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는 셀러브리티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만났다. 자전거를 타면서 자신을, 그리고 자연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렇게 자전거를 타다보니 몸도 마음도 멋쟁이가 되었다는 사람들을 만났다.
배두나
처음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게 된 계기는 사진을 찍으면서부터였다. 필름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사진 찍기 좋은 장소가 있으면 자전거를 길가에 세워두고 사진을 찍었다. 그러곤 다시 목적지 없이 어디론가 페달을 밟았다. 그 자유로움이 좋았다. 그러면서 점점 자전거를 타는 일이 많아졌다. 슈퍼에 갈 때도 쇼핑을 할 때도 친구를 만날 때도 가까운 거리는 웬만하면 자전거를 탔다. “자전거 덕분에 느리게 걷는 법을 배웠어요. 디지털 카메라보다 필름 카메라를 좋아하고, 이메일이나 문자보다 손으로 쓴 편지를 더 좋아하는 저에게 자전거 페달을 느릿느릿 밟는 건 근사한 일이었어요.”
배두나의 자전거 타기는 그리 특별할 게 없다. 오히려 자전거를 타게 되면서 스스로의 일상이 특별해졌다. 주차공간을 찾아 헤매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서 좋고, 취미를 즐기면서 운동도 할 수 있어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연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언젠가부터 자전거를 탈 때는 절대 음악을 듣지 않아요. 위험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바람소리, 새소리, 자전거 바퀴가 땅을 울리는 소리처럼 자연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음악이 좋거든요.” 배두나는 흐뭇하게 웃었다.
주로 큼직한 티셔츠에 레깅스를 입거나 신축성이 좋은 저지나 니트 소재의 긴 원피스를 입고서 자전거를 탄다. 편안하지만 여자로서의 아름다움은 해치지 않는 옷차림이어야 페달을 밟는 기분도 더 신난단다. 배두나에겐 자전거가 목적이 아니다. 그저 편안한 그녀의 일상 속에 자전거가 크게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자전거를 타보려 마음먹는 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편안하게 시작하세요. 자전거를 타기 위해 스스로를 변화시킬 필요는 없어요. 그러면 금방 질리거든요. 자전거를 타다 보면 스스로에게 조금씩 변화가 생길 거예요. 그게 바로 자전거 타기의 매력이랍니다.” 페달을 열심히 밟아야지만 앞으로 향하는 자전거처럼 배두나는 조금 느리지만 더 행복한 길, 그 길 어디쯤에서 무척 편안해 보였다.
윤반석
올해로 서른. 디자인 컨설팅 회사 데어즈의 대표. 훤칠한 외모에 성격까지 유쾌한 이 훈훈한 남자의 취미는 자전거 타기다. 약 1년 전부터 회사 동료들과 함께 타기 시작한 자전거는 이제 하루의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회사 일이 바빠서 따로 운동할 시간을 빼기가 어려웠어요. 그러던 중 동료 4~5명과 의기투합해 자전거를 타보기로 했죠. 일하다가도 중간에 많이 피곤하거나 지치면 우르르 한강으로 자전거를 끌고 가요. 오늘은 몇 킬로미터를 타자며 의견도 조율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속도도 맞추면서 여럿이 함께 타는 재미를 즐기죠. 작은 사회 같은 느낌이랄까요? 자전거 덕분에 인간적으로도 더 돈독해졌고, 일의 능률도 확실히 높아졌어요.”
윤반석 실장은 자전거를 타는 직원들을 위해 사무실에 샤워실도 만들고, 운동화를 보관할 수 있는 신발장도 따로 마련했다. 어린 나이에 CEO라는 직책을 달기까지, 그의 이런 남다른 생각이 큰 몫을 했을 거란 짐작이 든다. 한눈에 봐도 멋쟁이인 그는 전문 바이크 룩을 선호하진 않는다고 했다. 언제고 신발만 갈아 신으면 탈 수 있는 게 자전거의 매력이고, 또 자연스러운 것만큼 근사한 스타일도 없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치노 팬츠에 티셔츠를 입고 카디건이나 윈드브레이커를 걸쳐요. 그리고 페달에 발을 끼우기 편하도록 장식이 없고 밑창이 평평한 슬립온 슈즈를 신죠.” 인터뷰를 하다 보니 그새 자전거가 타고 싶어진다는 그는 “오픈카를 탈 때의 기분 아세요? 그 기분과 비슷해요. 다른 점이 있다면 뿌연 매연이 아닌 청명한 자연 속에서 질주하고 있다는 거죠”라며 들뜬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그 덕분에 인터뷰 중인 답답한 지하 스튜디오에도 상쾌한 봄바람을 가르는 속도감이 몰려왔다.
