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봄을 입다

이 봄, 쇼핑 리스트의 맨 위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 꽃무늬 블라우스와 파스텔색 팬츠, 플리츠 스커트다. 디자인이 예쁘다고 덥석 구입하기에는 피부색과 체형 등 고려해야 할 점이 꽤 많은 이 옷들을 패션 에디터가 입어봤다.

1. 실크 소재의 블라우스는 30만원대, 아이잗컬렉션(The Izzat Collection). 2. 재생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블라우스는 3만9천원, H&M 컨셔스 콜렉션(H&M Conscious Collection). 3. 레이온 소재의 블라우스는 7만9천원, 코데즈 컴바인(Codes Combine). 4. 실크 소재의 블라우스는 39만8천원, 질 스튜어트(Jill Stuart) 5. 메탈 장식의 실크 소재 블라우스는 가격미정, 매긴 나잇브릿지(McGinn Knightsbridge). 6.  페플럼 장식의 실크 소재 블라우스는 가격미정, 오프닝 세레모니 바이 블리커(Opening Ceremony by Bleecker).

FLOWER BLOUSE

까무잡잡한 피부 때문에 꽃무늬 의상은 늘 기피 대상이었다. 십중팔구 시골뜨기처럼 보일 게 분명하니까. 그럼에도 도전해보겠노라 자청한 이유는 이번 봄/여름 런웨이에 쏟아진 새로운 디자인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꽃을 따르는 벌처럼 옆에 꼭 붙어 있던 리본이나 러플 등거추장스러운 장식을 떼어 낸 간결한 실루엣의 블라우스들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알렉사 청처럼 자연스러운 믹스앤매치 룩을 즐길수 있는 디자인에 중점을 두고 쇼핑을 시작했다. 큼직한 꽃부터 수채화 느낌의 잔잔한 꽃, 그래픽 느낌의 꽃까지 옷가게는 그야말로 꽃밭이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디자인은 흰색 장미를 드리운 매긴 나잇브릿지의 반소매 블라우스. 입어보니 보기보다 꽃무늬가 커보였고, 까만 피부 때문인지 흰색 꽃만 동동 떠 보였지만 전체적인 디자인은 꽤 만족스러웠다. H&M의 파스텔 핑크색 블라우스는 한결 여성스럽고 화사한 느낌이 났고, 페플럼 장식을 단 오프닝 세레모니의 블라우스는 펜슬 스커트나 스키니진처럼 날렵한 하의에 매치하면 멋질 것 같았다. 코데즈 컴바인의 그래픽 꽃무늬 블라우스는 독특한 디자인이 멋졌지만, 꽃무늬의 강렬함 때문인지 턱이 도드라진 얼굴을 더 부각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잔잔한 꽃무늬는 어려 보이는 인상을 주고, 포인트로 들어간 꽃무늬는 무난하게 잘 어울린다는 것도 알았다. 또 까무잡잡한 피부에는 원색보다는 톤 다운된 색감이 더 세련돼 보인다는 것도. 길이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엉덩이를 완전히 덮는 것보다는 허리선부터 엉덩이선 중간 정도까지 일자로 똑 떨어지는 상의가 더 젊고 발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에디터 | 박선영

+ Plus Item 데님 팬츠
안전한 연출을 하겠다고 꽃무늬 상의에 어두운 색상의 스커트나 팬츠를 매치하는 실수는 저지르지 말자. 화사함을 위해 선택한 꽃무늬 의상이 되레 전체적인 분위기를 지나치게 성숙하게 만들 수 있다. 단정한 실루엣의 셔츠 스타일의 상의에는 자유분방한 멋이 있는 데님 팬츠가 어울린다. 꽃무늬 상의의 색감이 선명한 편이라면 선명한 블루 데님 팬츠를, 은은한 색감이라면 흰색 데님 팬츠를 추천한다. 또 목선을 가리는 셔츠의 답답함을 벗고 싶다면 다리를 시원하게 드러내는 데님 쇼츠를 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때 데님 팬츠의 실루엣이 날렵해야 날씬해 보인다는 것도 기억하면 좋겠다. 발등을 드러내는 스트랩 슈즈까지 곁들이면 더욱 경쾌해진다.

