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길 맛순례

남산도서관에서 독일문화원을 거쳐 경리단길로 이어지는 고불고불한 길은 강북과 강남을 오가는 차들로 늘 붐비지만, 높지 않은 건물이 점점이 이어지고, 그 사이로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맞붙은 산동네가 모습을 드러낸다. 새로 생긴 가게를 지나치면 1970~80년대에 머물러 있는 듯한 오래된 건물이 나타난다. 늘 변하고 있지만 가로수길이나 홍대처럼 변덕스럽지는 않다. 가로수에 연둣빛 잎새가 돋는 5월엔 산책하기 좋은 길이다. 굽이 낮은 신발을 신고 산보하듯 천천히 걷다 배가 고프면 눈에 띄는 식당에 들어가면 되고 따뜻한 차 한 잔이 생각나면 카페에 들러 달콤한 케이크와 커피를 마시면 된다. 집에 가는 길에 베이커리에 들러 갓 구운 바게트를 사 가도 좋다. 꽃피는 봄날에는 남산으로 오세요.

1 카페처럼 밝고 화사한 분위기의 실내. 2 오븐에 구운 바삭한 도우에 모차렐라치즈와 루콜라, 방울토마토를 풍성하게 올린 피자. 3 피자와 포카치아, 치아바타가 구워져 나오는 주방. 4 갓 구운 담백한 빵과 세 가지 종류의 치즈와 살라미로 구성된 브레드 세트는 맥주나 와인 안주로 훌륭하다. 5 가게 입구에 빵을 담은 주머니가 앙증맞게 걸려 있는 모습.

트레비아

얇은 도우에 모차렐라치즈와 토핑을 올려 오븐에 굽는 로마식 피자 전문점. 입구에 들어서면 진열장 안에 놓인 먹음직스러운 피자가 눈길을 끄는데, 피자 모양이 동그랗지가 않고 기다란 것이 독특하다. 올리브오일과 소금, 천연이스트로 만든 반죽을 3~4일간 숙성시켜 오븐에 굽고, 토핑을 올려 다시 한번 오븐에 구워 속은 촉촉하고 겉은 바삭한 도우를 맛볼 수 있다. 토마토소스를 바르고 생 모차렐라치즈와 루콜라, 방울토마토를 올린 피자는 신선하고 상큼한 토핑과 고소한 도우가 한데 어우러져 손에 꼽을 만한 맛이다. 치즈를 올리는 대신 토마토소스에 각종 올리브와 앤초비 등을 올린 시칠리아나 피자는 맥주 안주로도 손색이 없다. 나무 쟁반에 포카치아, 치아바타, 팔라 도우 등 세 가지 종류의 빵과 여러 가지 치즈, 살라미를 담은 브레드 세트는 양도 많고 맛도 좋아 와인 한 병과 함께 주문하면 좋다.

가격 조각피자 5~6천원대, 피자 한 판 1만원대 브레드 세트 7천~1만5천원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557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1시까지, 월요일 휴무 문의 02-794-6003

1 긴 테이블이 있어 소규모 와인 모임이나 차를 마시기 좋은 1층 공간. 2 노출콘크리트로 된 벽과 빈티지 가죽 소파가 멋스러운 2층 공간. 3 도토리묵 튀김에 스테이크와 김치볶음, 쑥갓을 올린 도토리묵 스테이크.

사야99

남산도서관 앞길을 걷다가 마주친 파란 문의 집이 바로 사야99다. 지중해 휴양지의 저택을 연상시키는 연회색 3층 건물이 모두 레스토랑이다. 1층은 긴 테이블 하나가 놓여 있어 차나 와인을 마시며 소규모 모임을 열기에 좋고, 빈티지 스타일로 꾸민 2층은 둘 혹은 넷이 식사를 하는 공간이며, 작은 주방이 있는 3층은 비즈니스 모임을 열기에 알맞다. 파스타가 어울릴 법한 공간이지만, 한식에 양식을 접목한 퓨전 요리가 메인이다. 제육볶음 퀘사디아나 도토리묵 튀김에 스테이크와 김치볶음, 쑥갓을 올린 도토리묵 스테이크 등 재료는 한식으로, 조리 방법은 양식으로 만든 특별한 요리를 선보인다. 익숙한 듯 낯선 맛이 이 집 음식의 매력이다.

가격 런치코스 2~7만원, 디너코스 7~12만원, 단품요리 1~5만원대 주소 서울시 용산구 후암동 448-99 영업시간 정오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문의 02-3789-4408

1 매장에서 직접 구운 번에 육즙이 풍부한 패티와 치즈를 두 겹으로 쌓아올린 빅보스 더블버거와 모차렐라치즈와 구운 가지가 들어 있는담백한 샌드위치. 2 미슐랭 스타 셰프 던컨 로번튼슨이 직접 버거를 만든다.

베스트 버거 인 서울

하루가 멀다 하고 수제 버거집이 생겨난다지만 이곳은 좀 특별하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버거 가게이며, 미슐랭 스타 셰프가 만든 버거를 부담 없는 가격에 먹을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 그러하다. 주 메뉴인 버거 외에 샌드위치와 핫도그를 파는데, 햄버거 번부터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빵과 핫도그 번까지 직접 굽는다. 던컨 로번튼슨 셰프가 직접 개발한 소스와 주문 후부터 즉시 굽기 시작해 육즙이 가득 들어있는 패티 덕분에 고기의 풍성하고 깊은 맛이 느껴지면서도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다. 패티도 두 장, 치즈도 두 장이 들어가는 빅보스 더블버거와, 모차렐라치즈, 에그플랜트, 토마토 콩피, 페스토를 넣은 이탈리아식 샌드위치가 셰프의 추천 메뉴다.

