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로보다 따뜻한 만둣국

밖에는 눈이 내렸고 매서운 바람에 볼과 손끝이 발그레졌다. 하얀 김이 폴폴 나는 만둣국 한 그릇이 상에 올랐다. 양손으로 그릇을 감싸 국물을 들이켜자마자 몸속 깊은 곳까지 뜨거운 열기가 전해졌다. 그래. 겨울에는 역시 만둣국이다.

1. 왕만둣국| 북촌칼국수
뽀얗게 우러난 사골 육수의 깊은 맛이 웬만한 곰탕 한 그릇 못 지 않다. 고기, 부추, 당면을 다져 넣은 만두소는 육즙이 풍부해 퍼석하지 않고 부드럽게 씹힌다. 도톰한 만두피는 바로바로 반죽을 하기 때문에 졸깃함이 살아있는 것이 특징. 진한 육수가 만두 속까지 배어들어 별다른 양념을 더하지 않아도 간이 잘 맞는다. 매콤하게 버무린 김치겉절이를 올려 먹으면 더욱 맛있다.

●가격 왕만둣국 7천원
●주소 종로구 소격동 84
●문의 02-739-6339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오후9시 30분까지

2. 해물만둣국| 쟈니덤플링
얇게 민 넓은 만두피에 소를 적게 넣고 빚은 중국식 만두인 훈툰을 맛볼 수 있는 곳. 훈툰은 국수처럼 후루룩 먹을 수 있어 중국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 중 하나다. 이 집에서 만든 훈툰은 북방식으로, 남방식에 비해 만두피가 좀 더 도톰하지만, 국물과 한술 뜨면 입안으로 쏙 빨려 들어간다. 홍합과 청양고추로 맛을 낸 시원하고 얼큰한 국물은 비오는 날 더 생각날 맛이다.

●가격 해물만둣국 6천원
●주소 용산구 이태원동 130-3
●문의 02-790-8830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3. 봉산만둣국| 봉산옥
황해도가 고향인 시어머니로부터 알음알음 배운 솜씨로 황해도만두의 담백함과 깊은 맛을 재현하는 집. 졸깃졸깃한 만두피와 배추, 숙주, 부추 등 채소를 듬뿍 넣은 만두소가 만두 맛의 비결이다. 양지머리를 장시간 우려낸 국물은 깔끔하면서도 감칠 맛이 난다. 고추양념으로 매콤하게 무친 명태회를 곁들인 오징어순대도 이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 중의 별미.

●가격 봉산만둣국 8천원, 오징어순대 1만6천원
●주소 서초구 서초3동 1451-9
●문의 02-525-2282
●영업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일요일 휴무

4. 만둣국| 평양면옥
만둣국을 주문하면 주먹만한 만두 6개가 맑은 육수에 담겨 나오는데, 그 푸짐한 양에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평양만두는 투박하다 싶을 만큼 도톰한 만두피가 특징인데, 이 집 만두는 피의두께가 적당하고 반죽에 찰기가 있어 입안에서 겉돌지 않는다. 만두소 역시 두부와 고기, 숙주의 비율을 적절히 맞춰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운 맛과 씹는 맛이 조화를 이룬다.

●가격 만둣국 9천원
●주소 강남구 논현동 66-2
●문의 02-549-5378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5. 만둣국| 진진
명절 전날이면 할머니는 큰솥에 사골육수를 한소큼 끓였다. 다음 날이면 뽀얗게 우러난 육수에 한입 크기로 빚은 만두를 넣고 팔팔 끓여 지단과 김을 한줌 올린 만둣국이 어김없이 상에 올랐다. 사골육수에 아담하게 빚은 만두와 고명을 곁들인 이 집 만둣국을 먹을 때마다 할머니께서 끓여주시던 만둣국생각이 난다. 정갈한 손 맛이 느껴지는 집.

가격 만둣국 8천원
●주소 영등포구 여의도동 36-4 3F(오륜빌딩 3층)
●문의 02-780-7867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일요일 휴무

6. 만둣국| 만두집
개성식 만둣국 하나로 번듯한 간판 하나 없이 허름한 건물 한구석에서 30년 넘게 대를 이어 장사해온 오래된 맛집. 별다른 고명 없이 양지머리육수에 반달모양으로 빚은 투박한 만두를 담아낸 것이 전부지만, 국물의 간이며 만두피의찰기와 두께, 만두소에 들어간 재료의 비율까지 어느 것 하나 모자라거나 넘치는 구석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완벽하다.