1. 데님 팬츠는 9만8천원, 칩먼데이(Cheap Monday).
2. 워싱 데님 팬츠는 20만원대, 캘빈클라인 진(Calvin Klein Jeans).
3. 워싱 데님 쇼츠는 가격미정, 지미 타버니티(Jimmy Taverniti).

1. 단추 장식의 폴리에스테르 소재 스커트는 35만9천원, 빈폴 레이디스(Bean Pole Ladies). 2. 면 소재의 주름 스커트는 20만원대, 르윗(Lewitt). 3.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스커트는 4만원대, 에잇세컨즈(8 Seconds). 4. 리본 장식의 면 소재 스커트는 25만8천원, 오즈세컨(O’2nd). 5. 아일릿 레이스 소재의플리츠 스커트는 가격미정, 프라다(Prada). 6. 줄무늬 니트 스커트는 가격미정, 토리 버치(Tory Burch).

PLEATS SKIRT

플리츠, 일명 주름치마는 내게 고등학교 교복을 끝으로 평생 안녕을 고한 의상이었다. 특히 무릎까지 오는 주름 치마는 내 콤플렉스인 두꺼운 종아리를 부각하는 최악의 의상이었으니까. 그런데 정말이지 이번 봄만큼은 플리츠 스커트를 외면할 수가 없었다. 세린느, 프라다, 클로에, 소니아 리키엘 등에서 선보인 나풀대는 스커트를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붕붕 하늘로 떠올랐다. 당장 옷장을 열어 묵혀둔 플리츠 스커트를 꺼내 입어봤다. 언젠가 살을 빼면 입겠다고 구입한 무릎길이의 검은색 시폰 소재의 스커트! 입는 순간,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뚱뚱해도 너무 뚱뚱해 보였던 것. 이왕 입기로 마음먹은 거, 날씬해 보이는 스커트를 찾아보기로 했다. 일단 이번 시즌 플리츠 스커트는 다채로운 소재와 굵기, 길이로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 특징이다. 소재의 경우 가죽이나 면 등 빳빳한 소재를 사용한 것과 비치는 시폰 소재로 크게 나뉜다. 길이는 허벅지부터 발목까지 다양하고, 굵기와 주름을 잡은 기법에 따라 느낌도 달라진다. 일단 종아리가 굵은 사람이 피해야 할 스타일은 규칙적인 굵은 주름이 잡힌 무릎길이의 스커트다. 종아리와 주름이 같은 폭으로 떨어져 굵은 다리를 더 도드라져 보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무릎길이를 고집하고 싶다면 가느다란 기계주름의 스커트를 선택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우치아 프라다는 여자의 몸과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디자이너다. 이번 시즌 프라다가 선보인 허리에서 스커트 끝자락까지 좁다랗고 촘촘하게 떨어지는 플리츠 스커트는 정말 누가 입어도 예쁜 스커트라 할 만했다. 강렬한 빨간색이라 처음엔 좀 꺼렸지만 입어보니 날렵한 주름이 시선을 분산시켜 다리를 한결 날씬하게 만들었다. 촘촘하게 잔주름이 잡힌 오즈세컨의 스커트나 불규칙한 주름이 잡힌 르윗의 스커트도 날씬해 보였다. 여기엔 짧은 길이와 빳빳한 소재도 한몫했다. 그래도 규칙적인 주름 스커트에 미련이 남는다면 프린트가 들어간 것을 고르면 된다. 가로로 줄무늬가 들어간 토리 버치의 스커트와 아기자기한 무늬가 프린트된 에잇세컨즈의 스커트는 보는 것보다 입었을 때 훨씬 날씬해 보였다. 에디터 | 김주현

+ Plus Item 시폰 소재 블라우스

1.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블라우스는 18만8천원, 스테파넬(Stefanel).
2. 주름 장식의 블라우스는 16만9천원, 씨씨 콜렉트(CC Collect).
3. 차이나 칼라 블라우스는 10만원대, 잇미샤(It Michaa).

