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겨울 뷰티 키워드
올가을 메이크업은 어둡고 칙칙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입술과 뺨은 꽃잎이 살포시 내려앉은 것같이 붉고, 헤어는 느슨하게 연출해 더없이 매혹적이다. 좀 더 고혹적이고 우아해진 메이크업과 헤어에 대한 가을/겨울 뷰티 키워드.
#1 Floral Lips
가을/겨울의 런웨이를 걸어 나오는 모델들의 입술은 꽃들의 컬러를 입고 있었다. 섬세한 핑크 크림색은 니나 리치 쇼에 등장한 모델들의 입술을 순수하게 물들였고, 랄프 로렌 쇼에서는 붉은 장밋빛 입술과 홍조를 띤 뺨이 선보였고, 질 샌더 쇼에서는 양귀비꽃 같은 입술색이 눈부셨다.
Secret Tip 랄프 로렌 쇼의 메이크업을 담당한 아티스트 톰 페슈는 입술 한가운데 레드 크림을 바른 후 바깥쪽으로 얇게 펴 발라 입술 가운데가 더욱 도톰해 보이도록 연출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팻 맥그라스는 이 트렌드를 “여성스럽지만 그 속에 비수를 감춘 아름다움”이라고 설명한다.
섹시하게 보이려면 심플해라
입생로랑 쇼가 있던 날, 헤어와 메이크업이 진행되고 있는 백스테이지는 파리의 밤하늘만큼이나 어두웠다. 핀을 꽂아 단정하게 연출한 시뇽과 검정에 가까운 보라색 입술로 단장한 모델들은 리허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쇼 시작까지 한 시간이 채 남지 않았을 무렵, 모델들은 다시 메이크업 룸으로 돌아와야 했다. 다급한 목소리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팻 맥그라스가 마치 확성기를 댄 듯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다시 갑시다!” 문제는 보라색 립스틱이었다. “아무래도 바꿔야 되겠어요.” 그녀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하마터면 그대로 수많은 플래시 세례를 받았을 컬러가 모델들의 얼굴에서 지워져 나갔다. “머리색이 천차만별인 모델들이 보라색 입술을 하고 리허설을 하는 것을 보니, 도저히 안 되겠다 싶더군요.” 맥그라스는 메이크업 팀원들에게 보라색 대신 복숭아색 립스틱을 바르도록 지시했다. “한결 섹시하고 정돈된 느낌이에요. 얼굴도 훨씬 화사해 보이고요.” 맥그라스의 시도는 곧바로 이번 시즌에 영향을 미쳤다. “올가을 헤어 역시 편안하면서 세련된 느낌이에요.” 하지만 ‘편안해 보이는 스타일’을 지루한 스타일로 오해하지 말 것. “이번 시즌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요소는 아주 단순해요.” 귀도는 말한다. 얼굴 선을 따라 흐르는 가닥과 정수리의 볼륨, 화려함을 더하기 위해 사용된 골드 헤어 장식이면 충분하다. 드레스업을 위한 메이크업의 경우, 비비드 색상의 립스틱, 밝은 핑크 계열의 블러셔, 아니면 섬세한 마스카라 정도면 부족함이 없다. 맥그라스 역시 이러한 단순함에 동의했다. “단순함이 키워드예요. 하지만 여기에 약간의 놀라움을 곁들인다면 금상첨화겠죠.”
#2 Metallic Eyes
“가을은 텍스처를 살려 재미있게 메이크업해볼 수 있는 계절이에요. 메이크업 역시 광택이 있고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컬러가 매력적이죠.” 메이크업 아티스트 피터 필립스의 말이다. 그는 모델의 눈꺼풀을 샤넬의 매트한 골든 메탈 크림 섀도로 커버해 부드러우면서 드라마틱한 효과를 연출했다. 그런가 하면 제이슨 우의 쇼에서는 골드를 한가운데 배치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다이앤 켄들의 센스 덕분에 황금빛이 감도는 네이비톤의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이 완성됐다.
Secret Tip 디스퀘어드 쇼를 위해, 메이크업 아티스트 발갈란드는 젖은 브러시에 브론즈와 골드를 섞어 페인트 같은 텍스처를 연출했다. 좀 더 부드러운 룩을 원한다면 손가락을 이용해 눈꺼풀에 메탈릭 크림 섀도를 덧바르는 것이 좋다.
#3 Strong Blush
이제 소심하게 블러셔를 바르지 않아도 된다. 이번 시즌, 얼굴에서 가장 화려하게 빛난 메이크업은 다름아닌 블러셔였으니까. “블러셔를 연출하는 방법은 아주 다양해요.” 베르사체 쇼에서 모델의 빰, 이마, 그리고 이마 가장자리에 장밋빛 블러셔를 사용한 맥그라스는 말한다. “광대뼈에 블러시를 하면 사랑스러워 보이죠. 좀 더 아래쪽과 바깥쪽에 바르면 생기 넘치는 아웃도어 룩이 완성되고요.” 그녀가 메이크업을 담당한 오스카 드 라 렌타와 마크 제이콥스 쇼를 참고한다면 백배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Secret Tip 메이크업 아티스트 니나 하버캠프는 런웨이 밖에서도 얼마든지 과감한 블러셔를 시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단, 밝고 투명한 컬러를 큼지막한 브러시로 바른다.
