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실천가, 박진희
하이브리드카보다 한 단계 더 친환경적인 전기차를 운전하고, 가방 속에는 텀블러와 손수건, 수저 세트를 넣고 다니는 환경 실천가, 박진희. ‘에코 _지니’라는 이름으로 트위터상에서 친환경적 삶을 전파하는 이 시대에 에코 레이디 박진희는 [얼루어]의 눈에 그 어떤 여배우보다 스타일리시하다.
비닐봉지 대신 에코백, 비닐봉지가 땅속에서 분해되는 데 100년이 걸려요!
일회용 젓가락 대신 휴대용 수저 세트, 플라스틱 숟가락에서 환경호르몬이 배출돼요!
“개인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친환경 생활 습관이 다섯 가지 정도예요. 대중교통 이용하기,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분리배출 잘하기, 개인컵 사용하기, 손수건 사용하기. 제가 실제로 해보니 이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아요.”
지난 4월, 매년 <얼루어>가 주최하는 환경행사 ‘그린 얼루어’ 캠페인을 준비할 때였다. 4월 환경 특집호를 진행하면서 환경 실천가들이 추천하는 환경 서적을 취재하던 에디터에게 박진희가 “이번 얼루어 그린 캠페인에는 제가 도울 일 없나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더불어 그녀는 “도울 일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최대한 도울게요”라고 제안해 <얼루어> 팀을 감동시켰다. 환경 문제를 인식하고 실천하는 연예인은 많아도, 박진희처럼 대중의 환경 의식을 개선하고자 적극적으로 나서는 연예인은 흔치 않다. 인터넷 속에서도 그녀의 친환경 활동은 눈에 띈다. 박진희의 트위터 아이디는 ‘eco_jini’. ‘에코_지니’는 쌀뜨물로 천연세제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비 오는 날엔 ‘빗물 받아 다시 사용하기’를 제안하는 등 일상 속 에코 프로젝트를 전파하고 있다. 일 년에 하루가 아닌 매일 친환경적인 생활을 제안하는 박진희의 수다 속에서 그녀가 뼛속까지 ‘에코_지니’로 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환경을 생각하는 생활 습관은 자외선 차단제 바르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자외선 차단제라는 상품이 없었지만 요즘은 남녀 모두 휴대하고 다니면서 바르잖아요. 그런 것처럼 텀블러, 손수건, 휴대용 수저 세트를 가지고 다니는 게 생활화되면 좋겠어요. 그런데 환경 보호를 실천하겠다고 나선 초보자 중에 ‘친환경 생활 습관’ 에 강박관념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요. 한 번이라도 일회용품을 쓰면 실패했다고 느끼면서 포기하는 거죠. 그런데 현대사회에 살면서 일회용품을 어떻게 안 쓸 수가 있겠어요? 저도 가끔 텀블러를 잊어버리고 집에 두고온 날엔 일회용 컵에 커피를 마실 때도 있어요. 커피는 마시고 싶고, 카페에 머물 시간은 없고, 그러면 일회용품 써야겠죠. 일상생활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환경 활동을 하려고 하면 오래 지속하기 힘들어요. 그것보다는 생활이 가능한 범위 안에서 자신이 지킬 수 있는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해요.” 합리주의자인 박진희가 생각하는 환경 활동은 다이어트와 같은 것이다. 일주일 동안 굶으면서 살을 빼고 요요현상 때문에 고생하는 것보다, 6개월 이상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6개월 동안 생활습관이 바꾸는 것이 살을 빼는 것보다 더 중요하듯이, 친환경 라이프스타일도 의식적으로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몸에 밴 습관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박진희의 환경 선생님은 책도 아니고, 환경 운동가도 아니고, 그녀의 어머니다. “사람들이 종종 ‘환경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뭐냐’고 묻는데, 특별한 계기는 없어요. 환경 다큐멘터리를 보고 생태계의 심각함을 깨닫거나 환경 서적을 읽고 나서 ‘나도 오늘부터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시작해야지’라고 결심한 건 아니에요. 저는 절약이 생활화된 어머니에게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환경을 위한 가장 좋은 실천은 근검과 절약이에요. 어머니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물 틀어놓지 마’ ‘욕조 목욕 하지 말고 샤워만 해’ ‘샤워기는 다 틀지 말고 반만 틀어’ ‘방의 불 끄고 나와’ 등 절약을 강조하셨거든요. 