1.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벨트 장식 팬츠는 15만9천원, 에스 쏠레지아(S Solezia). 2. 면 소재의 핑크색 데님 팬츠는 15만5천원, 라코스테 라이브(Lacoste Live). 3. 면 소재의 민트색 팬츠는 10만9천8백원, 프론트로우(Frontrow). 4.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하늘색 팬츠는 34만5천원, 마인(Mine). 5. 면 소재의 주황색 롤업 팬츠는 39만원, 씨 바이 클로에(See by Chloe).6. 허리 아래로 주름이 잡힌 면 소재의 핑크색 롤업 팬츠는 7만9천원, 랩(Lap).

PASTEL PANTS

컬러 팬츠의 대중화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이는 소녀시대다. 원색의 스키니 팬츠를 입고 ‘지지지지~’를 외치던 발랄한 뮤직 비디오를 보며 나의 시선은 온통 컬러 팬츠에 꽂혀 있었다. 그 이후 원색의 팬츠가 거리를 수놓기 시작했고 나도 용기를 얻었다. 처음 시도해본 것은 은은한 핑크색의 스키니 팬츠.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아기 돼지처럼 뽀얀 핑크색은 다리를 더 부하게 만들었고, 엉덩이는 드러내기 민망할 정도로 오동통해 보였다. 내가 내린 결론은 색깔이었다. 더 진한 색을 선택해야 했다. 예상은 적중했고 진한 핑크나 오렌지색 팬츠를 입으니 다리선이 실제보다 날씬해 보였다. 근육이 붙어 두꺼워진 허벅지가 늘 콤플렉스였는데 자신감도 생겼다. 그런데 이번 시즌 파스텔색이 돌아왔다. 수축보다는 팽창의 기운에 강한 파스텔색 팬츠를 고를 때에는 모델이 아니고서는 하이웨이스트는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나처럼 허벅지가 튼튼한 편이라면 더욱. 허리 라인이 높지 않은 핑크색의 데님 팬츠는 라코스테 라이브의 것이 좋았다. 컬러 데님 팬츠는 데님 브랜드에서만 찾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니 더 많은 브랜드가 떠올랐다. 스포츠 브랜드에서 만든 데님 팬츠는 활동하기 매우 편리했고, 밑위길이가 높아서 뒤가 신경 쓰이지 않았다. 랩의 핑크색 팬츠는 허벅지 부분이 넉넉하게 디자인되어 있어 두꺼운 허벅지를 보완해주는 효과가 있었다. 개나리가 연상되는 에스 솔레지아의 노란색 팬츠는 노란빛이 도는 내 피부에는 별로였다. 허리부터 발목까지 잡힌 주름이 몸의 비율을 좋아 보이게 하는 효과는 있었지만, 아무래도 하얀 피부의 소유자에게 더 어울릴 것 같다. 체형 때문에 걱정했던 부분도 적당히 아래에 자리 잡은 허리 라인, 허벅지를 넉넉하게 만들어주는 주름 장식을 잘 활용해 해결할 수 있다. 자신의 피부에 맞는 파스텔 색감의 농도만 잘 선택한다면 그 어느 해보다 화사하고 향기로운 봄옷을 입을 수 있을 것이다. 에디터 | 김희원

+ Plus Item 파스텔색 블라우스
파스텔색을 즐기는 김에 상의까지 파스텔색으로 통일해보는 것을 어떨지. 위아래를 같은 색으로 매치하는 것은 과할 수도 있으니 적당히 톤이 다른 파스텔색끼리의 조합이 좋겠다. 예를 들면 은은한 라임색 상의에 하늘색 팬츠를 입거나, 살구색 상의에 핑크색 팬츠를 입는다. 상의는 딱딱한 셔츠보다는 실크나 시폰 소재의 하늘하늘한 블라우스가 좀 더 봄에 어울리는 선택이다. 목이 짧은 체형이라면 목을 드러내는 블라우스를 추천한다.

1. 주머니 장식의 셔츠는 9만9천원, 매긴 나잇브릿지
2. 견장 장식 셔츠는 6만9천원, 컬처콜(Culture Call).
3. 실크 소재의 셔츠는 29만원대, 에피타프(Epitaph).

    에디터
    김주현, 박선영, 김희원
    포토그래퍼
    Na Kyung Hwan, KIM WESTON ARN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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