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디자이너의 작업 노트 2

화려한 런웨이에서 선보이는 의상들. 그 의상들의 맨 처음은 디자이너의 작업 노트에 있다. 25명의 디자이너가 <얼루어> 독자를 위해 기꺼이 내준 2011 봄/여름 컬렉션의 작업 노트, 그 치열한 열정의 조각들.

이승희 LEYII
“물과 기름의 서로 섞이지 않는 성질을 이용해 우연한 효과를 나타내는 마블링 기법, 그 기법을 바탕으로 두 가지의 다른 성질을 혼합해 여성스럽고 신비한 분위기의 살아 움직이는 마블링을 표현해봤다.”
흰색의 부드러운 실크 소재를 불규칙하게 오려서 마블링 효과를 냈다. 섬세하게 접어 만든 주름 장식과 손맛이 느껴지는 오리가미 기법, 이승희는 절제 안에서 힘있는 여성미를 끌어냈다.

박춘무 DEMOO PARK CHOON MOO
“D’Air, 투명하게 비치는 시스루 소재, 번지는 듯한 염색 기법, 주름 장식으로 만들어낸 풍성한 볼륨감, 그 모든 것은 공기로부터.”
디자이너 박춘무는 아스라히 비치는 조젯과 시스루, 시폰 소재를 겹겹이 믹스앤매치해 공기의 느낌을 의상에 담았다. 여기에 푸른색 데님과 지퍼 장식을 더해 도시적인 세련미를 가미했다.

엄미리 GILIYATE
“신경숙의 소설 <리진>, 19세기 말 조선의 궁중 무희‘리진’의 삶에서 보여지는 비융화 속의 융화.”
소설 <리진>은 19세기 말 조선의 궁중 무희로 자라나 프랑스 외교관의 아내가 되는‘리진’의 이야기다. 디자이너 엄미리는 완벽한 조선인으로도 프랑스인으로도 살 수 없었던 비극적인 그녀의 삶을 불규칙한 주름과 비대칭의 절개를 이용해 재해석했다.

이상현 LEIGH
“Die Neue Linie, 독일어로‘The New Line’이라는 뜻으로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운 문화적 욕구에 대한 열정이 넘치고 바우하우스 사조가 팽배하던 시대에 대한 오마주다.”
발목뼈를 드러내는 여유로운 핏의 팬츠와 쇼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티셔츠, 모노톤의 다채로운 체크무늬 재킷을 입은,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한‘ 모던 보이’가 귀환했다.

최지형 JOHNNY HATES JAZZ
“Cuban Classic Chic.”
디자이너 최지형이 꿈꾸는 쿠바는 열정적이고 로맨틱했으며 더불어 시크했다. 풍성한 주름을 잡은 실크 팬츠와 테일러드 베스트의 조합은 그런 열정과 절제의 미를 반영한다. 곳곳에 더해진 형광 오렌지, 핑크, 그린 등의 색감이 사랑스러움을 더한다.

송유진&조주연 S=YZ
“영화 <언페이스풀>에서 영감을 받아 여성의 이중적인 심리와 본능을 관능적이면서도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재해석했다.”
차분한 베이지와 검은색을 주조로 몸의 곡선을 아찔하게 드러내는 드레스와 간결한 테일러드 재킷이 주를 이룬 S=YZ 컬렉션. 이따금 등장한 호피무늬의 실크 점프슈트와 롱드레스가 은밀한 관능미를 극대화한다.

최범석 GENERAL IDEA
“패스트 패션에 익숙해진 요즘, 천천히 내딛는 여유로운 산책을 떠올리며 그런 발걸음에 어울리 는 자연스럽게 흐르는 실루엣을 표현했다.”
최범석은 디자인을 막 시작할 무렵, 동대문에서 일했던 때를 생각하며 이번 컬렉션을 준비했다고 했다. 초심을 반영해 당시 즐겨 사용하던 면 소재를 이용, 베이식한 재킷과 셔츠 등을 선보였다.

이정재 BON
“어린 시절 지칠 줄 모르고 뛰놀았던 우리만의 공간, 무한한 상상과 설렘을 주는 장소였던 ‘놀이터’를 콘셉트로, 아련한 옛 추억을 떠올리며 최종 목적지인 사막의 오아시스에 이르는 셰퍼드의 여행 이야기.”
오렌지색으로 포인트를 준 선명한 하늘색 슈트와 강렬한 빨간색 트렌치코트, 사탕이 그려진 셔츠까지. 본 컬렉션에서 어린 시절의 순수한 동심과 마주했다.

장광효 CARUSO
“Less is More(비우는 것이 더하는 것).”
‘비우고 덜어내기’를 의상에 녹여낸 디자이너 장광효. 간결한 재단이 돋보이는 셔츠와 주름 스커트의 조합에서 그의 내공을 느낄 수 있다.

윤세나 SOFTCORE BY SENA YOON
“여행 중에 길을 잃은 소녀는 어디로 갔을까? Zero Stress Zone.”
스트레스로 가득한 도시의 여름에 환상의 세계로 떠난 소녀의 리조트 룩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디자이너 윤세나. 트렌치코트를 변형한 베이지색 베스트와 점프슈트, 풍성한 주름 장식의 실크 블라우스 등은 도심에서의 옷 입기에 여유로움을 선사한다.

도호 DOHO
“바리아시옹 드 뤼미에르(Variation de Lumiere), 빛의 변화, 아침 이슬의 수줍은 반짝임부터 경쾌한 한낮의 햇볕 그리고 어둠 속의 유혹적인 광채까지.”
디자이너 도호는 풍성하게 주름 잡은 시폰 소재와 강렬한 무늬의 실크소재, 반짝이는 크리스털 장식으로 빛이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스펙트 럼을 의상에 풀어냈다.

최명욱 ISAE
“붓으로 그린 듯한 자연스러운 염색 기법의 실크 트윌 소재를 사용해 한복의 여밈 형태를 현대적인 드레스로 재해석했다.”
자연을 이야기하는 디자이너 최명욱의 이번 시즌 테마는 ‘바람’이다. 무엇인가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는 바람, 한복의 요소를 이용해 바람의 이미지를 자연 염색한 실크, 명주, 모시 등의 소재에 담아냈다.

박승건 PUSH BUTTON
“Relax, Healthy, World Peace, Love Dog.”
여유로운 실루엣의 스웨트 셔츠와 실크 팬츠, 경쾌한 줄무늬 티셔츠, 상큼한 녹색 바나나잎 프린트 룩을 입은 파란 렌즈를 낀 모델들이 경쾌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박승건의 애완견 푸시와 함께여서 더 사랑스러웠던 그의 컬렉션.

    에디터
    김주현
    포토그래퍼
    Courtesy of Seoul Fashion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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