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배우들 사이의 ‘케미스트리’가 영화를 보는 재미를 좌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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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인 더스트

무한대를 본 남자

무한대를 본 남자

이 ‘케미스트리’는 비단 남녀 사이에만 있지 않고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 사이에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달 고른 영화에서 눈여겨볼 것은 바로 배우들의 화학작용이다. <무한대를 본 남자(The Man Who Knew Infinity)>는 남자들의 케미가 돋보이는 영화다. 노장 배우 제레미 아이언스와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인도계 배우 데브 파텔이 그 주인공이다. 영화는 인도 빈민가의 수학 천재 라마누잔과 그를 유일하게 알아준 영국의 괴짜 수학자 하디 교수의 특별한 우정을 그린다. 언뜻 <굿윌헌팅>이 떠오르지만.

이들의 우정이 위대한 수학 공식을 증명해냈다는 걸 알면 달리 보일 것이다. 수학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으나 꿈을 펼칠 수 없었던 라마누잔은 영국 왕립학회의 하디 교수를 만나게 된다. 하디 교수는 학교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를 학교로 초청한다. 수학에 대한 열정 말고는 그 어떤 공통점도 없었던 그들이 함께 연구에 나선 것. ‘수의 분할’ 공식을 비롯해 두 사람이 5년간 함께 연구하며 증명한 수많은 공식과 이론들은 현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하디 교수는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주인공인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 등 이 시대 최고의 천재들을 빛낸 멘토로도 알려져 있다. 홍콩 누아르의 계보를 잇는 <코드네임 : 콜드 워(Cold War2)>에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중화권 최고 스타 자리에 군림하고 있는 주윤발, 곽부성, 양가휘가 등장한다. 여기에 펑위옌, 리즈팅 등 신예 남자 배우가 합세했다. 이 영화는 4년 전 개봉한 <콜드 워>의 후속편으로, 비공개 테러 진압 작전 ‘콜드 워’ 이후를 다룬다. 종료된 줄 알았지만 여전히 테러 조직이 남아 있다는 걸 알게 된 경찰은 다시 그들의 뿌리를 파헤친다. <로스트 인 더스트(Hell or High Water)>에서 크리스 파인과 벤 포스터는 진정한 ‘브로맨스’를 보여준다. 빚더미에 오른 절망적인 현실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연쇄 은행 강도 행각을 벌이는 형제의 이야기다. 전과자 출신의 형 태너(크리스 파인)와 차분하고 이성적인 성격의 동생 토비(벤 포스터)는 범죄에 성공하지만 베테랑 형사 해밀턴의 추격을 받게 된다. 차가운 시선으로 마약에 물든 멕시코를 응시했던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의 각본가인 테일러 셰리던이 각본에 참여했다는 점도 기대를 모은다. 여러 언론에서 웰메이드 영화라는 찬사를 한 몸에 받는 중. 그렇다면 여자들의 케미스트리는 어디 있을까?

<뷰티풀 레이디스(Beautiful Ladies)>가 그 갈증을 풀어줄 수 있을 것 같다. 남자들의 이야기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여성이 아닌, 여성이 모든 스토리를 주도하는 영화다. 감독인 오드리 에스트루고도 여성. 소피 마르소와 수잔 클레망, 앨리스 벨라이디, 앤 르 니 등 프랑스 영화계가 자랑하는 여배우들이 모인 곳은 다름아닌 교도소다. 남편 대신 감옥에 들어간 마틸드(소피 마르소). 그러나 남편은 연락이 끊겼고 면회도 오지 않는다. 이제 그녀는 이름 대신 죄수 번호로 불리며 감옥에서 살아남는 동시에 남편을 찾아야 한다. 또 그녀의 주위에는 기차 테러, 남편 살해 등 각각의 죄목을 지닌 다른 여자들이 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제일버드>라는 제목으로 첫선을 보인 영화로 11월 정식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