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이클링 아티스트 5인 1

쓰레기를 재료로 매혹적인 예술 작품을 창조하는 작가를 흔히‘리사이클링 아티스트’라고 칭한다. 여기, 예술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표현한 리사이클링 아티스트 5인을 소개한다. 기존의 재료에서 벗어나 좀 더 특별한 것을 찾는 창작의 고뇌 속에 일상 소비재를 아름다운 작품으로 환생시킨 이들의 작품은 아름답고, 진지하며, 때로 유머러스하다.

설치작가 H.A 슐트, 예술로 환경운동에 나서다

‘생태예술가’라는 꼬리표가 붙을 정도로 지구의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독일의 설치예술가 H. A 슐트(H.A Schult)는 예술가이자 행동하는 환경운동가이다. 그가 재료로 삼은 것은 바로 인간이 버린 쓰레기. 환경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지 않았던 1970년대부터 환경운동을 시작한 그는 그때 이미 인간이 지구를 쓰레기 행성으로 바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 사실을 대중에게 전달하려고 퍼포먼스를 벌였다. 1969년 6월, 그는 뮌헨 슈바벵 거리에 총 5톤이나 되는 종이 쓰레기를 도로 위에 버렸고, 그 자리에서 자신을 체포하러 오는 경찰을 기다렸다. 그리고 1970년에 이것으로 인한 법정 싸움이 시작되자, “뮌헨 법정으로 오십시오”라는 전단지를 나누어주며 대중의 주의를 끄는 데 성공했다.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우리는 매 순간 시간을 소비하면서 쓰레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내 우리는 곧 쓰레기 자체가 된다. 쓰레기는 우리의 자화상인 셈이다”라는 사실이었다. <얼루어> 독자들에게도 한결같이 일관된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우리는 쓰레기 행성에서 살고 있고, 우리 스스로도 쓰레기가 되어가고 있다”라고 말하면서 과소비 사회와 전 세계적 환경오염을 비판했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슐츠의 작품은 ‘쓰레기 인간(Trash People)’ 시리즈와 ‘해변 쓰레기 호텔(The Beach Garbage Hotel)’ 시리즈. 특히 ‘쓰레기 인간’ 시리즈는 1996년 산텐에 위치한 로마의 원형극장에서 ‘쓰레기 인간’을 전시한 후 1999년 파리 라데팡스와 모스크바의 붉은광장, 2001년 베이징의 만리장성, 2002년 이집트 카이로 등 전 세계의 대륙을 돌면서 순회 전시를 했고, 2011년에는 남극에서 전시가 열린다. 인간이 쓰고 버린 쓰레기로 만든 1천 개의 쓰레기 인간은 대중에게 생태계 파괴의 심각성을 알린다. “예술은 정치를 하지 못한다. 예술은 화학을 하지 못한다. 예술은 의학을 하지 못한다. 예술은 전쟁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예술을 관찰하는 자들은 정치를 하고, 화학을 하고, 의학을 하고, 전쟁도 한다. 예술은 모든 수단을 이용해서 관찰자의 시선을 끌어들여야 한다. 훌륭한 예술은 그것을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슐트가 예술을 하는 이유다. 최근 슐트의 관심사는 해변 생태계에까지 확장되었다. 그는 바닷가를 순회하며 ‘해변 호텔’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그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 가장 큰 쓰레기 매립지는 다름아닌 바다다. 해변 생태계에 미치는 쓰레기의 악영향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지구온난화가 가속되고 환경오염이 가중될수록 슐트의 작품 활동은 더욱 적극적인 형태로 실행되고 있다.

스튜어트 헤이가스, 리사이클링 아트의 한계를 넘어서다

멀리서 볼 땐 아름다운 샹들리에였는데 가까이서 보니 페트병을 연결해놓은 조명이다. 색색의 유리 글라스가 아름답게 엮인 샹들리에의 재료는 깨진 안경테. 이뿐이 아니다. 안경 렌즈, 자동차의 조명, 사용하고 버린 1천 개의 폭죽 껍데기 등으로 만든 조명작품도 있다. 일상 소비재와 쓰레기를 이토록 아름다운 예술 작품으로 탈바꿈한 에코 아티스트는 스튜어트 헤이가스이다. 그의 작품은 리사이클링 아트의 한계를 넘어서, ‘화려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H.A. 슐트가 “이 쓰레기 인간 좀 봐라. 얼마나 끔찍하니.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깨달아라”라고 직설적으로 훈계한다면, 스튜어트 헤이가스는 “이 아름다운 작품은 모두 우리가 버린 쓰레기에서 나온 거예요”라고 자랑하는 셈이다. 헤이가스는 “‘타이드(Tide)’는 해변가 바닷물에 흘러 들어온 잡동사니 쓰레기를 수년 동안 수집하여 만든 조명이다. 현재도 이곳의 쓰레기를 계속해서 모으고 있는데, 인간이 만든 인위적인 물건을 모은 것을 분류하고 모아서 여러 개의 조명으로 만들고 있다. 깨끗하고 투명한 오브젝트,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조각들은 각각 모양과 형태가 다르지만 하나로 모이면 하나의 대형 구 형태를 만들 수 있다. 밀물과 썰물을 만드는 영향을 주는 달 모양에서 형태를 따온 이 조명은 지름이 1.5미터나 되어 실제로 설치되었을 때 큰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스튜어트 헤이가스는 환경운동가가 아니라 오브제 아티스트이지만, 그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스튜어트 헤이가스의 화려한 작품 이면에 담긴 환경Millennium 메시지는 이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의 아름다운 작품들은 ‘재활용의 미학이란 이런 것’이라는 걸 보여준다.

    에디터
    박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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