짧은 머리라면 약간 언밸런스한 디스커넥션 보브 스타일로 자르는데, 바깥은 단발, 안쪽은 쇼트 커트 스타일로 자르면 색다른 볼륨을 찾을 수 있다.
만일 커트 없이 여성스러운 세미업 스타일로 결정했다면 모발에 풍성한 볼륨을 주는 데 더 신경 써야 한다. 우선 7 : 3으로 가르마를 탄 후, 앞머리는 옆으로 붙이고 뒷부분은 볼륨 제품을 발라 손으로 볼륨을 살려 부풀리거나 드라이어를 사용해 롤빗으로 빗은 뒤, 포니테일이나 업스타일로 마무리하면 된다. 뒷머리에 풍성한 볼륨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그리고 하나 더 기억할 것은 위와 같은 헤어 스타일을 만들려면 샴푸 후 모발을 가볍게 말리고 나서 모근의 볼륨을 살리는 볼륨 스타일링 제품을 이용해 모근의 볼륨을 살려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열에 닿아도 강한 성분의 스타일링 제품이어야 한다. 머리카락은 소중하고 ‘머릿발’은 중요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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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뷰티 에디터 / 강미선
- 포토그래퍼
- KIM WESTON ARNOLD, JAMES COCHRANE, 이주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