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개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척
이젠 홍대에도 비슷한 음악, 비슷한 밴드가 많아졌다. 얄개들은 아니다. 알려진 것처럼 20년 지기 동네 친구들이 모여 만든 얄개들의 음악은 우정이 우연히 만든 음악이라고 하기엔 너무 좋다. 더 좋은 건 얄개들이 아직 과도기라는 것이다.
앨범의 제목이기도 한 ‘그래,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대단히 선동적이다.
바람이 있다면 이 노래를 듣고 직장인들이 회사를 많이 때려치웠으면 좋겠다.
이번 앨범은 어떤 과정으로 만들었나. 합주 형태로 녹음한 건 마음에 드나?
합주로 녹음을 하면 진행이 상당히 더디다. 우린 안 그래도 작업을 굉장히 느리게 하는 편인데, 여기에 더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 전반적인 녹음에 만족하는 건 아니지만, 합주로 했다는것에 대해서는 만족한다. 그게 우리가 지향하는 사운드와 잘 맞는 것 같다.
20년 우정을 축대로 한 얄개들도 해체를 걱정하나?
물론이다. 우리도 늘 해체의 위험을 안고 산다.
그럼에도 마지막 날까지 변하지 않았으면 싶은 건 무엇인가?
민주적이라는 것. 음악의 모든 과정을 서로 이야기하면서 한다. 프로듀싱도 마찬가지다. 모두 함께 참여한다. 친구라는 게 음악을 할 때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인터뷰를 할 때는 민주적인 것 같지 않다. 주로 유완무가 답을 하니까. 그를 리더로 봐도 될까?
그게, 늘 그렇게 된다. 인터뷰도 우리는 리더가 없다. 그런데 리더의 역할은 무엇인가?
글쎄, 언제 연습하니까 어디로 오라고 말하는 존재가 아닐까?
그럼 내가 맞다.
첫 정규 앨범이 좋은 반응을 얻은 지금은 어떤 생각을 하나?
이슈를 계속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 다른 이유가 아니라, 그래야 밴드가 유지된다는 걸 경험으로 배웠다. 그게 없으면 어떤 밴드도 해체된다. 페스티벌, 편곡, 곡 작업 모두 그 작업의 일환이다. 밴드 생활 3년으로 얻은 교훈이다. 서울컴필레이션 앨범도 그렇고, 정규 앨범 작업 외의 다양한 작업을 하려는 것도 그런 이유다.
서울컴필레이션 앨범은 어떤 것인가?
비트볼과 캬바레사운드, 일렉트릭뮤즈 세 레이블이 함께 만든 서울에 관한 컴필레이션 앨범이다. 참여한 밴드 모두가 곡을 새로 썼다. 우리가 만든 건 ‘무화과 오두막’이다. 가사를 잘 들어봐줬으면 좋겠다. 가사가 참… 웃기고도 슬픈 얘기다. 우리 모두가 이 가사를 좋아한다.
가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일상의 철학자 같은 가사가 보컬과 어울린다.
우리는 항상 보컬이 제일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른 것도 문제긴 하지만. 연습을 좋아하고 많이 하고 싶지만,무리한 연습이 오히려 마이너스인 것 같아서 요즘은 조금 줄였다.
밴드라는 건 유기체다. 2012년의 얄개들은 어떻게 변할까?
우리는 늘 변하고 있다. 처음에는 머리 쓰는 음악이 하고 싶었고, 옛날 음악을 좋아하니까 그런 분위기를 많이 내자는 말도 있었다. 요즘의 모토는 다 하자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우리는 과도기의 밴드니까.
2집도 준비하고 있을 텐데, 어떤 이야기가 오가나? 앨범의 재킷은 또 둔촌동에서 찍나?
2집 이야기는 그냥 막 나오고 있다. 모두가 각자 머릿속을 지나는 이야기를 쏟아낸다. 하지만 사진은 다르게 찍을 것 같다. 이제 찍을 곳도 없다.
얄개들은 2012년을 무엇으로 시작하나?
1월 13일부터 대전, 대구, 부산 공연이 있고 1월 21일은 새로 오픈하는 카페벨로주에서 공연을 한다. 1월 27일에는 그린 플러그드 레드 공연이 있다. 사실 우리가 가장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은 새로운 공연장이다. 새로운 공연장이면 어디든 다 좋다. 홍대 좀 벗어나고 싶다. 하지만 소속사 말로는 홍대를 벗어나면 관객이 확 줄어든다고 한다.
아직 사람들이 얄개들에 대해 모르는 건 무엇인가?
우리가 어쿠스틱도 할 줄 안다는 것. 딱 한번 어쿠스틱 공연을 한 적이 있는데, 그 공연을 위해 편곡을 모두 다시 했다. 들어보면 완전히 다른 곡이다.
스스로 얄개들의 음악을 어떻게 정의하나.
우리의 음악은 의도가 없다. 어떻게 하고 싶다는 의도나 목적이 없는 음악.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는 음악을 좋아하는 동네 친구들이 모여서 하는 음악이다. 어떻게 되고 싶다는 욕망도 없다.
하지만 더 이상 동네의 밴드는 아니다.
하지만 그걸 잃고 싶진 않다. 그냥 우리가 놀던 동네가 좀 더 커졌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아직도 둔촌동에 살고 있다. 마음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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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허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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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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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어&메이크업 | 이가빈 (스와브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