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7일, 김창완 밴드와 후배 뮤지션들이 다사다난했던 2011년에 작별을 고하기 위해 모였다. 산울림 35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이기도 했던 이 공연을 위해 김창완 밴드의 리더 김창완은 손수 공연 타이틀을 짓고 썼다. 그리고 공연이 끝난 후 문 앞에 서서 떠나는 관객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줬다. 멋지고 뜨거웠던 그 현장의 기록과 김창완의 목소리.

1. 한 스태프가 가져온 을 열었다. 그의 질문은 ‘올해 연애할 수 있을까?’. 책을 열었을 때 그 페이지에는 ‘쓸데없는 일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김창완은 크게웃었다. 2. 게스트 뮤지션 험백스. 3. 바이바이배드맨. 4. 무대에 오르기 전 김창완 밴드의 거국적인 파이팅. 5. 무대에 오를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 6. 또 다른 게스트 뮤지션 톡식. 김창완은 무대에 오를 후배 밴드를 모두 직접 선정했다.

1. 한 스태프가 가져온 <해답의 책>을 열었다. 그의 질문은 ‘올해 연애할 수 있을까?’. 책을 열었을 때 그 페이지에는 ‘쓸데없는 일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김창완은 크게
웃었다. 2. 게스트 뮤지션 험백스. 3. 바이바이배드맨. 4. 무대에 오르기 전 김창완 밴드의 거국적인 파이팅. 5. 무대에 오를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 6. 또 다른 게스트 뮤지션 톡식. 김창완은 무대에 오를 후배 밴드를 모두 직접 선정했다.

‘정말 미안해, 이천십일년아 이년아 기다려.’ 김창완이 직접 짓고 쓴 공연의 타이틀은 이랬다. “내 글씨는 아직 완성이 안 되었어.” 드라마 촬영장에서 대기할 때면 또 새로운 글씨를 만들곤 한다는 김창완의 글씨는 둥글고 정직하다. 그 둥글고 정직한 마음으로 그는 썼다. 정말 미안해 2011년. 그리고 기다려 2012년.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공연장인CJ 아지트는 작지만 충분했다. 가장 좋은 음향을 위해서 이 정도의 규모로 만족했다는 이야기를 이날 게스트 뮤지션인 포헤르츠로부터 들었다. 이날의 공연은 신성하기까지 했다. 송구영신의 의미만은 아니었다. 이 공연은 산울림의 35주년을 기념해, 35년이 지나도 한결같은 사랑과 믿음을 보여주는 산울림 마니아를 위한 감사로 시작한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공연의 관객들은 모두 산울림의 지독한 팬이며 서로 잘 아는 사이다. 김창완 밴드의 세트리스트에는 ‘길’, ‘그땐 좋았지’로 시작해 ‘회상’, ‘안녕’으로 끝나는 앙코르곡까지 무려 31곡이 올라 있었고, 김창완이 직접 선정한 신인 후배 뮤지션 험백스, 포헤르츠, 바이바이배드맨, 톡식이 함께 무대에 올라 자신들의 곡과 각자 고른 산울림의 곡을 한 곡씩 불렀다. 리허설과 각종 장비 점검으로 분주했던 무대는 정확한 시간에 관객들에게 문을 열었다. 2011년의 송구한 일을 털어놓는 유쾌한 오프닝 영상으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그 후 3시간, 아니 3시간 반이 어떻게 흘렀는지는 그날의 공연을 지켜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무대와 대기실을 연결하는 좁은 계단을 김창완 밴드는 우르르 내려갔다가, 우르르 올라왔다. 그리고 공연이 끝난 후 뮤지션들은 모두 입구에 서서 공연을 보고 떠나는 관객의 손을 일일이 잡아줬다. 김창완이 꼭 그렇게 해야 한다고, 꼭 그렇게 하고 싶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했다고 한다. 지친 기색도 없이 김창완은 거의 모든 관객에게 말을 건넸다. 오랜 시간을 음악으로 함께 건넌 사람들은 손의 촉감으로 그 순간을 자축했다. 그리고 고대하던 2012년은 지각도 없이 찾아왔다. 2012년의 아침 홍대에서 김창완을 만났다. “어, 맛있다. 아침 커피.” 그 말로 시작했다. 궁금했던 몇 가지에 대해서 김창완이 들려준 말들.

‘정말 미안해, 이천십일년아 이년아 기다려’ 공연에서 관객의 마지막 한 손까지 잡아준 풍경은 훈훈하다는 말로는 부족했어요.
그날의 관객들은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죠. 그 공연의 주인공들이었어요. 그러니 마지막에 나가서 우리가 도열해서 인사를 하자고 내가 이야기를 했죠. 그날 그분들이 진정한 손님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그렇게 했어요. 우리에겐 의미가 있었죠. 노래 제목이 어찌 되었건, 어떤 노래를 불렀건, 이 노래도 여러분께 드리는 감사고, 이 노래도 고마움의 표시고… 이것이 오늘 공연의 주제라고 말씀드렸어요. 손을 잡은 건 우리가 할 수 있는 표현 중 하나였고요.