이준성 & 이에녹
패션&뷰티계의 훈남 듀오,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준성(사진 왼쪽)과 헤어스타일리스트 이에녹(사진 오른쪽)은 동갑내기 친구다. 화보 촬영장이나 시안 미팅 장소로 이동할 때 한 명이 먼저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다른 한 명도 자전거를 사게 되었고, 지금은 쉬는 날이면 한강에서 함께 자전거를 탄다. 각자의 여자친구까지 합세해 더블 데이트를 즐길 때도 있다. 평소에도 스타일 좋기로 유명한 이 두 남자는 자전거를 탈 때에도 특별한 형식 없이 자유로운 옷차림을 즐긴다. “자전거 타는 영국 신사처럼 보이고 싶어요. 움직임만 편한 소재라면 재킷에 치노 팬츠를 매치해도 근사하죠” 이준성이 말하자, 이에녹은 “저는 뉴요커요. 슈트에 운동화만 갈아 신고 자전거를 타는 뉴요커가 더 멋지죠”라며 거든다. 요즘 이들은 여름휴가 계획으로 들떠 있다. 자전거로 국내 여행에 도전해보기로 했단다. 자전거 도로가 많지 않아 불편한 점도 있겠지만 산, 들, 바다 등 길을 따라 만나는 자연에 몸을 맡겨보고 싶어서다. 건장한 두 청년의 젊음과 도전, 우정 사이에는 자전거가 있었다.
남보라와 친구들 곽동열, 강경모, 박지원
사진에서 왼쪽부터 파티&이벤트 회사 인디케이트 팀장 곽동열, 서울랜드 외식 사업부 셰프 강경모, 모델 남보라, 그래픽 디자인 회사 엘리펀트의 기획실장 박지원. 직업도 나이도 제각각인 이들을 친구로 뭉치게 해준 건 다름 아닌 자전거다. 한 달에 두세 번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주말을 보내는 이들은 7년 지기 친구들이다. 음악을 좋아하고 자전거를 좋아하는 취미가 같아 남다른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그들의 얼굴에 촬영 내내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저만의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자전거는 여럿이 함께 타야 제 맛인 것 같아요. 일단 자전거를 타면서 느끼는 짜릿함을 공유할 수 있어 좋고, 자전거를 탄 후 자연스럽게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면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 좋아요. 꼭 자전거를 타기 위해 만난다기보다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게 되는 것 같아요.” 박지원 실장은 말한다. 각자에게 물었다. 자전거 탈 때 이것만큼은 꼭 챙긴다 하는 것이 있으면 추천해달라고. 보라는 텀블러에 담은 물을, 곽동열은 벌레나 바람으로부터 눈을 보호할 수 있는 안경이나 선글라스, 박지원은 머리가 날리는 게 싫어서 모자를, 강경모는 땀이 많이 나는 점을 고려해 여벌의 티셔츠를 챙긴다고 했다. 답도 제각각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듯한 그들이지만 같은 취미를 공유해서일까. 그들은 닮아 있었고 어울림은 따뜻해 보였다. 촬영 기념으로 오늘도 압구정동에서 홍대까지 한강 자전거 도로를 달리기로 했다는 남보라와 친구들은 자전거를 들고 깔깔대며 스튜디오를 나섰다.
- 에디터
- 박선영
- 포토그래퍼
- 김태은
- 스탭
- 스타일리스트/안정아, 헤어/신동민, 메이크업/ 원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