●가격 만둣국 8천원
●주소 강남구 신사동 661-1
●문의 02-544-3710
●영업시간 정오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둘째, 넷째 일요일 휴무

7. 칠리완탕| 시추안하우스
이 집 완탕은 생김부터 독특하다. 만두에 네 가지 고추로 만든 고추소스를 끼얹고, 다진 마늘을 튀겨서 올린다. 얼얼하게 매운 소스는 만두의 느끼한 뒷맛을 개운하게 마무리한다. 굴림만두로 착각할 만큼 얇은 만두피에 중국식으로 부추와 고기를 잔뜩 넣은 부드러운 소가 가득 들어 있다. 입에 넣으면 만두피 자락이 호로록 감긴다. 새로운 만두의 발견!

●가격 칠리완탕 9천8백원
●주소 강남구 삼성동 154-11 M타워 1층
●문의 02-508-1320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1시까지

8. 소고기만둣국| 향미
소고기를 두툼하게 썰어 넣고 장시간 끓인 육수에 오향과 청경채, 만두를 넣고 다시 한번 끓이는데 향신료와 고기냄새가 뒤섞여 독특한 향을 풍긴다. 처음에는 이국적인 향 때문에 망설이다가도 일단 국물 맛을 보게 되면 달큼하고 짭조름한 매력에 자꾸만 손이 간다. 돼지고기 육즙을 가득 머금은 만두에도 육수의 간이 배어 소스 없이 그냥 먹어도 맛있다.

●가격 소고기만둣국 8천원
●주소 마포구 연남동 228-26
●문의 02-333-2943
●영업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9. 산동식만둣국| 왕가
맑은 국물에 배추와 시금치, 당근, 목이버섯이 가득해 첫인상은 만둣국이라기 보다 샤브샤브에 가깝다. 일단 만두를 먹어보면 입에 착 달라붙는 차진 만두소에 반하게 된다. 잘게 다진 돼지고기와 부추로 속을 채운 만두는 크기는 작지만 구수한 육즙이 가득 들어 있다. 홍고추로 알싸한 매운맛을 더한 시원하고 얼큰한 국물은 슴슴한 듯 하면서도 은근히 중독성이 있는 맛이다.

●가격 산동식만둣국 6천원
●주소 서초구 반포동 107-79
●문의 02-533-7355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0시30분까지, 둘째, 넷째 일요일 휴무

10. 만두탕| 한일관
손끝이 시린 날이면 이 집 만두탕 생각이 간절하다. 뜨겁게 달군 놋그릇에 담겨보글보글 끓는 데다, 놋그릇과 받침 사이에 열판이 있어 마지막 국물까지 호호 불면서 뜨끈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 한우 등심으로 만든 불고기로 이름난 곳답게 만두소에 돼지고기 대신 기름기가 적은 소고기 목살을 사용해 담백하고 오돌오돌 씹는 맛이 살아 있다.

●가격 만두탕 1만1천5백원
●주소 강남구 신사동 619-4
●문의 02-2638-2739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11. 만둣국| 평안도 만두집
손바닥만한 만두피에 만두소를 푸짐하게 올려 반달 모양으로 빚은 이 집 만두는 투박한 모양새하며 실한 만두소까지 영락없이 ‘시골 할머니표’만두다. 돼지고기, 숙주, 두부, 김치 등을 잘게 다져 만두소를 만들고, 양지머리를 우린 맑은 국물에 넣어 끓인다. 슴슴한 듯하면서 구수한 뒷맛이 일품. 고추양념으로 버무린 소고기고명은 담백한 만두에 감칠맛을 더한다.

●가격 만둣국 6천원
●주소 종로구 내수동 167 지하104호
●문의 02-723-6592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오후10시까지, 일요일 휴무

12. 조랭이떡만둣국| 궁
육즙보다 채소의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좋아한다면 이곳이 제격이다. 3대에 걸쳐 개성식 만두의 맛을 재현하고 있는데, 고기를 적게 넣는 대신 배추와 부추, 숙주, 두부 등을 많이 넣는데, 만두피가 얇아 아삭아삭 만두소 씹는 맛이 살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양지머리와 다시마, 무 등을 우려낸 시원한 국물에 만두를 풀어 졸깃졸깃한 조랭이 떡과 한술 떠 먹어야 제 맛이다.

●가격 조랭이떡만둣국 8천원
●주소 종로구 관훈동 30-11
●문의 02-733-9240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에디터
뷰티 에디터 / 조은선
포토그래퍼
정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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