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2
첫선을 보일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꾸준히 지켜오고 있는 국내 패션 브랜드 8개를 선별했다. 보물 같은 아카이브 룩과 연대별 광고 사진, 브랜드를 대표하는 시그너처 아이템 등을 통해 본 그들만의 특별한 유전자를 공개한다.
Kuho
1990년대 후반의 한국 영화 <정사>와 <텔미썸씽> 을 본 후, 디자이너 정구호를 알게 되었다. 그는 요란 법석한 패션만이 멋진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우쳐주었다. 파리의 90년대 미니멀리즘 메이커가 톰 포드였다면, 한국은 단연 정구호였다. 그가 만드는 간결하디 간결한 옷은 ‘구호’라는 이름으로 1997년부터 지금까지 새로운 스타일을 제안하는 동시에 구호는 곧 ‘미니멀&아방가르드’라는 공식도 만들어냈다. 구호의 시그너처 아이템인 미니멀리즘 스타일의 코트, 그리고 디자이너 정구호와 함께 돌아본 구호의 15년!
intervieW WITH 정구호
Allure 구호만의 미니멀리즘을 정의한다면 구호의 브랜드 철학은 ‘옷은 사람의 형체를 만들어주되 그 옷이 가지고 있는 고유함을 살리면서 동시에 편안함을 유지해야 한다’입니다. 시간과 유행을 초월한 클래식한 분위기, 간결한 실루엣, 내부 구조부터 잘 만들어진 테일러링, 재미를 가미하는 새로운 커팅이 조화를 이룬 것이 바로 구호입니다.
Allure 15년간의 구호 아카이브의 가장 큰 변화 세 가지를 꼽는다면 가장 큰 변화는 최근에 많이 이루어졌어요. 그 첫 번째로 구호의 컬렉션 라인인 헥사 바이 구호(Hexa by Kuho)의 탄생을 꼽고 싶네요. 세 시즌째 뉴욕컬렉션에 올렸고, 점점 반응이 좋아지고 있어 흐뭇합니다. 두 번째는 2010 가을/겨울 시즌부터 시작한 현대무용을 접목한 광고 영상이에요. 현대무용수가 모델이 되어 구호의 옷을 입고 춤을 추죠. 편안하면서도 독특한 구호만의 실루엣이 움직임과 함께 살아납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초에 감행한 ‘리콜 구호’ 프로젝트를 꼽을 수 있죠. 기존 구호의 미니멀&아방가르드 무드는 유지하면서 틀을 깬 창의적인 실루엣과 입체적인 장식을 더하는 디자인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Allure 구호의 시그너처 의상은 간결한 라인과 입체적인 장식이 돋보이는 코트.
Allure 이 코트를 근사하게 연출하는 팁을 알려준다면 코트를 주인공으로 만들면 됩니다. 먼저 코트는 엉덩이 정도까지 내려오는 길이여야 전체적으로 코트의 형태감이 살아납니다. 또 함께하는 아이템을 코트와 같은 색상 또는 톤온톤 연출이 가능한 색상으로 고르세요. 그리고 이너웨어나 하의도 코트처럼 간결한 디자인을 선택해야 멋지죠. 모두가 간결하지만 구호 코트에는 입체적인 장식이 곳곳에 숨어 있기 때문에 통일감 있는 옷에서 더 빛을 발합니다.
Ninesix New York
올해로 국내 패션계 16년 차 브랜드. 고등학교 시절, 나인식스 뉴욕의 윈도에 걸린 잘 빠진 슈트를 보면서 대학생이 되면 나도 저런 근사한 옷을 입을 수 있겠지?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30대 여성이라면 나인식스 뉴욕과 함께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다. 본격적인 광고 비주얼을 만들기 시작한 2000년부터 20011년까지의 나인식스 뉴욕 광고 컷을 쭉 훑어보다 보면 ‘맞아, 그때는 저런 게 유행이었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현대적이면서도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기본으로, 매 시즌의 유행을 적절하게 녹여내는 것. 이것이 바로 나인식스 뉴욕을 지탱하는 특별한 DNA다.
List
리스트의 DNA를 분석하면 ‘젊음’ ‘여성스러움’ ‘컨템퍼러리’라는 유전자가 나온다. 그리고 시즌별로 트렌드라는 촉매제를 통해 조금씩 유전자 변이를 일으킨다. 그렇게 조금씩의 변화들이 켜켜이 쌓여 리스트 고유의 색깔이 진해졌다. 그리고 이번 가을/겨울 시즌부터는 액세서리 라인을 대폭 강화해 또 한번의 멋진 유전자 변이를 꿈꾼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의 광고 사진, 시그너처 아이템인 원피스와 트렌치코트 등 리스트를 규정하는 요소들을 모아 콜라주 작업을 했다. 리스트의 DNA에서는 싱그러운 꽃향기가 난다.
J.Estina
제이에스티나는 올해로 여덟 살이 되었다. 8년이란 시간 동안 제이에스티나의 DNA를 반짝반짝 빛낸 것은 왕관을 모티프로 한 티아라 컬렉션. 공주의 머리 위에 쓰였던 화려한 왕관은 제이에스티나의 주얼리 덕분에 목에도, 귀에도 걸 수 있는 친근한 아이템이 되었다. 8년이란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제이에스티나 티아라 컬렉션의 귀고리를 하나하나 꺼내보았다.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조금씩 더 화려해지는 티아라의 디자인은 마치 나이가 들수록 더 우아하고 고혹적으로 변해가는 여자의 아름다움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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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박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