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피부에 잘 맞는 화장솜이 다르다는 사실을 아는지? 그간 화장솜을 단순한 소모품쯤으로 여겨왔다면, 이제라도 화장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매일 사용하고, 피부에 직접 닿는 만큼 꼼꼼하게 골라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60-1

“시루콧토 화장솜 세 박스만 사다 줘. 그게 그렇게 좋다며?” 약 2년 전, 일본 출장길에 친구의 부탁을 받고 사실 좀 놀랐었다. 화장품에 관심이 별로 없는 친구가 ‘화장솜’을 탐내다니! 친구의 설명은 이랬다. 화장은 별로 하지 않지만, 클렌징 워터와 토너는 꼭 쓰기 때문에 화장솜만큼은 꼼꼼하게 고른다고. 그래서 당시 뷰티 마니아들 사이에서 ‘화장솜계의 샤넬’로 입소문이 났던 도톰한 스펀지 타입의 시루콧토 화장솜만은 꼭 써보고 싶었단다. 사실 화장솜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꽤 오랫동안 화장솜은 화장품 매장의 판촉용 사은품, 1~2천원어치를 사면 몇 달을 사용하는 ‘가벼운 소모품’의 지위에 머물러 있었다. 화장솜은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조연의 위치를 벗어나지 못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기도 했다.

달라진 화장솜의 위상 화장솜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신분 상승을 거듭해오고 있다. 화장솜과 함께 써야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조금씩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 이를테면 워터 에센스가 대표적이다. 특히 헤라는 2013년 셀 에센스를 출시하며 화장솜을 세트 구성했는데, 손으로 사용할 때보다 화장솜과 함께 사용할 때 효과가 더 뛰어나 소비자들에게 ‘셀 에센스 = 물결무늬 화장솜’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세안 직후 사용하는 워터 타입의 셀 에센스를 물결무늬의 화장솜에 덜어 피부를 정돈하면 각질과 노폐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어요. 특히 화장솜을 이용하면 적정량으로 피부에 풍부한 영양을 공급할 수 있죠.” 헤라 브랜드 매니저 최유진의 설명이다. 클렌징 워터와 토너 역시 화장솜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특히 최근에는 환경 오염과 미세먼지로 인해 ‘자극 없이 말끔한 클렌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클렌징의 첫 단계와 마지막 단계에 클렌징 워터, 토너를 사용하는 비중이 증가했다. 덩달아 화장솜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더 높아졌다. 이러한 트렌드에 힘입어 라로슈포제는 온천수 기반의 미셀라 클렌징워터 울트라를 출시하면서 프로모션용 화장솜을 한정 제작하기도 했다. “제품 출시를 기념해  특별 패키지를 기획하면서 클렌징 워터를 사용할 때 꼭 필요한 화장솜을 세트로 구성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자극 클렌징 워터라는 제품의 특성에 맞게 화장솜 역시 피부 자극이 적은 제품으로 제작하기 위해 공을 들였죠. 메시 면으로 노폐물을 깨끗하게 지우고, 엠보싱 면으로 피부결을 부드럽게 정돈할 수 있도록 양면 제작했는데, 두 제품을 함께 사용하면 클렌징 워터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요.” 라로슈포제의 마케팅팀 전혜진의 설명이다. 최근 몇 년 새 ‘피부가 예민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화장솜이 재조명받는 데 영향을 미쳤다. 더삼점영 피부과의 황은주 원장 역시 이에 동의했다. “최근에는 화장솜을 단순히 클렌징할 때만 사용하지 않고, 스킨을 적셔서 팩을 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화장솜이 피부에 닿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자연스레 그 중요성도 재조명받고 있죠. 피부에 안전한 화장품을 원하는 트렌드에 맞춰 화장솜도 피부 자극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품을 찾는 추세예요.”

