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돈을 원하면서도 돈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는 건 금기시하는 문화 속에서 래퍼만이 가장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힙합신은 왜 돈 이야기를 할까? 왜 부자가 되길 바라며, 부자가 되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우디 고차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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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 래퍼>의 김하온이 들어오면서 하이어 뮤직의 막내를 벗어났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뭔가 형이 된 것 같아서 괜스레 기분이 좋다. 곧 나올 첫 번째 정규 앨범을 작업하는 중이다. 7월, 혹은 8월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작업하는 동안 살이 많이 쪄서 운동하면서 체중 관리도 하는 중이다.

군기도 잡고 그러나?
전혀.(웃음)

보컬에서 래퍼로 전향한 케이스다. 흔하지 않은 경우인데 노래에 대한 미련은 없나?
전향했다기보다는 원래 하던 보컬에서 영역을 넓히고 음악적으로 접목시킨 거다. 여전히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한다. 보컬을 하면서 익힌 것들을 힙합에 접목하면서 자연스럽게 나만의 색깔이 생기는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노래를 할 건가?
물론이다. 올해 위시리스트에 ‘보컬 연습하기’가 적혀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R&B나 발라드 장르의 앨범을 내고 싶다.

곧 나올 앨범에 당신만의 독특한 취향이 담겼나?
정확하다. 보컬과 랩의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쇼미더머니6>에서 랩을 잘해서 본선까지 올라간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들었을 때 랩도 아니고 노래도 아닌 느낌. 그게 내 무기라고 생각했고 이번 앨범에 오토튠 사운드와 함께 그 두 가지가 잘 녹아 있다.

1년의 시간 동안 달라진 게 있다면?
생각이 많아졌다. 장점이자 단점이다. 내가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할지, 나를 어떻게 알릴지 계속 고민하다 보니 계산적으로 생각하게 되더라. 음악 작업을 하다가도 무언가 ‘계산적이다’라는 느낌이 들면 다 엎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금전적인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 하이어 뮤직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하루에 반 이상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보냈으니까.

주로 어떤 아르바이트를 했나?
제일 힘들었지만 가장 오래 한 건 홍대에 있는 다이소 매장에서 박스를 옮기는 일이다. 매장이 큰데 엘리베이터가 없다. 아침에 600~700개 정도 박스가 들어오면 그걸 알루미늄으로 된 지게에 지고 각 층으로 날랐다. 정말 막노동과 다를 바 없다. 할 때마다 허벅지가 터질 뻔했다.

패션을 좋아하지 않나. 좋아하는 아이템을 사기 위해 인터넷 중고 거래도 많이 해보았나?
그 돈으로 월세를 내고 생활비를 충당했다. 인터넷 중고 거래를 할 여건도 안 됐다. 그냥 보세옷 가게에서 싼 티셔츠를 사서 입었다.

<쇼미더머니6>에서 공연한 ‘Life is Gamble’라는 곡에는 ‘인생은 도박’이라는 후렴구가 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나?
안정적인 걸 좋아했다. 모험보다는 무조건 위험 부담이 없는 쪽으로 선택을 했다. 그런데 <쇼미더머니6>라는 도박을 하면서 인생의 잭팟이 터졌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인생은 도박’이라는 생각도 든다. 안정적인 것만 고수하면 금수저가 아닌 이상 변할 것도 없다. 때로는 확 지를 줄 아는 배짱도 필요하다.

이번 앨범에 돈 이야기를 한 노래 가사가 있나?
최근 재범 형의 ‘소주’라는 싱글 앨범에 참여했는데 거기에 ‘너네 1년을 내가 한 달 만에 벌어’ 라는 가사가 있다.

래퍼들은 왜 돈 이야기를 할까?
자랑이라기보다는 자신에게 떳떳하니까 그런 가사를 쓴다. ‘그동안 힘들었는데 내가 이만큼 벌었어. 그래서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살 수 있어’ 이런 자신감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마냥 ‘나 돈 잘 벌어’보다 ‘나 열심히 살았어’가 큰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목에 주렁주렁 걸고 왔나?
내가 가진 액세서리 전부다.(웃음) 우리 크루에 주얼리를 전문으로 하는 친구를 영입했다. 그 친구도 아티스트니 그와 컬래버레이션을 한다는 생각으로 목걸이를 제작했다. 다이아몬드도 아니고 큐빅이고 은이다. 이걸 제작하면서 그 친구와 약속했다. 나중에 돈 많이 벌면 꼭 백금에 다이아몬드를 박자고.

우디고 차일드 하면 독특한 패션도 빼놓을 수 없다. 패션에서 금기시하는 게 있다면?
유행하는 건 피한다. 실제로 작년에 밀리터리 팬츠가 유행했다. 홍대를 갔는데 모든 홍대 힙스터들이 다 그 바지를 입고 있더라. 난 그런 건 싫다.

그러고 보니 지금 입고 있는 바지도 특이하다.
이번 앨범의 트랙리스트를 직접 매직으로 적었다. 근데 적어놓고 바뀐 게 많아서 앨범이 나올 때쯤 바지 하나를 새로 사서 다시 쓸 생각이다.(웃음)

우디는 왜 음악을 하나?
그냥 좋아서. 인터뷰 질문에 성심성의껏 길게 대답하는 걸 좋아하지만 이 질문에는 이게 맞는 것 같다.

돈에 대한 욕심도 있나?
많이 쓰고 싶어서 그만큼 많이 벌고 싶다. 아니, 다시 말하자면 많이 쓰는 것보다는 잘 쓰고 싶다. 내가 힘들게 살아봐서 그런지 베풀며 살고 싶다. 사고 싶은 것도 많은데 주변 사람들에게도 베풀려면 정말 많이 벌어야겠지.(웃음)

대체 얼마를 벌어야 많이 버는 걸까?
명품숍에서 가격표를 안 보고 물건을 살 수 있는 수준? 아, 나는 현금을 1만원짜리로 인출하고 그걸 백팩에 가득 담아서 자동차를 사러 가고 싶다. 가방에서 돈다발을 꺼내서 테이블 위에 척척척 쌓아 그 자리에서 일시불로…(웃음). 상상만 해도 좋다.

마지막으로 우디가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은?
궁극적으로는 행복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돈이 없으면 행복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결론은 행복한 게 성공한 인생인데 그러려면 돈이 필요한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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