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와 패션,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담백하고 세련된 취향을 담아내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고원혜가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시간이 지나도 싫증 나지 않는 공간을 꾸미는 노하우와 나이를 잊고 사는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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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활동한 지 올해로 어느덧 28년 차에 이르는 고원혜의 이름 앞에는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한국 패션산업과 패션지의 전성기였던 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화보와 광고 촬영장을 밤낮으로 오가며 누구보다 활발하게 활동해온 그녀는 지금도 배두나와 정유미, 이하늬를 비롯한 여배우들을 전담하며 화보나 광고촬영 현장에서 직접 메이크업을 하고, <겟잇뷰티>를 비롯한 뷰티 방송 프로그램의 멘토로 뷰티 노하우를 알리는 데도 적극적이다. 2015년에는 오랜 뷰티 철학을 담아 스킨케어 브랜드 라곰을 론칭하기도 했다. 2004년, 도산공원 근처에 자신의 이름을 따 ‘ 고원’이라는 뷰티 살롱을 열었는데 자연스럽고 편안한 그녀의 메이크업처럼 흰색 원목 가구를 배치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인테리어가 화제였다. 지난해 10월, 새롭게 이전하기 전까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인테리어에 크게 손을 대지 않아도 될 만큼 공간을 꾸미는 데에 있어서도 남다른 취향과 감각을 가지고 있다. 오래된 2층 주택을 개조한 새로운 고원 역시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모던하면서도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근사하다. 그런 그녀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집은 어떨지 몹시 궁금해졌다.

 

1 하루 일과를 적은 수첩들. 2 심플한 디자인의 주얼리. 3 거실 한쪽 벽면을 장식한 팝아트 작품과 카르텔 체어. 4 집 안 곳곳을 장식한 독특하고 재미있는 디자인의 시계와 조명. 5 침실 옆 화장실을 화장대로 개조한 공간. 평소 스킨케어를 할 때 자주 사용하는 제품을 가지런히 정리해두었다. 6 화장대 한쪽에는 오일 제품 개발을 위해 테스트 중인 다양한 오일 제품이 놓여 있다. 7 집 안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공간인 주방 옆 다용도실. 주방 바로 옆에 딸린 작은 방의 문과 문턱을 없애고 베란다를 터서 식탁과 그릇 수납장을 두었다.

1 하루 일과를 적은 수첩들. 2 심플한 디자인의 주얼리. 3 집 안 곳곳을 장식한 독특하고 재미있는 디자인의 시계와 조명. 4 침실 옆 화장실을 화장대로 개조한 공간. 평소 스킨케어를 할 때 자주 사용하는 제품을 가지런히 정리해두었다. 거실 한쪽 벽면을 장식한 팝아트 작품과 카르텔 체어.

집이 평수보다 훨씬 넓어 보여요. 공간을 꾸밀 때 어떤 스타일을 추구했나요?
공간을 꾸밀 때는 시간이 지나도 싫증이 나지 않는 스타일을 추구해요 . 벽이나 소파, 침대처럼 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모두 흰색으로 통일하고 대신 다채로운 색상의 그림과 소품으로 포인트를 주었어요. 가구는 나무의 질감이 자연스럽게 살아 있는 것들을 좋아해요. 세월의 흔적이 남아도 멋스럽고,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고 편안하니까요. 그래 서 바닥도 코팅이 되지 않은 나무 소재로 선택했어요.

집 안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주방 바로 옆에 있는 다용도실 같은 공간인데요. 주방에는 아일랜드 식탁만 두고 주방 옆에 딸린 작은 방의 문과 문턱을 없애고 베란다를 터서 식탁과 그릇을 진열하는 커다란 수납장을 두었어요. 아침이면 통유리 너머로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데, 아침에 일어나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 시며 다이어리에 하루 일과를 정리하는 시간이 참 소중해요. 지인들도 거실보다 이곳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걸 더 좋아하더라고요.