각양각색 화장솜 화장솜을 피부 타입과 용도에 맞춰 까다롭게 고르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종류 역시 다양해졌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건 시루콧토로 대표되는 스펀지 타입의 도톰한 화장솜과 피부 자극이 적은 100% 순면 소재의 화장솜, 상황에 따라 여러 겹으로 분리해 사용할 수 있는 N겹 화장솜 등이다. 예민한 피부로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뷰티 브랜드도 형광 물질을 함유하지 않고, 보풀 발생이 적으며, 두께가 도톰해 피부 자극을 최소화한 화장솜을 선보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종류별 특징은 다음과 같다.

일반 화장솜 흔하게 볼 수 있는 면 소재 화장솜. 피부에 닿는 느낌이 부드러운 편이지만, 보풀이 많이 일어나고 제품을 많이 흡수한다.

물결, 엠보싱 화장솜 보풀 발생이 적고 엠보싱 패턴으로 피부를 문지르면 잔여물 제거가 쉽다. 각질, 노폐물을 정돈할 때 사용하면 좋다.

스펀지, 부직포 화장솜 액체를 잘 머금도록 가공된 펄프, 레이온 소재의 화장솜. 다른 화장솜에 비해 제품을 두 배 적게 흡수하면서도 피부에 풍부한 수분을 전달한다. 두께가 도톰해 팩으로 활용하기 좋다.

거즈형 화장솜 얇고 넓은 거즈 모양이라 피부에 잘 밀착된다. 적은 양의 토너로 촉촉하게 피부결을 정돈할 수 있으며 피부 자극이 적다.

홀 타입 화장솜 미세한 구멍이 있는 화장솜. 이 구멍이 화장품을 충분히 머금어 한 장으로 전체 메이크업을 부드럽게 제거할 수 있다.

N겹 화장솜 여러 겹이 하나로 뭉쳐져 있는 화장솜. 토너를 사용할 때는 두세 겹을, 팩으로 활용할 때는 네 겹을, 네일을 지울 때는 한 겹을 사용하는 식으로 다양하게 분리해 활용할 수 있다.

화장솜, 더 제대로 쓰고 싶다면 그렇다면 화장솜을 제대로 고르고 사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화장솜도 화장품처럼 피부 타입, 컨디션별로 잘 맞는 제품이 따로 있다고 조언한다. 나에게 잘 맞는 화장솜을 찾기 위해서는 다양한 화장솜을 써보고 자신에게 잘 맞는 제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여러 종류의 화장솜을 구비해두고, 상황에 맞게 골라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피부가 건조하거나 자극에 예민한 편이라면 평소 부직포, 100% 순면 화장솜처럼 도톰하고 수분 공급 효과가 뛰어난 제품을 사용해 피부를 부드럽게 관리하는 방법을 추천해요. 지성, 트러블 피부라면 아침에는 부직포 화장솜을, 저녁에는 노폐물 제거 효과가 뛰어난 물결무늬 화장솜과 엠보싱 화장솜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하고요. 여러 가지 화장솜을 구비해두고, 피부 컨디션에 따라 적절한 제품을 골라 쓰다 보면 어느새 나에게 잘 맞는 화장솜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렛미스킨의 교육팀 이귀정의 조언이다.

만약 피부가 극도로 예민한 편이라면? 화장솜을 고를 때도 좀 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세안 후에는 피부 속 수분 함유량이 저하되고 피부 표면의 각질이 유연해져요. 따라서 같은 자극에도 평소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죠. 이때 피부에 닿는 화장솜이 자극적이라면 피부가 어떻게 되겠어요? 예민한 피부라면 매일 쓰는 화장솜의 자극 정도에 따라 피부 상태가 크게 좌우될 수 있어요.” 황은주 원장은 예민한 피부일수록 화장솜을 고르기 전 여러 가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적셔서 사용했을 때 유해한 물질이 녹아 나오지 않도록 100% 천연 소재의 제품을 사용하는 게 좋아요. 피부와 닿는 면이 요철 없이 부드러운지, 별도의 가공을 하지 않은 제품인지도 따져봐야 하죠. 화장솜 박스를 열었을 때 먼지나 가루날림이 있는지도 확인해보세요. 먼지나 가루날림이 있으면 모공을 막아 자극을 유발할 수 있거든요. 그 다음엔 화장수를 적셔 손등에 가볍게 테스트해보며 보풀이 생기진 않는지, 밀리거나 뭉치진 않는지를 따져보세요. 특히 알레르기성 피부라면 항균 처리된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중요해요.” 예민한 피부에는 피부에 닿는 모든 것이 자극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사용 시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토너나 에센스를 사용할 때는 제품을 화장솜에 충분히 적시고, 손 힘을 최대한 뺀 채 피부를 한두 번만 가볍게 닦아낸다.

