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 엄앵란
여기, 모두 자신의 시간을 걷는 배우들이 있다. 이제 만개하려는 어린 배우들과 우리나라의 전설이 된 여배우 7인이 조금씩 다른 얼굴과 조금씩 다른 감정으로 인생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랑하며 살아간다는 것의 달콤한 의미가 이 안에 있다. 아름답다.
엄앵란| 달콤한 인생
“사진 찍고, 라이트 맞추고 조명이 터지는 소리가 철썩철썩 나니까 마치 아주 오래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요. 영화 <선셋대로>, 그 영화처럼.” 여배우의 인생을 연기한 그 영화 속 글로리아 스완슨처럼 촬영장의 엄앵란은 모두를 압도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에너지가 있었다. 우아함으로 타협하지 않고, 모든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사람의 마음을 끌었다. 전설의 여배우 중에서 유일하게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 원동력이 보였다. 그럼에도 엄앵란은 오랜만의 촬영이 참 떨린다고 이야기한다. “항상 긴장해요. 직업 의식이라는 게 그렇게 중요한 것 같아요. 대중이 볼 때 어떨까를 늘 머릿속으로 고르고, 뱉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예쁜 여배우로 한국 영화의 전성기를 살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생긴 배우와 결혼했고…, 행복도 많았고, 슬픔도 많았다. 230작품을 하면서 그 많은 희로애락도 다 겪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계산해보면 5배만큼 더 산 것과 다름없다고 엄앵란은 이야기했다. “난 참 멋있게 사는 여자다. 언젠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어려운 것도 많았죠. 내게 참 많은 일이 있었고, 세상 사람들도 다 아는 일들이죠. 하지만 지나고 보니 다 재미있었어. 달콤하게 살았어요. 내가 고민했던 날들마저도 이제는 아름다워요.” 엄앵란은 소녀처럼 이야기했다. “요즘 이 지구라는 별에 구경 왔다는 생각이 자주 들거든요. 이렇게 예쁜 세상에 불러준 존재가 참 고맙고 든든해.” 시간이 흐르면서 관대해지고 지혜로워진 여배우는 얼마 전 너무 좋은 작품이 들어왔고, 하고 싶었지만 사양했다고 말했다. “여배우는 은퇴가 없어요. 다만 자신이 없으면 하지 않는 것이죠. 언젠가 은퇴를 하게 되더라도 은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게 배우 같아요.” 배우는 감정을 전하는 게 일이다. 순간의 화면, 한 장의 사진도 감정을 담는다. 문득, 그녀가 이 사진 속에 어떤 메시지를 전했는지 궁금해졌다. 엄앵란은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정확히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같이 놀자. 시간이 흘러도 마음에는 주름이 안 간다.”
- 에디터
- 안소영, 피처 에디터 / 허윤선, 박선영
- 포토그래퍼
- 조세현
- 스탭
- 헤어/한지선, 메이크업 / 이현아, 어시스턴트 / 윤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