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름 시즌 패션위크의 흥미로운 이야기들
화사하게 만개한 꽃무늬,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파스텔 컬러, 바닷속을 유영하는 물고기 모티프, 경쾌한 스포츠 감성 등 봄/여름 시즌 시작을 알리는 매력적인 옷차림들. 그리고 2012 봄/여름 컬렉션장의 흥미로운 이야기들.
꽃의 계절
런웨이에 꽃이 활짝 폈다. 디자이너들은 원예사가 된 듯 잘 가꾼 꽃들 중 가장 싱싱하게 피어난 꽃들만 의상에 옮겨 심었다. 에르뎀은 그림처럼 표현한 큼직한 장미를, 드리스 반 노튼은 흩날리는 벚꽃을 닮은 꽃무늬를 디지털 프린트로 입혔다. 파스텔 톤의 민들레를 활짝 피운 마르니와 일랑일랑을 닮은 꽃을 자수로 만든 프라다, 앤디 워홀의 팝아트 작품에서 튀어나온 듯한 꽃무늬의 DKNY 컬렉션도 있다. 이번 시즌 꽃무늬 의상의 핵심은 대담함이다. 꽃은 큼직해도 좋고, 컬러풀해도 좋다. 꽃무늬에 꽃무늬를 더하는 무늬맞춤도 근사하다.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간결한 실루엣에 핀 꽃들이 더 고고하게 빛난다는 것. 몇 년 만에 제대로 꽃의 계절이 돌아왔다.
아코디언 플리츠
경음악을 연주하는 아코디언처럼 걸을 때마다 차르르 퍼지는 주름 스커트! 이 촘촘한 기계 주름 스커트는 적당히 격식 있고 적당히 여성스럽다. 흰색, 하늘색, 노란색, 민트색 같은 부드러운 색감이나 꽃무늬처럼 로맨틱한 프린트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알로하!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의 휴양지는 하와이다. 열대성기후에서 자라는 과일과 꽃을 프린트로 사용하고, 훌라춤을 추는 하와이언을 떠올리게 하는 브라 톱과 술 장식을 더한 블루마린, 로다테, 프로엔자 슐러 등의 컬렉션은 뜨거운 여름을 재촉한다.
체크와 줄무늬
봄/여름 시즌의 경쾌함을 담당하는 체크와 줄무늬의 활약은 계속된다. 그중에서도 잔잔한 깅엄체크와 얇은 핀 스트라이프에 주목하길. 동안 효과에 세련된 멋까지 책임진다. 옷차림에 포인트로 사용하기보다는 상·하의 전체에 프린트를 드리우는 것이 더 근사하며, 부드러운 색감이 더 세련돼 보인다.
The Great Gatsby
영화 <위대한 개츠비>(1974)의 1920년대 재즈 스타일을 닮은 의상이 2012년을 우아하게 물들인다. 당시, 영화 의상을 담당했던 랄프 로렌은 이번 시즌 개츠비 룩을 이끄는 대표주자다. 그는 가늘고 긴 실루엣, 프린지와 레이스 장식, 클로슈 모자 등 개츠비 룩의 20년대 스타일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필로소피 알베르타 페레티와 마르케사, 로베르토 카발리 컬렉션에서도 개츠비 룩의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 때마침 개봉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캐리 멀리건 주연의 영화 <위대한 개츠비>(2012)는 20년대 스타일을 또 한번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Modern Ethnic
동물 프린트와 사파리 재킷을 입고 남아프리카로 떠난 마이클 코어스, 상형문자를 연상시키는 프린트와 탠저린 컬러 등 아이티의 멋을 선보인 도나 카란, 자연친화적인 소재로 원시적인 손맛을 강조한 버버리 프로섬, 다양한 에스닉 무드를 세련되게 푼 보테가 베네타 등등. 이들의 공통점은 그래픽적인 프린트를 간결한 실루엣에 더해 원시와 현대의 간극을 잘 조절했다는 점이다.
순수의 시대
흰색의 깨끗한 매력을 더욱 부각하는 방법. 실루엣은 가늘고 간결하게, 장식은 최대한 없애기, 머리부터 발끝까지 흰색으로 통일하기. 스텔라 맥카트니, 질 샌더, 세린느 등 미니멀리즘의 대가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이 조건에 부합하는 의상들을 선보였고, 정갈하디 정갈한 흰색의 시대가 열렸다.
1. 언니가 돌아왔다
무섭게 질주 중인 뉴 페이스 모델들도 신선하지만, 과거 런웨이를 점령했던 언니 모델들을 다시 만나는 건 더없이 반갑다. 지방시 쇼에서 오랜만에 워킹한 지젤 번천과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지방시의 모델로 선 나탈리아 보디아노바, 루이 비통 쇼에 선 케이트 모스와 점점 더 런웨이에 서는 횟수가 늘고 있는 카르멘 카스까지 언니들은 건재하다.
2. 신고합니다!
발맹의 올리비에 루스테잉, 클로에의 클레어 웨이트 켈러, 겐조의 움베르토 레온과 캐롤 림이 이번 시즌 동시에 신고식을 치렀다. 그들의 첫 번째 쇼를 보기 위해 모여든 많은 패션 피플 덕에 파리 패션위크는 한층 활력이 넘쳤다. 출발이 괜찮았던 그들의 두 번째 쇼가 될 2012 가을/겨울 패션위크는 다음 시즌의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최신기사
- 에디터
- 박선영
- 포토그래퍼
- KIM WESTON ARNO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