공연에 함께 선 밴드는 어떻게 선정되었나요. 대기실에서 후배 밴드의 공연을 보며 ‘우리가 참 잘 뽑았다’고 흐뭇해하기도 했는데요.
후배들은 다 예쁘지만, 그 친구들은 2011년에 만난 나의 후배들이니까 2011년의 의미가 있었어요. 물론 그들의 재능을 신뢰하지요. 그들을 누가 신인이라고 부를까? 음악을 통해서 만나기는 했지만 나는 그들이 젊음의 표상 같아요. 그들의 두려움과 뭐랄까, 출구 없는 음악에 대한 저항. 그런 게 보여요. 안타까울 때도 있죠. 인디 뮤직도 활성화되어 있고, 힙합도 활성화되어 있는 것 같지만 진짜 소통은 점점 더 안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인디와 메이저 사이에서 말이죠.

지금의 젊은 관객들에게 산울림은 ‘산할아버지’나 ‘꼬마야’ 같은 동요를 불러주던 밴드였습니다. 산울림이 본래 어떤 음악을 하는지 알게 된건 나중이었죠. 어릴 적 산울림의 동요를 듣고 자란 관객들이 다시 산울림의 노래를 듣고, 공연장을 찾는 건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그건 가장 중요한 질문이기도 하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해요. 산울림은 불과 2주 만에 무명에서 전 국민이 아는 소위 ‘스타덤’에 오른 팀이에요. 요즘처럼 연습생 시절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엄청난 프로모션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정말 음악 하나로 주류에 진입을 해버렸어요. 그랬던 밴드가 지금에 와서 인디 밴드를 자처하고, 다른 인디 밴드와 교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인디 밴드가 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답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산할아버지’ 동요를 부르던 사람이 알고 보니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인 줄 몰랐다는 것에 대한 답 말입니다. 나 그리고 김창완 밴드가 하고 싶은 건 변함없는 소통이에요. 우리의 계속된 이런 행동을 통해서 새로운 소통을 열 수 있겠죠. 우리는 새로운 후배와 새로운 음악계와 충분히 교감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작년 그리고 올해는 산울림을 새삼 다시 조명합니다. <나는 가수다>의 산울림 특집이 화제가 되었고, 작년부터 조금씩 음원이 공개되고 있는 산울림의 두 번째 트리뷰트 앨범 <Reborn 산울림>도 곧 정식 발매됩니다. 후배 뮤지션들은 꾸준히 산울림의 곡을 리메이크하죠. 그 요청을 늘 받아들이는 이유는 무엇이죠?
안 그래도 킹스턴 루디스카의 이석율이 어제 메시지를 보냈던데, ‘가지마오’ 노래 들어봤냐고. 산울림 트리뷰트 앨범은 곧 완성될 것 같아요. 리메이크에 관해서는, 내가 허락을 하는 문제가 아니라, 내 곡을 다시 부르고 싶다는 그 마음을 내가 오히려 사죠. 지금 이 카페에 ‘Love’가 흘러나오고 있는데, 존 레논이 요코를 사랑하는 마음, 그 마음을 담은 노래를 지금 어떤 여가수가 다시 부르고 있잖아요? 그 사랑을 다시 노래하게 하는 것. 그게 전염성이 있는 것 아닌가? 다른 뮤지션이 리메이크를 하는 행위가 그 음악세계를 오염시킨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그 노래에 담긴 정서가 민들레 홀씨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해요. 흩어지고 날아가고 전염되는. 그러니 어떻게 그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요청을 거부할 수 있겠어요? 내 거부를 넘어선 일이죠. 어떻게 거부할 수 있을까, 사랑이 그치지 않는 한.

그러다 보면 실망스러운 리메이크를 마주할 때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 경우는 거의 없어요. 햇살 잘 비치는 테이블 위에 잘 담긴 과일만이 정물은 아니죠.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이잖아요. 많은 사람에게 음악이 불러일으키는 용기와 새로워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죠. 후배들이 원곡을 전혀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도 없지 않아요. 하지만 그 모든 시도와 태도, 무모함을 나는 높이 사요. <나는 가수다>에도 많은 후배 가수가 노래를 불렀죠.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인순이 같은 경우는 조금 실망스러웠던 게 사실이에요. 조금 뻔한 그릇에 담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인순이도 마찬가지예요. 이 틀에 담건 저 틀에 담건 모든 노래는 의미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