#4 Rough Lashes
투박하면서 군데군데 뭉친 것 같은 눈썹이 돌아왔다. 구찌, 랑방 등 다수의 쇼에서 1960년대를 연상케하는 속눈썹이 선보인 것이다. 대부분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윗눈썹과 아랫눈썹에 마스카라를 여러번 덧칠했다. “한마디로 사슴 눈썹이에요. 뭉쳐 있어서 짙어 보일뿐만 아니라 투박해 보이기까지 하거든요.” 알베르타 페레티 쇼에서 인조 속눈썹을 연출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루치아 피에로니의 말이다.
Secret Tip 메이크업 아티스트 샬럿 틸버리는 마스카라가 눈가에 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스카라 전 눈가에 투명 파우더를 바른다.
#5 Low Ponytails
이번 시즌, 포니테일이 눈높이를 낮췄다. 결과는 성공! “애써 공들인 머리가 처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높이죠.” 발맹 쇼를 통해 평균보다 2~4인치 낮은 위치의 포니테일을 선보인 헤어스타일리스트 샘 맥나이트의 말이다. 귀도 역시 “클래식할 뿐 아니라 젊어 보이는 스타일이죠. 이브닝드레스에 연출해도 손색없다”고 말한다.
Secret Tip 낮게 묶은 헤어 때문에 얼굴까지 축 처져 보일까 걱정된다면 정수리 부분에 볼륨을 주자. 지안프랑코 페레 백스테이지에서 헤어스타일리스트 귀도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연출하면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고 여성스런 스타일이 완성된다.
#6 Chignon & Loose knot
올가을의 전령사는 바로 느슨하게 묶은 헤어스타일이다. 샤넬 쇼에서의 부드러운 시뇽 스타일은 편안하면서도 섹시해 보였다. 랑방이나 에밀리오 푸치 쇼에서도 공들인 헤어가 자취를 감추긴 마찬가지였다. 대신, 목 뒤에서 느슨하게 땋거나 헤어 피스로 얼굴 주변을 살짝 감싸는 스타일이 선보였다.
Secret Tip 샤넬 쇼의 헤어처럼 편안하게 묶은 머리를 연출하려면 먼저 텍스처라이저를 이용하라고 맥 나이트는 권한다. “헤어에 텍스처가 있으면 스타일을 유지하기가 한결 쉽거든요.”
#7 Mono Color
때로는 한 가지 컬러만 사용해야 할 때가 있다. 마르니 쇼의 메이크업을 떠올려보자. 톰 페슈는 보라색 펜슬을 손가락에 묻힌 후 속눈썹 주변과 눈, 입술 위에까지 한 가지 컬러를 발랐다. 로다테 쇼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 제임스 칼리아도스는 캐러멜 컬러를 눈가와 뺨, 입술, 그리고 속눈썹
위에까지 펴 바르기도 했다.
Secret Tip 이 룩을 제대로 표현하려면 컬러 사용을 얼굴 전체로 분산시켜야 한다. 톰 페슈는 손가락을 이용해 컬러를 발랐다. “손으로 메이크업을 하면 인위적인 느낌이 사라져요. 거친 경계선이 사라져 한결 부드러워 보이는 거죠.”
#8 Decorative Hair
너무 앞서가서 살짝 괴짜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좀 더 과감한 스타일을 완성하기 위해 상상을 초월한 액세서리를 사용한 헤어스타일리스트들도 볼 수 있다. 유진 슐레이만은 하이더 아커만 쇼에서 네이비, 퍼플, 다크 그린 익스텐션을 이용해 타워처럼 솟구친 업 헤어를 선보였다. 펜디 쇼에서는 전자 부품을 활용한 시뇽 헤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천으로 머리를 장식한 헤어스타일리스트들도 있었는데, 특히 타쿤 쇼의 오딜 길버트는 크로셰 조각을 머리 뒤에 붙여, 마치 바구니처럼 엮인 헤어를 연출했다.
Secret Tip 헤어스타일리스트 테드 깁슨은 레이첼 로이 쇼에서 알프스 소녀 ‘하이디’ 스타일로 땋은 천 장식을 선보였다. 어두운 모발의 경우 밝은 천을, 밝은 모발의 경우 어두운 천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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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강미선, 안젤리크 세라노
- 포토그래퍼
- JAMES COCHRANE, KIM WESTON ARNOLD, 안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