이런 소소한 생활 속 엄마의 잔소리가 몸에 배어서 절약하는 생활, 친환경 생활을 실천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죠. 트위터에도 엄마의 친환경 비법을 가끔 올리는데, 얼마 전에 ‘빗물 다시 사용하기’를 올렸더니, 누군가 ‘밥 짓는 데는 쓰지 마세요’라고 하더라고요. 당연히 밥 짓는 데는 못 쓰죠. 빗물은 주차장이나 베란다 청소할 때 다시 사용하는 정도예요. 닭을 키우는데, 닭이 자는 공간을 청소할 때도 빗물을 사용하죠.”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절약 정신은 최근 한층 더 발전했다. 커다란 백에 휴지 대신 사용할 손수건과 일회용 젓가락 대신 사용할 휴대용 수저 세트, 커피를 담아 마실 텀블러 등을 항상 휴대하고, 가까운 곳은 걷거나 전기차를 이용한다. “전기차는 소형차라서 운전하기 편하고, 주차하기 쉽고, 할인되는 곳도 많아서 여러 모로 편리해요. 에어컨과 히터 모두 작동되고, 시트가 뜨거워지는 기능도 물론 있어요. 최고 속도가 60km라서 강변도로나 올림픽대로 등 고속도로를 탈 수는 없지만, 시내주행을 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어요. 연비는 하루에 100km를 탔을 때를 기준으로 한 달에 2만원, 실제로는 한 달에 2만원이 채 안 들죠. 제가 전기차를 탄 지 1년 정도 되었으니, 전기세가 20만원도 채 안 들었어요.”
몇 달 전 박진희는 SBS 친환경 프로그램 <희망로드 대장정> ‘황야의 눈물 몽골’ 촬영차 몽골에 다녀왔다. 이준익 감독, 이현우와 함께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몽골에 다녀온 박진희는 몽골의 심각한 자연파괴에 좌절했고, 그곳에 나무를 심으면서 희망을 얻었다. “’과연 나 혼자 텀블러를 들고 다닌다고 지구를 살릴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생길 때가 있어요. 대중에게 ‘할 수 있어요’ ‘희망을 버리지 맙시다’라고 얘기하지만, 카페에 앉아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보면 ‘내가 이렇게 외쳐봤자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죠. 몽골에 가서도 답답했어요. 국토의 90%가 이미 사막이 되어 있더라고요. 아름다운 초원이었던 곳이 저렇게 황폐한 사막이 되었다니 너무나 놀라웠어요. ‘이런 심각한 생태계 파괴가 나 혼자 환경 보호를 한다고 개선이 될까?’ 하는 의심이 들었죠. 그런데 몽골에서 나무를 심으면서 굉장한 에너지를 얻고왔어요. ‘푸른 아시아’라는 우리나라 NGO 단체가 있는데, 유럽, 미국, 중국, 일본의 NGO가 모두 실패한 일을 해냈어요. 유일하게 나무를 심어서 키우는 데 성공한 거죠. 다른 나라의 NGO들은 다들 나무를 심고 돌아갔는데, 푸른 아시아의 사람들은 1년 동안 몽골에서 나무를 가꾸며 살았대요. 그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보았어요.” 박진희가 제안하는 지구 살리기 생활 습관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고기도 먹고, 생선도 먹고, 지구환경에 치명적인 섬유 데님으로 만든 청바지도 입고, 가죽 옷도 입는 그녀가 제안하는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다. “개인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습관은 다섯 가지 정도예요. 대중교통 이용하기,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분리배출 잘하기, 개인컵 사용하기, 손수건 사용하기. 이 다섯 가지는 현재 제가 실천하고 있는 친환경 습관이기도 해요. 제가 실제로 해보니 이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아요. 나를 위해서, 지구를 위해서 혹은 조카를 위해서 이 정도는 해도 되지 않을까요? 그래도 어렵다고 생각하시면 다섯 가지 다 지킬 필요도 없어요. 사실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직업군도 있잖아요. 이동이 많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대중교통 이용하기는 어렵죠. 이 중에 두세 가지만 꾸준히 지켜도 지구를 살릴 수 있을 거예요.”
종이컵 대신 텀블러, 커피 전문점에서 텀블러를 사용하면 2백원 할인돼요.
휴지 대신 손수건, 두루마리 휴지에 필요한 펄프 220g, 펄프 1톤에 30년생 나무 20그루가 필요하대요.
- 에디터
- 박훈희
- 스타일리스트
- 한송경
- 헤어
- 구미정, 성희 (제니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