집 안 곳곳에 조명이 참 많은데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거실과 침실에는 천장에 조명이 없어요. 집에 오면 온전히 쉬고 싶은데 천장에 조명이 있으면 계속 일하는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집 안 곳곳에 간접조명을 두었어요. 침실에 세 개, 거실에 세 개, 작은 방과 욕실에도 조명을 따로 두었죠. 출장이나 여행을 하다 마음에 드는 조명을 발견하 면 일단 사놓는 편이에요. 공간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데 조명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조명에 대해 더 깊이 배워보고 싶어요. 조명만큼이나 많은 게 바로 시계예요. 늘 시간과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며 살아온 탓일까요? 디자인이나 색감이 독특하고 재미있는 시 계를 보면 자꾸 사 모으게 돼요.

수납에도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아요. 특히 현관 한쪽을 꽉 채운 빈 티지풍의 신발장과 거실의 TV 수납장이 인상적이에요.
물건이 밖에 어지럽게 나와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공간에 맞게 수납 장을 별도로 제작했어요. 신발장은 어릴 적 부엌에 있던 찬장을 떠올리 며 목재를 이용해서 미닫이로 여닫을 수 있게 만들었어요. 찬장처럼 반 투명한 유리창도 넣고요. 거실의 TV 수납장도 비슷하게 디자인했어요. 당장 사용하지 않는 화장품은 침실 화장실 벽에 수납장을 만들어 차곡 차곡 진열해뒀고요.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집에 오면 집 안 곳곳에 화장품이 가득 놓여 있을 것 같은데 의외로 화장품이 많지 않네요.
살롱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집에는 정말 꼭 필요한 화장품만 두 는 편이에요. 평소 스킨케어를 할 때 여러 단계에 걸쳐 복잡하게 하기보 다 꼭 필요한 제품만 바르다 보니 필요한 화장품이 그렇게 많지도 않고 요. 언젠가부터 더하기보다 덜어내는 데 더 관심을 두는 것 같아요. 라곰을 만들 때도 피부에 꼭 필요한 성분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덜어내서 피부에 자극이 되지 않도록 하는 데 공을 들였어요. 평소에는 세안 후 미스트를 충분히 뿌리고 아이크림, 세럼, 영양크림, 오일 순으로 발라요 . 스킨케어 마지막 단계에서 오일 한 방울을 손바닥에 떨어뜨려 피부에 살짝 얹는다는 느낌으로 바르면 확실히 피부가 덜 건조해요. 오일을 워낙 좋아해서 요즘 오일 클렌저나 오일 세럼을 개발하려고 여러 종류의 오일을 열심히 테스트해보는 중이에요.

 

6 화장대 한쪽에는 오일 제품 개발을 위해 테스트 중인 다양한 오일 제품이 놓여 있다. 7 집 안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공간인 주방 옆 다용도실. 주방 바로 옆에 딸린 작은 방의 문과 문턱을 없애고 베란다를 터서 식탁과 그릇 수납장을 두었다. 8 침실에 있는 서랍장 겸 화장대. 이곳에도 작은 스탠드와 시계가 놓여 있다. 평소 조명과 시계에 관심이 많아 여행이나 출장 길에 하나 둘 사 모은 것이다. 9 높이가 낮은 침대와 조도가 낮은 스탠드 조명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침실. 집 안에서는 온전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침실과 거실에는 천장 조명을 없애는 대신 집 안 곳곳에 여러 개의 간접조명을 두었다.

