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의 크루즈 컬렉션
샤넬의 크루즈 컬렉션이 서울 악스홀에서 펼쳐진 11월 어느 저녁. 프랑스 남부 앙티브에서 있었던 쇼를 고스란히 옮겨온, 모든 것이 샤넬이었던 그 현장 속으로.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쇼가 라이브로 전송되는 시대에, 6개월 전에 있었던 패션쇼를 재현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스친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샤넬은 <얼루어 코리아>만을 위해서 무대 뒤편을 공개했다. 덕분에 이웃집 소녀 같은 메릴린 페를리와 강승연을 비롯해 10대에서 20대 초반의 모델들이 헤어와 메이크업을 마치고 아이보리색 트위드 재킷에 수영복을 입고, 살갗이 보일 듯 말 듯한 시폰 드레스를 입고서 여유로운 휴가를 즐기는 우아한 숙녀들로 감쪽같이 변해가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쇼가 열리는 악스홀은 숲의 그림자를 그려 넣은 듯한 흑백의 이미지로 도배되었다. 행사장 입구부터 프랑스에서 온 금발의 스태프들로 가득해 글로벌 쇼임을 짐작케 했다. 백스테이지의 문이 열리자 메이크업 스탠드의 화려한 조명과 분주히 오가는 스태프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헤어와 메이크업 순서를 기다리는 와중에 모델들은 바닥에 엎드려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거나 이어폰을 끼고 책 속에 빠져드는 등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자신만의 시간을 즐겼다. 그때 유달리 긴 다리와 풍성한 금발 머리가 눈에 띄었는데, 러시아 출신의 톱 모델이리나 쿨리코바였다. 속옷 차림으로 마크 제이콥스의 커다란 향수를 안고 풀밭에 누워 있던 그 소녀 말이다.
크루즈 룩은 지중해의 따사로운 햇살 아래서 요트를 타거나 수영을 하는 상류층을 위한 의상에서 시작되었기에 메이크업 역시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살리는 데 초점을 두었다. 2012년 5월 출시 예정인 퍼펙션 뤼미에르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뿌드르 위니베르셀리브르 루스 파우더로 보송보송하게 마무리한 다음, 눈매는 그레이 브라운과 그레이 베이지, 토페 브라운 섀도로 그러데이션해 깊이감을 더했다. 피치 핑크 톤의 블러쉬 쥬 꽁뜨라스뜨 에스피글로 양볼을 볍게 쓸어주고 쑤엥 땅드르 레브르 립밤으로 촉촉함을 더하니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룩이 완성됐다. 헤어스타일은 당장 따라 하고 싶을 만큼 탐이 났다. 아이론으로 헤어 전체에 자연스러운 웨이브를 넣는 것으로 시작해 앞머리는 남겨두고 뒷머리만 느슨하게 하나로 묶고 매듭을 양 갈래로 나눠 꽈배기처럼 돌돌 말아 고정하는데, 자연스럽지만 결코 세련됨을 잃지 않았다.
쇼가 시작되자 지중해의 푸른 하늘과 숲, 숲의 그림자가 이어지는 무대 사이로 노란색 트위드 재킷과 펜슬 스커트를 입은 스텔라 테넌트 가 걸어 나왔다. 이어서 아이보리와 검정의 세련된 조화가 돋보이는 롱 드레스, 클래식한 이브닝 가운, 우아한 아이보리 새틴 드레스가 차례로 등장했다. 여름 휴양지로 향하는 트렁크 안에 모두 넣고 싶을 만큼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었다. 트위드, 아이보리와 검정의 조화, 샤넬의 파인 주얼리까지 총출동한 이번 패션쇼는 11월 서울의 공기를 20세기 초, 마드모아젤 샤넬이 즐겨 찾던 남프랑스의 것으로 만들어놓았다. 적어도 악스홀 안만큼은.
STARS IN CHANEL
이날 쇼장을 찾은 스타들도 샤넬풍이 아닌 샤넬로 치장하고 있었다.
1. 흰색과 검은색 줄무늬 니트에 검은색 가죽 팬츠를 매치한 한효주. 여기에 붉은색 클러치백과 볼드한 목걸이를 매치해 세련된 캐주얼 룩을 완성했다.
2. 가죽 소재의 검은색 미니 드레스에 트위드 재킷을 어깨에 살짝 걸치고 클러치백을 든 이연희.
3. 상하의를 검정으로 맞추고 연회색 트위드 재킷을 입은 유아인. 남자이지만 여자보다 샤넬 룩을 더 잘 소화했다.
4. 회색 미니 드레스와 긴 웨이브 헤어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박시연.
5. 긴 다리를 돋보이게 하는 검은색 가죽 팬츠에 심플한 검은색 셔츠를 매치하고 화사한 트위드 재킷으로 포인트를 준 고준희.
6. 검은색 풀 오버에 발목까지 내려오는 풍성한 플리츠 스커트를 입어 우아한 레이디 룩을 연출한 셜리와, 흰색 반팔 티셔츠와 회색 스키니 진에 퍼 베스트를 입어 록 시크를 재현한 크리스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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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뷰티 에디터 / 조은선
- 포토그래퍼
- 안형준, Courtesy of CHAN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