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린 꽃잎을 닮은 메이크업
얼굴 위에 꽃이 핀다. 핑크색과 복숭아색 등 여린 꽃잎을 닮은 파스텔 색감과, 겹겹의 꽃잎 같은 진한 농담이 이번 시즌 메이크업을 지배한다.
꽃의 색감이나 농담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촉촉한 파운데이션을 사용해 이슬을 머금은 듯한 피부로 표현한다.
그리고 볼 주위로 장밋빛이 돌도록 블러셔를 바르는데 광대 중앙을 가장 진하게 바르고 주변으로 퍼질수록 연하게 바른다 .
누군가 기자에게 로댕 타입인지 니체 타입인지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어렵게 고민하는 척 하다가 슬쩍 로댕 타입이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니체의 발언에 메이크업 문제를 대입한다면 어릴 때는 이랬다. ‘진리(생얼)는 추악하다. 진리에 의해서 멸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예술(메이크업)을 가지는 것이다’라고. 나이가 들어가는 지금은 니체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렇게 생각 하지 않는다. 자꾸만 로댕처럼 생각하게 된다. 그것이 여유고 자연 예찬론일지는 모르나 자연이 모든 미의 근원이며 자연에 접근하는 것으로서만 예술가는 그에게 계시한 모든 것을 가져오게 할 수 있다는 로댕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작고 하얀 꽃들로 머리를 장식해 화려하고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알렉시스 마벨 쇼의 모델들을 보면서 자연, 특히 꽃에 대한 영감이 없었다면 과연 이 세상에 아름다움이 존재했을까, 그리고 디자이너들은 뭘 먹고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물론 다른 디자이너들의 봄/여름 컬렉션에서도 상당수의 의상과 모델의 얼굴 위에 꽃들이 춤추고 있었다. 이렇게 자연은 꽃을 선물했고, 이번 시즌 그 꽃을 엮어 화환을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맥의 페이스나 보디 파운데이션을 이용해서 이슬을 머금은 듯한 피부 표현을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젤 타입의 투명한 붉은빛 립밤을 사용 해 입술에 윤기를 더하는 거죠.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입술보다 볼 주위로 톡톡 두드려 발라 은은한 장밋빛이 돌게 하는 거예요.” 에르뎀 쇼의 메이크업을 맡은 앤드류 갈리모어는 플라워 메이크업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며 이어서 말했다. “피부에 수분을 충분히공급한 뒤 컨실러만으로 가볍게 마무리하세 요. 피부가 촉촉해 보여야 하니까요. 그리고 꽃잎 핑크색 크림 블러셔를 손바닥에 묻혀 뺨의 애플존에 꾹꾹 누르면 자연스럽게 빛나죠.” 이렇듯 꽃에서 영감을 받은 메이크업 제품과 메이크업 방법은 대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 다. 에스쁘아의 올 봄/여름 컬렉션은 심지어 이름이 ‘플라워 정글’이다. 여러 가지 트렌드가 공존하긴 하지만, 당신이 ‘토마토 레드 컬러 립스틱이 대세든 뭐든 난 여성스럽고 화사해 보이고 싶어!’라고 생각한다면 플라워 메이크업보다 나은 게 없을 정도다. 꽃잎을 자세히 본 적 있나? 핑크색 장미를 예로 든다면 꽃잎의 안쪽과 바깥쪽은 톤과 색감이 다르다. 인간의 속살과 겉의 질감과 색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플라워 메이크업은 보는 시각에 따라 우리가 늘 접하는 메이크업이기도 하고 독특한 메이크업으로 보이기도 한다. 핵심은 꽃잎 같은 부드러운 광채와, 핑크, 라벤더, 밀키 바이올렛에서 느껴지는 맑은 색감을 화사하게 펼치는 것이다. 때문에 아무래도 꽃 같은 뺨을 만들기 위한 블러셔 색감이 중요하고, 어떻게 블러셔를 바르는지 그 방법이 관건일 수밖에 없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디어 마이 블루밍 치크를 사용해 ‘꽃잎 레이어링 치크’ 방법을 내놓은 에뛰드 하우스의 노하우가 흥미롭다. 한 컬러의 블러셔를 농담을 조절해 바르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톤의 다른 색 블러셔를 함께 사용하면 꽃잎 같은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것. 조금 더 진한 컬러의 블러셔를 광대 근처 볼에 비스듬히 바르고 연한 블러셔를 그보다 높은 위치인 광대 위까지 겹쳐서 바르면 얼굴이 작아 보인다. 어려보이고 싶다면 웃을 때 가장 높은 위치에 진한 색을 바르고 그 주변으로 번져가듯 둥글게 연한 색을 바르면 된다. 그래서 핑크색과 복숭아색 계열의 여러 컬러가 한 번에 내장된 블러셔가 인기를 끄는 것이다. 물론 한 가지 컬러로 피어나는 얼굴을 연출할 수도 있다. “하이라이트를 사용하고 볼화장을 하면 생기 있는 볼을 되찾을 수 있어요. 이것이야말로 여성을 정의 하는 요소죠.” 에스티 로더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톰 페슈는 퓨어 칼라 블러시의 양면성을 예찬했다. 수줍은 듯 미묘하고 부드러운 컬러인데 하루 종일 지속되는 극적인 컬러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는 농축된 색소에 크리스털 코팅을 해서 가능해졌다. 꽃이 되기 위해서 는 기술의 힘도 필요한 셈이다. 입술에서는 틴트가 다시 힘을 받고 있다. 기존의 베네틴트는 물론이고 아리따움 같은 브랜드에서도 매혹적인 장밋빛 틴트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방법도 기억하자. 장밋빛 빨간 틴트는 입술을 컨실러로 살짝 누른 후 가볍게 물들이는데, 이는 입술 모양을 각지지 않고 부드러워 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이후 윗입술의 중앙 부분을 광택이 나지 않게 파우더로 살짝 눌러주면 끝! 샤넬 쇼의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피터 필립스는 립밤인 루쥬 코코 봄으로 입술을 촉촉하게 만든 후 립글로스인 레브르 쌩띠양뜨 플레지르를 모델 입술에 발라 자연스러우면서 도 빛나는 파스텔 핑크 립 메이크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아름다운 꽃’은 이번 시즌 이미지로도 작용한다. 각종 메이크업 패키지와 제품에 꽃무늬가 앉아 있으니 말이다. 장미를 모티프로 만들어 여자의 욕망, 열정, 기쁨, 아름다움의 절정을 형상화했다는 리엔케이의 블러셔에는 무수한 장미 송이가 새겨졌고, 청순한 핑크색 입술을 만들어주는 립밤인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 글로스 메이크업 주얼에 새겨진 꽃무늬는 하나의 작품으로 느껴질 정도다. 이처럼 플라워 메이크업은 밝고 순수한 색으로 어느 때보다 투명하고 아름다운 피부를 완성한다. 그러니 지금 유행 중인 꽃무늬 의상이나 액세서리, 소품만으로 변신하려 하지 말고 얼굴 위에 꽃을 피워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쉬운 데다 경제적이기까지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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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뷰티 에디터 / 강미선
- 포토그래퍼
- KIM WESTON ARNOLD, JAMES COCHRANE, 이주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