6 집 안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공간인 주방 옆 다용도실. 주방 바로 옆에 딸린 작은 방의 문과 문턱을 없애고 베란다를 터서 식탁과 그릇 수납장을 두었다. 7 침실에 있는 서랍장 겸 화장대. 이곳서도 작은 스탠드와 시계가 놓여 있다. 평소 조명과 시계에 관심이 많아 여행이나 출장 길에 하나 둘 사 모은 것이다. 8 집에서 사용하는 화장품을 모아놓은 바구니. 살롱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집에는 늘 사용하는 화장품만 두는 편이라고. 스킨케어도, 메이크업도 꼭 필요한 단계만으로 끝내는 고원혜의 취향을 잘 보여준다. 9 화장대 한쪽에는 오일 제품 개발을 위해 테스트 중인 다양한 오일 제품이 놓여 있다.  10 높이가 낮은 침대와 조도가 낮은 스탠드 조명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침실. 집 안에서는 온전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침실과 거실에는 천장 조명을 없애는 대신 집 안 곳곳에 여러 개의 간접조명을 두었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고원혜식 메이크업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메이크업도 스킨케어와 마찬가지예요. 적당히 커버력이 있으면서 번들거리지 않는 베이스 제품으로 피부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눈썹과 아이라인을 그린 다음 마스카라를 바르고 립스틱을 바르면 끝이죠. 요즘처럼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할 때는 색과 면을 강조한 메이크업보다 선을 강조한 메이크업이 더 시원해 보이는 것 같아요. 피부 표현을 할 때 인위적으로 윤기를 부여하려고 번들거리거나 끈적이는 베이스 제품을 사용하면 자연스럽지 않아요. 특히 쿠션 팩트 중에 그런 제형이 많은데, 적당히 수분감을 주면서 적당히 커버도 되는 쿠션 팩트를 늘 찾다가 마음에 딱 드는 게 없어서 직접 만들었어요. 2년 넘게 공을 들였는데 가을쯤 세상에 나올 예정이에요. 피부톤에 맞는 립 컬러를 바르는 것도 중요해요. 저는 늘 립스틱 두세 개를 섞어서 발라요. 요즘은 진달래색에 빠져 있는데 같은 진달래색이라도 채도와 톤이 다르기 때문에 믹스해서 바르면 색다른 컬러를 만들 수 있죠.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노하우도 궁금해요.
어려서부터 꾸미고 모양 내는 걸 좋아했는데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정신없이 보낸 시기에는 제대로 관리할 여유가 없었어요. 40대 때부터는 10년 넘게 한 피부과에서 주기적으로 레이저 시술이나 관리도 받고, 운동도 꾸준히 해오고 있어요. 올해로 14년째 필라테스를 하고 있는데 이제 선생님 없이 혼자서 해도 될 정도로 익숙해졌어요. 얼마 전부터는 퍼스널 트레이닝도 일주일에 한 번씩 받고 있어요. 헤어 스타일이나 옷을 젊게 입는 것도 중요해요. 앞머리가 있는 단발 스타일을 오래 해왔는데 앞머리가 있으면 확실히 어려 보여요. 옷도 스타일이나 브랜드에 제한을 두지 않고 젊은 디자이너 브랜드와 자라나 H&M 같은 스파 브랜드, 명품 브랜드를 자유롭게 믹스매치하는 편이죠. 아름다워지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이에 상관없이 스스럼 없이 어울리고 유머를 잃지 않는 것도 비결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그런가요? 나이가 많다고 어른 티를 내는 건 좋아하지 않아요. 무서운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요. 스트레스에도 둔감해지려고 노력해요. 고민이 있어도 밤새워 고민하기보다 일단 푹 자고 보죠. 밤에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면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생각해보는 게 현명하니까요. 그것 말고도 신경 써야 할 일이 너무 많기도 하고요. 현업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도 젊게 사는 비결인 것 같아요.

화보나 광고 촬영을 하거나 뷰티 멘토로 방송에 출연하는 일이 많은데, 새로운 트렌드나 컬러에 대한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나요?
패션쇼의 백스테이지 메이크업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대신 틈틈이 백화점에 들러서 지하 식품관부터 뷰티, 패션, 리빙 관련 매장까지 쭉 둘러보는데 그렇게 하면 최신 트렌드나 다음 시즌에 유행할 컬러,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들이 보여요. 출장이나 여행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영감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올여름, 혼자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난다고 들었어요.
언젠가부터 혼사 사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들이 있긴 하지만 결국 각자의 삶을 사는 거니까요. 나이가 더 들기 전에 낯선곳에서 혼자 머무는 여행을 하고 싶어서 올해 실천에 옮기기로 했어요 . 이탈리아 남부에 가정집을 빌려서 한 달간 머물다 올 예정이에요. 현지인처럼 특별한 계획 없이 살아보는 게 목표예요. 요즘W ‘ ell Die’에 대한 생각을 조금씩 하는데, 지금처럼 건강하게, 하루하루 하고 싶은 일들을 열심히 하면서 즐겁게 살다 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