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배우와 뮤지션과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물론 매거진과 방송에서는 그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곤 한다. 다섯 명의 칼럼니스트가 상상한 그 스타와의 여행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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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수와 홍콩 미식 여행 |
살다 보니 매력적인 여자와 맛있는 걸 먹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됐다. 수없이 떠난 여행도 결국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주 맛있는 식사였다. 멋진 것을 사는 것, 대단한 것을 보는 것, 좋은 침대에서 몸을 뒤적거리는 것보다 좋은 곳에서 대단한 걸 먹고 천천히 취하는 시간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최고의 미식 여행지를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다. 홍콩이다. 뭘 먹는 여행으로 홍콩이 좋은 이유는 그 엄청난 다문화성이다. 홍콩은 IFC 몰 안에 있는 스타슈퍼에서도 6개국의 콜라를 살 수 있는 곳이다. 콜라도 이런데 음식은 어떻겠나. 최고급 서양 음식이나 중국 음식 같은 건 당연하고 베트남, 태국, 일본, 한국 음식은 물론 카페 드 코랄 같은 곳에서 파는 기름 낀 홍콩의 서민적 음식까지 훌륭하다. 생각만 해도 그 향신료 냄새에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생각만 해도 표 끊고 싶어지는 냄새다.

홍콩으로 떠나는 비행기편도 아주 많다. 인천국제공항에서 항공편이 가장 많은 도시가 홍콩이다. 지금 이 원고 다 보내고 바로 표 끊고 갈 수 도 있고, 조금 부지런을 떨면 KTX 서울-부산 특실 왕복 요금보다 조금 비싼 값에 마일리지 쌓이는 왕복 항공권을 살 수도 있다. 아무튼 인천국제공항에서 세 시간 반만 날아가면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중화풍 에너지의 초대형 메갈로폴리스에 도착할 수 있다. 그렇게 다양한 문화권이 아무렇지도 않게 모인 도시도 흔치 않다.

그곳에서 김혜수 씨와 맛있는 걸 먹고 싶다. 김혜수 씨를 개인적으로는 모르지만(알 리 있나) 다양한 사안에 관심이 많고, 화제도 풍부하고 먹는 것도 좋아하신다고 들었다. 화제 풍부하고 먹는 거 좋아하고 예쁜 여자와 같이 밥 먹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경험한 사람들은 안다. 한 끼만 잘 먹는 게 아니라 매번 좋은 곳에 가서 “맛있죠? 맛있죠? 으하하하” 하면서 쉴 새 없이 수저를 놀리고 싶다. 소호의 뒷골목에 있는 이탈리아 식당에서 샐러드를 먹어도 좋고,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애프터눈 티를 마셔도 좋다. 코즈웨이 베이의 고가도로 옆에 있는 게집에서 큰 게도 먹고 싶다. 예약하기 어려운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룽킹힌에 전화해서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한국 최고의 여배우이고, 어느 화려한 조명보다 눈부신 분과 갈 예정이다. 깜짝 놀랄 만큼 빅 스타인데 예약 안 됩니까? ” 같은 것도 해보고 싶다. 어디를 봐도 뭔가 수상한 느낌이 나는 홍콩에서 봐도 봐도 신비로운 김혜수 씨 같은 분과 수저를 살짝 달그락거리며 식사를 한다면 굉장히 즐거울 것 같다. – 박찬용(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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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범과 뉴욕 뮤지컬 여행 |
좋아하는 사람과 여행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망설인다. 어디 가고 싶은지 정하기 힘들고, 근본적으로 누구를 좋아했던 시절에서 너무 까마득히 멀어져 있기 때문이다. 장소가 뉴욕이라 치면, 캐리 브래드쇼(사라 제시카 파커가 아님)를 데리고 쇼핑 다니며 지인 할인을 받거나 그녀를 앞세워 브런치 식당에 줄 서지 않고 들어가고 싶은 게 지금 무낭만 상태의 나다.

