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디자이너의 작업 노트 1

화려한 런웨이에서 선보이는 의상들. 그 의상들의 맨 처음은 디자이너의 작업 노트에 있다. 25명의 디자이너가 <얼루어> 독자를 위해 기꺼이 내준 2011 봄/여름 컬렉션의 작업 노트, 그 치열한 열정의 조각들.

김석원 ANDY&DEBB
“Interior Design Elements : Chandelier, Frames, Lattice Work and More…”
건축과 패션은 닮은 점이 많다. 기초 공사를 튼튼히 한 후 잘 지어 올린 집과 완벽한 재단 을 곁들인 테일러드 실루엣의 옷은 오랜 생명력을 지닌다. 이번 앤디앤뎁의 컬렉션에는 샹들리에와 격자무늬 등의 건축적인 요소가 담백하게 배어 있다.

정혁서&배승연 STEVE J & YONI P
“정글의 동물들과 함께하는 도심 속에서의 유쾌한 정글 탐험, 함께하실까요?”
동물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이끼로 가득한 스티브앤요니의 정글 캠프에 초대받았다. 익살스러운 앵무새, 도마뱀, 박쥐 프린트를 더한 밀리터리 무드의 스포티 룩. 그들의 컬렉션에 다녀오면 언제나 한바탕 놀다 온 기분이 든다.

이석태 KAAL E. SUKTAE
“각진 어깨, 가죽 패치워크 등의 요소로 완성하는 미래적인 Kaal의 여성상.”
영화 <스타 워즈>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그는 의상의 모티프를 조립식 장난감이나 로봇, 자동차 등에서 따왔다고 했다. 검은색과 컬러풀한 색상의 가죽, 실크, 시폰 소재를 요리조리 패치워크한 의상에서 강한 여전사의 이미지가 그려진다.

홍혜진 THE STUDIO-K
“여성이 남성복을 입었을 때 변주되는 다양한 이미지의 표현, 남자가 꼭 가져야 할 아이템에서 출발한 의상은 아름다운 여성의 몸 위에서 다채로운 감성을 구현한다.”
남성복의 소재와 패턴, 버튼홀, 라펠 같은 요소를 여성복에 가미해 드레스와 테일러드 베스트, 팬츠 등 을 선보였다. 실루엣은 여성스럽지만 봉재와 재단, 곳곳에 녹아 있는 디자인 요소는 남성복에 더 가깝다.

고태용 BEYOND CLOSET
“넉넉한 실루엣의 재킷과 2분의 1팬츠로 변형한 클래식 체크 슈트, 백팩이나 야구모자 같은 캐주얼 아이템과의 믹스앤매치, 이번 시즌에 내가 말하고 싶은 것들.”
‘당신의 유년기’를 테마로 아버지의 커다란 슈트를 옷장에서 몰래 꺼내 입고 놀러 나가는 소년의 모습을 그린 고태용. 그 소년은 어느새 캔버스 위가 아닌 런웨이를 걷고 있었다.

이상봉 LIE SANG BONG PARIS
“자유를 갈망하고 구원의 메시지를 상징하는 새의 이미지를 깃털 모티프와 일러스트를 통해 모던하게 표현했다.”
평화를 상징하는 수천 마리의 새가 하늘을 수놓는 영상을 시작으로, 날렵한 테일러드 재단과 새의 깃털 모티프를 담아낸 의상을 입은 모델들이 런웨이를 물들였다. 수묵화를 보는 듯한 한국적인 선, 자로 잰 듯한 테일러드 기법, 이상봉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평화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주효순PAUL&ALICE
“과거를 알 수 없는 여인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을 통해 만들어지는 이야기.”
스트링 장식을 넣어 허리를 강조한, 부드럽게 몸을 감싸는 면과 실크 소재의 드레스가 주를 이룬다. 디자이너 주효순은 소녀에서 여인이 되기 전쯤의 여성을 떠올리며 옷을 만들었다고 했다.

임선옥IMSEONOC
“복잡한 디자인 요소가 옷에 불필요한 힘을 주는 시대, 최소한의 디자인 작업으로 충분히 아름다운 실루엣을 만드는 옷을 표현하고 싶었다.”
애시드한 색감의 저지 소재와 얇게 비치는 초경량 나일론 소재의 믹스앤매치, 흐르는 듯 자연스러운 실루엣과 부드러운 곡선절개가 돋보였던 임선옥 컬렉션. 꾸미지 않은 섬세함이 때론 더 아름답다는 걸 그녀는 안다.

신재희 JEHEE SHEEN
“타고난 인간의 유약함으로부터 벗어나 내면의 절제를 통해 강한 정신적 자아를 지닌 남성, 그런 남성을 검도복의 요소를 이용해 표현하고 싶었다.”
끈으로 묶는 장식을 통해서 자기 절제와 통제의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는 디자이너 신재희. A라인 실루엣과 단단하게 묶은 매듭 장식이 상반된 조화를 이룬다.

강동준 D.GNAK
“Workaholic Creates a New Style.”
일 중독자의 흐트러진 옷차림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디자이너 강동준. 넥타이가 흘러내리는 것조차 거슬렸던 걸까? 넥타이를 재킷 칼라의 절개 부분으로 쏙 빼낸 아이디어가 재치 있다.

곽현주 KWAK HYUN JOO COLLECTION
“‘Mad Kiss’를 주제로 동화 <백설공주>의 독사과 일화를 역발상하여 사랑하는 사람에게 키스를 받기 위해 독사과를 준비해 그와의 키스를 꿈꿔본다.”
발칙한 상상에서 출발한 곽현주 컬렉션. 테일러드 재킷을 변형한 케이프와 가죽 쇼츠, 스터드 지퍼 장식의 실크 드레스 등 프릴 장식과 테일러드 기법을 조합해 매혹적인 21세기 ‘롤리타 백설공주’를 탄생시켰다.

이주영 RESURRECTION
“소매와 칼라의 탈부착, 길이 조절 등으로 표현한 형태의 변화는 옷의 용도 변화를 가능하게 하며 실용성과 기능성을 동시에 부여한다.”
테일러드 재킷에 장식한 탈부착이 가능한 후드, 테일러드 베스트와 후드 점퍼로 분리되는 재킷, 길이 조절이 가능한 소매 등 디자이너 이주영은‘ 실용성’을 디자인 도구로 자유롭게 활용했다.

    에디터
    김주현
    포토그래퍼
    Courtesy of Seoul Fashion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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