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갓파더>, 미국에서도 흥행될까?

지난 연말 개봉 후 한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심형래 감독의 <라스트 갓파더>. 미국 개봉 일자가 잡히지 않아, 직접 관람할 수 있는 기회는 아직 갖지 못했다.

지난 연말 개봉 후 한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심형래 감독의<라스트 갓파더>. 미국 개봉 일자가 잡히지 않아, 직접 관람할 수있는 기회는 아직 갖지 못했다. 하지만 필자를 비롯해 조금이라도한국 영화계에 관심 있는 영화팬이라면 호기심 때문이라도 한창‘버즈’를 일으키고 있는 <라스트 갓파더>가 기다려질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다른 나라의 영화를 찾아 보는 관객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의 미국인이 보는 것은 매주 개봉되는 할리우드영화다. 같은 영어권이라도 타국 영화에서는 이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보통 영화 관객에게 예외가 되는 분야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무술영화’나‘몬스터 영화’, 그리고‘슬랩스틱 영화’ 장르다. 이소룡의 화려한 무술을 보면서 자라온 미국인들의‘아시안 무술 고수’에 대한 동경 덕분에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하지만 무술연기에 강한 성룡과 이연걸, 양자경 등이 수년간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했고, 최근에는 비와 이병헌 등도 드라마가 아닌 액션영화에서 무술에 능한 캐릭터로 할리우드에 진출할 수 있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슬랩스틱 연기는 찰리 채플린과 바보 삼총사(The Three Stooges)로부터 <미스터 빈>의 로완 앳킨슨, <에이스 벤츄라>와 <덤 앤 더머>의 짐 캐리, <보랏>의 사차 바론 코엔 등까지 수많은 코미디언을 통해 소개됐다. 아시안 배우 중 성룡이 미국 내에서도 다양한 연령층의 팬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는데, 이것이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직접 스턴트와 무술연기를 선보이는 동시에 슬랩스틱을 가미한 코믹연기가 어필했기 때문이다.

<라스트 갓파더>는 이런 면에서 눈길을 끈다. 2007년 몬스터가 등장하는 판타지 액션인 <디 워>를 선보였던 심 감독이 이번에는 전혀 다른 장르인 슬랩스틱 코미디, 그것도 마피아의 암투를 백그라운드로 한 코미디 영화를 선택했으니, 심 감독의 영리함은 인정할 만하다. 문제는 미국인들에게 낯익은 장르만으로 영화 흥행이 성공할 수 있는가 이다. 위에 언급한 배우들이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작품의 질도 중요하지만, 배우와 캐릭터에 대한 익숙함도 있다. 95년작 <럼블 인 더 브롱스>로 성룡이 본격적으로 할리우드에 진출이 가능했던 것은, 이 영화가 그의 최고 작품은 아니었지만, 수년간 그의 홍콩영화를 불법 비디오나 삼류 극장에서 관람해온 팬 베이스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기타 미국과 영국의 코미디언들도 TV를 통해 인기를 끈 후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캐릭터나 연기를 빅 스크린으로 가져간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라스트 갓파더>에 나오는 심 감독의 캐릭터‘영구’는 80~90년도에 한국 코미디를 본 한국 시청자들에게는 정감 있을지 몰라도, 미국에서는 생소한 존재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처럼 고전에 더 가까운‘영구’가 미국 내에서 수년간 인기를 끌고 있는 성적인 농담과 상황 설정을 주로 한 코미디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통할지는 미지수이다. 물론 <라스트 갓파더>에는 연기파 배우 하비 카이틀을 비롯해 케빈 스미스 감독의 영화로 잘 알려진 제이슨 미웨스 등 낯익은 배우가 다수 출연하지만, 이들이 박스오피스에 영향을 미칠 만큼 인기 절정의 배우는 아니다. 또 미국 내에서는 아시안 아메리칸의 관객 동원력이 크지 못하다. 실례로 미국에서 흑인 캐스트로 코미디와 드라마 장르의 영화를 계속 내놓고 있는 타일러 페리 감독이 매번 평론가들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이윤을 남기면서 작품 활동을 하는 것도 흑인 관객들의 절대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반면 아시안 관객들은 집결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심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디 워>는 미국 내에서 평론 포털사이트인 라튼토마토에서 24%의 신선도를 기록했으며, 또 다른 평론 사이트 메타 크리틱에서는 100점 만점에서 33점을 기록하는 등 평론가들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흥행기록 전문 사이트인 박스오피스 모조닷컴에따르면 이 영화는 미국 개봉으로 약 1천1백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으며, 2007년 개봉작 중 14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디 워>의 세계 흥행 수익은 7천5백만 달러를 넘어섰다. 그렇기 때문에 <라스트 갓파더>가 또다시 할리우드의 문을 두드릴 수 있었을 것이다.

바람이 있다면 심 감독은 물론 한국의 다른 감독과 배우들도 <디 워>와 <라스트 갓파더> 미국 개봉, 그리고 아시안 배우들의 할리우드 영화 출연을 경험으로 삼아 할리우드 진출에 대한 장기전을 준비하는 것이다.

    에디터
    양지현( 뉴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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