가격 버거 6~8천원, 샌드위치와 핫도그 6~7천원 주소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2가 1-3 N서울타워 1층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문의 02-3455-9297

1 각종 해산물과 채소에 육수와 사프란을 넣고 자작하게 끓인 해산물 파에야. 2 빨간 체크무늬의 테이블보와 빨간 커튼이 드리워진 실내. 따사로운 햇살이 가득 스며든다. 3 깔끔하게 정돈된 오픈 키친.

미 마드레

빨간 체크무늬의 테이블보와 빨간 커튼이 드리워진 공간과 식기와 조리기구까지 완벽하게 정돈된 오픈 키친은 스페인 가정집에 초대받은 듯한 기분이 들게한다. 주인이 정성껏 만든 요리를 하나하나 내오는 모습이 정겹다. 팬에 쌀과 각종 해산물, 채소 등을 올리브오일에 볶아 육수와 사프란을 넣고 자작하게 지은 해산물 파에야와 레드와인에 과일을 넣어 만든 상큼한 샹그리아가 대표 메뉴다. 꿀을 곁들인 가지튀김, 올리브오일에 볶은 새우마늘볶음 같은 타파스 요리는 간단한 식사로도, 샹그리아나 와인 한 잔에 안주로 곁들이기에도 꼭 알맞다.

가격 파에야 2만원대, 샐러드 1만원대, 타파스 5천~2만원대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2동 568 2층 영업시간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오후 5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 화요일 휴무 문의 02-790-7875

1 싱싱한 새우와 앤초비에 게와 새우를 우린 육수를 넣어 해산물의 풍성한 맛을 살린 새우앤초비파스타. 2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는 셰프의 사진들. 3 가게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파스타 면.

노아

해외 요리학교 출신의 오너셰프가 넘쳐나는 요즘, 순수 국내파 출신으로 창의적인 레시피로 색다른 이탈리아 요리를 선보이는 이범철 셰프의 행보는 그래서 더 특별하다. 그의 식당엔 찜닭파스타, 꽃게 리조토, 표고버섯에 버섯페스토와 고르곤졸라 치즈소스를 올린 샐러드 등 처음 먹어보는 요리가 많지만, 맛은 늘 기대를 훨씬 뛰어넘곤 한다. 파스타를 주문할 때 12가지 파스타 면 중 하나를 고르도록 한 점도 특별하다. ‘재료보다 뛰어난 요리사는 없다’는 그의 고집이 느껴진다.

가격 샐러드 1만원대, 파스타 1만원대 주소 서울시 용산구 용산2가 46-5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화요일 휴무 문의02-796-0804

1 카페 안 쿠킹스튜디오에서 만든 초콜릿무스와 당근케이크, 감자케이크. 2 알록달록한 쿠션이 놓인 푹신한 소파. 3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카페의 공간. 신진작가들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1~2개월에 한 번씩 다른 작품이 전시된다.

티드빗

남산도서관에서 경리단길 쪽으로 쉬엄쉬엄 걸어 내려오다 목이 탈 때쯤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곳. 카페 안 쿠킹스튜디오에서 만든 맛있는 케이크와 핸드 드립으로 추출한 구수한 커피가 기다리고 있다. 크림치즈와 견과류가 들어 있는 브라우니와, 생크림과 초콜릿 토핑을 올린 초콜릿 무스, 크림치즈를 바른 당근케이크는 눈으로 보기만 해도 달콤해지는 기분이다.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카페의 흰 벽은 열린 전시공간으로, 1~2개월에 한 번꼴로 다른 전시가 열린다. 푹신한 소파에 기대앉아 드립 커피의 향긋한 향을 맡으며 벽에 걸린 그림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마음까지 편안해진다.

가격 케이크 세트 8~9천원대, 커피 5~7천원대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2동 258-13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문의 02-794-0123

1, 3 갓 구운 빵과 샌드위치가 진열되어 있는 베이커리의 실내. 2 유럽의 베이커리를 연상시키는 멋스러운 외관.

윙베이커리

담백한 유럽식 빵을 굽는 독일식 베이커리 겸 카페. 가게 안은 구수한 빵 냄새와 시큼한 효모 냄새로 가득하다. 호밀, 잡곡 등을 넣은 곡물 빵과 유기농 밀가루로 반죽한 빵이 주를 이룬다. 이 집에서 굽는 빵은 버터와 설탕을 넣지 않고 오랜 숙성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담백하고 소화도 잘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18시간 동안 숙성시켜 구운 바게트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졸깃해 씹는 맛이 일품이다. 하루에 5~6개만 굽는 호밀 캄파뉴와 롤 치즈가 부드럽게 씹히는 포카치아도 맛있다.

가격 빵 1~6천원대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673 영업시간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월요일 휴무 문의 02-794-0011

    에디터
    뷰티 에디터 / 조은선
    포토그래퍼
    안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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