그렇게 며칠을 고민했으나, 방향을 바꿔 지금 뉴욕에서 가장 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를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한 이름이 떠올랐다. 박재범. AOMG는 잘 몰라도 박재범은 좋다. 왠지 박재범에게서는 듀스 김성재의 위태로움이 느껴져서 좋다. 그대로 꺾일 법도 했으나 오히려 자신다운 모습으로 부활해서 좋다. 무엇보다 그는 지금 내가 뉴욕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을 가장 멋지게 함께해줄 수 있을 사람이라 더 좋다.

그 일이란 바로 브로드웨이 뮤지컬< 해밀턴(Hamilton)>을 보는 것이다. <해밀턴>은 얼마 전 배우이자 극작가, 제작자인 린 마누엘 미란다를<타임>지 선정 올해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하나로 만든 뮤지컬로, 지금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뜨거운 작품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하나이자 현재 10달러 지폐의 얼굴인 알렉산더 해밀턴의 파란만장 인생사를 담았다. 압축하자면 가난한 이민자, 홀어머니, 미국 초대 재무장관, 토머스 제퍼슨과의 대립, 애런 버와의 결투로 인한 죽음 등이다. 뭐 그렇다치고, 린 마누엘 미란다라는 이 새로운 천재가 브로드웨이 무대를 지배하는 백인이 아닌 유색인종 배우들만으로 힙합과 랩을 써서 미국 건국 스토리를 어떻게 풀어놨는지 궁금해 미칠 지경인 것이다. 그렇게 보고 싶으면 보면 될 것 아닌가, 하겠지만 <해밀턴>을 보는 일은 그리 말처럼 쉽지 않다. 보고 싶어도 표를 구하기가 힘들고, 표가 있다해도 너무 비싸다. 그리고… 랩과 힙합이라니<. 쇼 미 더 머니>의 한국말조차 한마디도 못 알아먹는 사람이< 해밀턴>을 본다면 “왓츠 유어 네임, 맨?” “마이 네임 이즈 알렉산더 해밀턴!” 말고 귀에 들어오는 대사가 별로 없을 게 뻔하다. 그래서 내게는 박재범이 필요하다. 표는 달러 빚을 내서라도 구할게요, 당신은 라임 딱딱 맞춘 말들이 정신없이 날아다니는 저 뮤지컬 넘버들을 내게 예습 복습해줘요. 특히 알렉산더 해밀턴과 토머스 제퍼슨의 정치적 대립을 랩 배틀로 풀었다는 그 부분을 집중 공략해줘요. 뮤지션으로서 <해밀턴>에 대한 생각을 들려줘요. 팬심을 떠나, 박재범은 그 누구보다도 내가 <해밀턴>을 보는 순간을 극대화하기에 적합한 사람 아닌가?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본 후에는 헬스키친 쪽으로 방향을 꺾어 <해밀턴> 얘기하며 같이 토토라멘을 먹는 거다. 아, 완벽해. – 이현수(미디어2.0 편집장, <뉴욕 쇼핑 프로젝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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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유와 제주도 여행 |
원하는 곳으로의 여행을, 그것도 좋아하는 스타와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고 가정하니 입가에 미소가 절로 번진다. 처음 제안을 받자마자 나는 단박에 ‘배우 공유와 함께하는 제주도 여행’을 떠올렸다. 마치 줄곧 그것을 생각해온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가만히 ‘제주도’와 ‘공유’라는 나의 선택을 되짚어본다.

배우 공유를 떠올린 건, 솔직히 고백하건대 순전히 ‘팬심’이다. 어린 시절부터 그의 필모그래피를 꾸준히 지켜봐왔다. 그에게서만 느껴지는 어떤 따스함이 작품 안에 스며 있고, 그걸 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것은 세월이 덧입혀지며 공유라는 배우를 더욱더 반짝이게 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가장 최근에 극장에서 본 영화가< 남과 여>이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가 만들어내는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는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러하다. 여행 파트너로서의 공유는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질 수밖에.

