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부터 시작된 ‘클로큰플랩(Clockenflap)’ 페스티벌은 홍콩에서 가장 큰 규모로 열리는 음악 예술 축제다.

 

요 라 텡고

요 라 텡고

서브트랙트

서브트랙트

혼네

혼네

이 축제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싱가포르에도 2015년부터 ‘네온 라이츠(Neon Lights)’라는 페스티벌이 시작되었다. 하절기에 접어드는 호주에서도 11월은 각종 축제가 시작되는 시점. 11월 아시아와 호주 대륙을 찾는 음악가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많고, 그들이 자신들의 여정에 한국을 추가하면서 초겨울을 맞이하는 11월의 서울에도 그 열기가 이어지게 되었다. 올해 11월 내한 공연 목록은 별도의 가이드가 필요해 보일 정도로 길고 화려하다. 오랜만에 돌아오는 마릴린 맨슨(11월 4일, 예스24라이브홀)과 메탈리카와 메가데스 등과 함께 80년대 슬래시 메탈의 붐을 주도했던 앤스랙스(11월 8일,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가 포문을 연다. 이 두 팀의 공연 소식은 고출력의 록과 메탈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빨간색 펜으로 밑줄을 그을 만한 뉴스다. 특히 앤스랙스는 이번이 처음 여는 단독 공연이다. 아예 한국을 처음 찾는 팀도 많다. 11월 18일과 19일 양일간 공연을 여는 혼네(예스24라이브홀)도 그중 하나인데 이들은 일렉트로닉 음악을 만드는 프로듀서와 소울에 가까운 창법으로 노래하는 가수 겸 프로듀서 두 사람이 함께하는 듀오다. 일본어를 팀 이름으로 내세워서 일본 밴드로 아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 둘 모두 영국 출신. 올해 발표된 첫 번째 정규 앨범 <Warm on a Cold Night>가 나오기도 전부터 국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은 그들의 인기는, 그 공연 예매 시작과 동시에 이틀 치 공연 티 이 전량 매진된 것으로 쉽게 입증되었다.

24일에 공연을 여는 블러드 오렌지(예스 24 무브홀) 역시 한국이 첫 방문이다. 싱어송라이터 데브 하인스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한 블러드 오렌지는 최근에 세 번째 앨범 <프리타운 사운드(Freetown Sound)>를 발표했는데, 평단은 물론 R&B와 팝일렉트로닉 펑크를 선호하는 많은 이들로부터 올해의 앨범’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을 정도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팀이다. 신인 음악가 갈란트 역시 11월에 한국을 찾아온다. 지난여름 페스티벌 무대에 선 것을 포함하면 벌써 올해에만 두 번째 방문. 일렉트로닉 계열의 음악을 좋아한다면 덥스텝과 팝음악을 선보이는 서브트랙트(11월 25일, 예스24무브홀)와 한때 ‘칠웨이브’라 불리기도 한 신시사이저 기반의 팝음악을 선보이는 네온 인디언(11월 24일,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의 공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두 팀 모두 첫 내한이다. 조금 더 조용하고 고즈넉한 사운드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스웨덴 출신 포크 음악가 호세 곤잘레스(11월 29일, 예스24 무브홀) 공연을 추천할 만하다. 최근에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영화음악 작업으로 널리 알려진 싱어송라이터다.

뉴욕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는 요 라 텡고(11월 30일, 예스24무브홀)와 레이캬비크에서 오는 시규어 로스(11월 22일, 잠실실내체육관)의 공연은 늘 ‘트렌드’라는 단어를 거뜬히 이겨내는 복합적이고도 독창적인 팝과 록 음악을 만날 수 있는 보기 드문 자리가 될 것이다. 11월 5일 잠실체육관에서는 비틀즈의 드러머였던 링고 스타와 그의 음악 친구들인 스티브 루카서, 토드 런드그렌 등이 함께 하는 공연도 열리는데, 음악적 연륜이나 희소성 면에선 다른 공연들을 압도한다. 11월에 갑자기 많은 공연이 한꺼번에 열리는 것이 조금은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좋은 추억 한 가지쯤 만들 수 있는 기회임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