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같은 동네 식당 – 2
늘 지나던 골목에서 예쁜 가게를 발견하는 것은, 매일 만나던 친구의 새로운 장점을 찾은 것만큼 기쁜 일이다. 게다가 맛까지 훌륭하다면‘?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라고 말해주고 싶은 우리 동네의 그런 비밀 장소들.
전농동 | 마카나이
마카나이는 ‘식사나 잔치 등을 준비하는 것, 혹은 준비를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일본에서 요리 공부를 하고 돌아온 후, 처음으로 자신의 가게를 차린 이승우 대표에게는 가게 자체가 스스로의 잔치를 위한 공간일지도 모르겠다. 2011년 2월, 오픈한 마카나이는 근처에 자리한 시립대학교 새내기들과 함께 컸다. ‘환경공학과는 11학번이 20명 정도 되는데 세 무리로 나뉘어서 몰려다닌다’는 사실까지 알 정도다. 재료를 직접 만드는 것, 그래서 언제나 일정한 맛의 정확한 음식을 내놓는 원칙을 지키며 덮밥, 라멘, 카레를 혼자서 다 하려다 보니 아침 9시부터 새벽 1~2시까지 가게에서 살아야 하지만 그 덕에 ‘한번 음식을 맛본 손님의 대부분이 그 주가 지나기 전에 다시 온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가게가 됐다. 마카나이의 또 다른 명물은 맵기를 조절할 수 있는 카레와 라멘이다. 3단계부터는 한 그릇을 다 비울 때마다 폴라로이드로 인증샷을 찍어주는데, 무려 9단계까지 있으니 자주 들르게 될 수밖에.
가격 차슈덮밥 6천원, 매운돈코츠라멘 6천5백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1시(공휴일은 오후 2시부터) 주소 서울시 동대문구 전농1동 602-12번지 문의 02-969-2972
광장동 | 벨로마노
1년 반 전, 광장동에 ‘뚝’하고 떨어진 자전거 카페 벨로마노는 동네의 유일한 카페였다. 그동안 광장동에 프랜차이즈 카페가 7개도 넘게 문을 열었지만 벨로마노의 입지는 여전히 굳건하다. 같이 가게를 정리하고 술 한잔하러 갈 정도로 친한 손님들 때문이다. 그중 스토리 작가인 한 단골은 벨로마노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 책을 내기도 했다. 오픈 초기부터 함께한 11살 아래의 여직원과 서찬우 대표의 로맨스가 만화의 줄거리. 지금은 부부가 된 이 둘의 이야기를 비롯한 모든 일이 이 작은 카페에서 벌어졌음을 생각하면 ‘사람들의 소박한 하루하루야말로 가장 재미있는 드라마’라는 진리를 새삼 곱씹게 된다. 시간은 지났지만 여전히 자전거 카페라는 본분에는 충실하다. ‘후루룩’ 마시면 금세 몸이 녹는 국수를 메뉴판에 추가한 것도 추운 겨울, 이곳에 들를 자전거 애호가들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국수는, 자전거를 안 타고 먹어도 맛있다.
가격 고르곤졸라 신 피자 7천8백원, 천사국수 5천원. 영업시간 정오부터 자정까지 주소 서울시 광진구 광장동 317-1 문의 010-2223-1005
양주시 | 카사 338
양주시는 일부러 찾아가게 되는 곳은 아니다. 갓 들어선 아파트 단지들을 빼면 아직은 썰렁한 양주 자이아파트 맞은편 길에 하얀 컨테이너 박스가 있다. ‘CASA 338’이라는 가게 이름이 큼직하게 박힌 이곳은 양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형제가 운영하는 곳이다. 요리를 배워야겠다고 다짐한 후 식당 파견 일부터 시작해 결국 청담동까지 진출했던 동생이 주방을 맡고, 양주에서 오랫동안 가게를 경영했던 형은 레스토랑의 살림을 맡았다. 서울까지 가지 않고도 좋은 음식을 고향 사람들이 먹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비싸다’, ‘왜 스테이크가 덜 익었느냐’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불평을 들을 때면 조금 섭섭하기도 하다. 하지만 문을 연 지 세 달 만에 벌써 이곳에서 프러포즈에 성공한 커플이 탄생하고, 익숙한 얼굴들이 하나하나 늘어나는 것을 보는 것은 기쁜 일이다. 치커리와 방울토마토는 식당 옆의 밭에서 기르고, 마늘과 냉이 등은 동네의 농장에서 가져다 쓴다.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가격 오리가슴살스테이크 2만2천원, 왕새우크림파스타 1만8천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주소 양주시 고읍동 문의 031-847-7760
흑석동 | 카페마실
카페마실의 오너는 인테리어 회사의 대표다. 집 근처인 흑석동을 산책하던 중, 장마철마다 물이 차는 바람에 버려진 지하가 있는 건물을 발견했다. ‘그대로 두기에는 공간이 아깝다’는 직업의식이 발동할 즈음 마침 건물 1층도 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곳에 차린 곳이 작년 11월 문을 연 카페마실이다. 큰길이 아닌 골목을 굳이 찾아 들어오는 손님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서 카페이자 비스트로이자 바가 되기로 했다. 와플, 돈부리, 파스타, 안주 등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카페마실은 두 개의 다른 가게를 이어놓은 것처럼 위층과 아래층의 분위기가 다르다. 초록색 벽에 일러스트를 걸고 노란 탁자와 레이스 달린 전등을 가져다 놓은 지하는 금연석, 회색 콘크리트 벽에 모던한 1층은 흡연석이다. 가볍게 마실 왔다가 오래오래 앉아 있게 되는 곳이다.
가격 스테이크덮밥 1만2천원, 파네파스타 1만3천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자정까지 주소 서울시 동작구 흑석동 189-4 문의 02-3280-7009
성수동 | 이음
우리가 유기농이라는 말과 친해진 건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성수동 역시 크고 작은 공장이 많은 동네였지, 지금 같은 주택가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음은 성수동의 변화, 그리고 유기농 음식의 성장을 지난 5년 동안 지켜봐온 레스토랑이다. 웰니스 기업인 유니베라에서 운영하는 이음은 ‘웰니스의 기본은 식생활’이라는 철칙을 가지고 5년 전 문을 열었다. 100% 유기농과 무농약은 어렵더라도 건강한 식재료로 음식을 하겠다는 이음의 다짐은 지금까지도 잘 지켜지고 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방문하는 주민들을 위해 책과 놀이공간을 마련하고,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부부들을 위한 커다란 와인 셀러도 두 개나 준비했다. 작은 공원을 마주한 이 아늑한 레스토랑의 정점은 다름아닌 음식이다. 육회를 동그랗게 뭉쳐 계란 푸딩 위에 올려놓은 전채, 카카오 반죽을 한 라비올리, 120℃에서 6시간 넘게 조리한 오리고기, 온갖 땅에서 난 야채를 증기로 익힌 야채리소토가 성수동의 변화만큼 드라마틱하다.
가격 바투타 이 카르네 2만원, 야채리소토 3만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주소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2가 3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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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이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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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