자, 이제 그와 제주도 여행길에 오른다. 제일 먼저 오픈카를 빌리는 것으로 시작하겠다. 그 어떤 배우보다도 운전하는 모습의 왕중왕은 공유다. 흰 셔츠의 소매를 걷어 올린 채, 꼭 한쪽 팔은 차 문 쪽에 걸쳐두고 운전을 하도록 부탁해본다. 아, 선글라스도 써주는 게 좋겠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해안 도로를 달린다. 시리도록 맑은 제주의 바다를 즐기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다.(게다가 지금 내 옆에서 이 차를 운전하는 것이 공유라니! 맙소사. 나는 마냥 바다만 바라볼 수 있을까?) 그렇게 달리다가 금릉 해수욕장으로 목적지를 정하고 차를 멈춰 세운다. 옥빛 바다 건너 비양도가 바라다보이는 비경은 인근의 협재 해수욕장과 같지만 덜 붐벼 좋다. 게다가 야자수가 펼쳐져 있어 이국적이다. 맨발로 부드러운 모래사장을 따라 조금 거닐어보는 것도 좋겠지. 카메라를 가져간다면 그의 화보집 하나쯤은 거뜬히 건질 법하다. 제주의 숲을 산책하는 기회도 놓칠 수 없다. 비자림이나 사려니숲 같은 곳을 찾아간다. 초록빛 나뭇잎 사이로 부서지는 햇빛을 느끼는 쨍한 날씨도 좋고, 촉촉하게 비가 흩뿌리는 것도 짙은 숲의 향기를 끌어올려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산책길에 동행하는 것이 그여서 몇 배는 더 행복하겠지만. 글을 마무리 짓기 위해 몇 가지를 검색해보다가 공유가 제주도에 집을 구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 김나영(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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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태현과 그의 아내, 아이들과 미국 여행 |
배우 차태현을 데뷔 시절부터 좋아해온 21년 덕후로서 나는 이번 여행의 파트너로 차태현의 가족을 선택했다. 차오빠와 단둘이 가서 사심을 채우려는 게 아니다! 차오빠의 아내인 용산댁과 차차차 3남매와 함께 떠나는 ‘가족 여행’인 것이다! 여행지는 미국으로 정했다. 볼 것, 할 것, 먹을 것 등등 수많은 여행 거리가 넘치는 드넓은 미대륙을 마음껏 즐겨보려 한다. 너무나도 만나보고 싶었던 귀여운 차차차 남매에게 지칠 때까지 잘 놀아주는 ‘체력짱’ 언니가 되어주고 용산댁이랑 친해져서 차오빠의 비밀을 캐낼 것이다.

가장 먼저 우리가 방문해야 할 곳은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꿈과 희망의 디즈니랜드! 차차차 3남매의 동심을 저격하는 곳일 뿐만 아니라 디즈니 캐릭터 덕후인 내가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곳이기도 하다. 내 사랑 스티치, 라푼젤, 앨리스와 사진도 찍고 차오빠가 아이들에게 풍선과 머리띠, 굿즈를 사줄 때 내 것도 하나 슬쩍 끼워 넣겠다. 그리고 늦은 밤 시작되는 환상적인 불꽃놀이와 함께 디즈니랜드에서의 하루는 이쯤에서 마무리하는 것으로 하자.

디즈니랜드에서의 흥분이 가시기 전에 가야 할 다음 목적지는 유니버설 스튜디오다. 아이들이 환장한다는 <쥬라기공원> 세트도 구경하고 TV와 게임으로만 봐온 심슨 크러스티랜드의 놀이기구를 직접 타볼 예정. 미니언즈 귀요미들과 같이 바나나 먹으면서 사진도 꼭 찍어야겠다. 다음 날에는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물놀이도 하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관람차를 타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미서부의 전경을 감상할 것이다.