화장솜은 매일 적게는 한두 장, 많게는 대여섯 장까지 수시로 사용하는 도구다. 늘 가까이 있는 만큼 가볍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화장솜만 잘 골라도 피부가 꽤 달라진다는 건 이미 어느 정도 증명된 바다. 실제로 민감하고 건조한 피부를 가진 에디터 역시 스펀지 타입으로 화장솜을 바꾼 후 토너가 훨씬 잘 흡수돼 피부결이 달라진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취재차 만난 더삼점영 화장품의 홍보팀 김두연 대리 역시 화장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피부에 잘 맞는 화장솜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어요. 시트 마스크는 순면 소재인지, 하이드로 겔 소재인지 깐깐하게 따져 고르면서, 시트 마스크보다 더 자주 쓰는 화장솜을 아무거나 사용할 순 없잖아요?” 어떤 화장품을 써도 피부 컨디션이 영 별로라면, 먼저 화장솜을 바꿔보길. 피부에 잘 맞는 화장솜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피부결이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60-7

전문가가 추천하는 화장솜 활용법

1 따뜻한 물에 적신 화장솜을 눈두덩에 올려두면 충혈된 눈이 금세 가라앉는다.

2 녹차에 적신 화장솜을 냉장 보관한 후, 부은 눈두덩과 볼에 올려 부기 진정 패치로 사용한다.

3 진정 토너를 적신 차가운 화장솜을 달아오른 피부 위에 올려 진정 팩으로 활용한다.

4 면봉에 화장솜을 돌돌 말아 클렌징 워터나 토너에 적신 뒤 눈가 화장과 블랙헤드를 부드럽게 제거한다.

5 토너를 적신 화장솜을 손톱 위에 올린 뒤 장갑을 끼고 10분간 방치해 네일 팩으로 활용한다.

6 일반 화장솜 7~10장을 4등분한 뒤 다 쓴 크림통에 넣고, 네일 리무버를 부어 네일을 지울 때마다 사용한다.

 

남다른 화장솜

60-21 렛미스킨의 울트라 실키 패드 피부에 여러 번 문질러도 보풀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보드라운 펄프, 레이온 소재의 화장솜. 사이즈가 크고 도톰해 팩으로 활용하기 좋다. 80매 4천5백원.60-32 시루콧토의 우루우루 화장솜 폭신폭신하고 도톰한 펄프 소재의 스펀지 화장솜. 흡습성이 좋아 평소 스킨 양의 절반만 사용해도 충분히 적실 수 있다. 국내에서는 롭스에서 구매 가능하다. 40매 3천원.

60-43 화이트 래빗의 홀 타입 화장솜 100% 천연 순면 부직포를 사용한 티슈 타입의 화장솜. 표면의 미세한 구멍들이 짙은 메이크업도 자극 없이 부드럽게 제거한다. 100매×5개 1만2천5백원.

60-54 보코통의 원형 화장솜 살충제와 제초제,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유기농 목화솜을 100% 사용했다. 도톰한 엠보싱 소재가 피부에 부드럽게 닿으며 보풀 발생이 적다. 60매 4천5백원.

60-6

5 더 3.0화장품의 스킨케어 순면 100% 화장솜 100% 국내산 목화솜을 사용하고 항균 처리를 해 알레르기성 피부도 사용할 수 있다. 무실링 압축 가공 방식이라 보풀 발생이 적다. 80매 3천3백원.

60-86 올리브영의 멀티(5겹) 화장솜 얇게 압축된 100% 순면 시트 5겹을 원하는 용도에 따라 분리하여 사용하는 코튼 화장솜. 형광증백제를 사용하지 않아 피부 자극이 적다. 80매 3천3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