그리고 한화 팬인 차오빠를 위해 류현진이 뛰고 있는 LA다저스의 경기를 함께 직관하는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그럼에도 차 배우의 스케줄이 여유가 있다면 이제 미국 동부로 건너간다. 이번엔 두산 베어스의 팬인 내 차례다. 김현수가 뛰고 있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경기를 본다. 부디 내가 갈 때까지 ‘Machine’으로 서 잘 버티고 있길 바란다. 그 다음은 뉴욕이다. 가장 먼저 갈 곳은 바로 셱셱버거 1 호점! 우리나라에도 곧 셱셱버거가 상륙한다고는 하지만 본토에서, 그것도 1호점에서 한 번쯤은 먹어봐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하루 정도는 긴 여행에 지쳤을 차차차 남매를 위해 잠시 쉬어가는 시간으로 센트럴파크에서 둘러앉아 여유를 느끼는 시간을 가져본다. 따뜻한 잔디밭에 누워 이 여행의 주 목적인 차오빠에 대한 비화를 들어보는 시간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이어진 긴 연애담을 다 들으려면 며칠이나 걸릴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이기도 하지만 나보다 오래 살았고 길게 사랑했고 결혼생활도 하고 있는 인생 선배로서 그 기나긴 시간 동안 적 없이 호감형 스타로 살아갈 수 있었던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의 흥과 망을 지켜보며 꾸준히 응원했던, 그의 결혼을 축복하고 아들딸의 성장을 흐뭇하게 바라봤던, 여전히 짝사랑 진행 중인 21년 팬과 스타의 여행은 말 그대로 꿈이지만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그리고, 언젠가 꼭 한 번은 만날 수 있길. – 허아람(방송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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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릭 남과 영국 추리 여행 |
변사 소설 전문 번역가로서 – 작업하는 소설의 등장인물 중 자연사는 거의 없었다 – 나의 오랜 꿈은 미스터리 디너 투어에 참가하는 것이었다. 크루즈, 외딴 섬, 시골의 장원 저택에서 개최되는 이런 미스터리 디너 투어는 소수의 사람을 초대해서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참가자들은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의 주인공처럼 범인을 추리해야 한다. 살인 사건을 수사해야 하므로 기본 추리력과 행동력, 사교성까지 갖춰야 승자가 될 수 있는 긴장감 넘치는 투어이다.

내가 참가하고 싶은 쪽은 영국 시골의 장원에서 열리는 미스터리 투어다. 영국 드라마 <다운튼 애비> 같은 배경의 한적한 시골에서 귀족적인 며칠을 보내면서 두뇌 게임에 몰두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요즘 ‘글로벌 가지고 싶은 남자’, 일명 ‘가싶남’으로 꼽히는 에릭 남과 동행하고 싶다. 깔끔한 매너로 지금 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남성 연예인 순위 급상승 중인 에릭남을 여행 파트너로 꼽다니, 다른 사심이 있는 것 아닌가 의심할 수 있지만, 절대 그런 음흉한 심사는 없다. 내가 구상하는 관계는 셜록 홈스가 존 왓슨을 챙기는 것과 같은 마음일 뿐이다. 홈스와 왓슨 사이라니 더 의심스럽다!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일단 그는 영어는 물론이고, 중국어와 스페인어 등 몇 개 국어가 가능한 언어 능력자니까 전 세계 사람들이 온 디너에서도 사건 현장에서 단서를 모아오는 데는 적격이다. 게다가 어디를 가도 걱정 없는 매너가 있으므로 어떤 디너 파트너로서도 부끄럽지 않다. 전 세계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할까 우려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내가 만약 실수라도 하려 하면 미리 눈에 띄지 않게 감싸줄 것 같고, 아무리 모난 성격의 탐정이라고 해도 그가 타고난 배려로 다른 사람들과 갈등을 빚지 않게 도와줄 것만 같다. 게다가 나는 숫자와 돈 계산에는 젬병인데, 그는 전직 금융 컨설턴트 출신이니 어떤 복잡한 문제도 맘 푹 놓고 맡길 수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도 탐정 조수로서 높이 살 수 있는 면은 에릭 남의 인터뷰 능력, 다시 말해서 탐문 기술이다. 어떤 게스트를 만나도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그들에게서 말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연예 프로그램에서 확인하지 않았는가. 범인이든 증인이든 그의 인터뷰 솜씨라면 경계를 무너뜨리고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을까? 탐정에게는 꼭 필요한 파트너의 자질이다. 게다가 프록코트든 턱시도든 뭐든 무슨 의상을 입어도 꽤 잘 어울릴 듯한 외모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무엇보다도 탐정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 그는 사건 후 탐정이 ‘이건 정말 기초적이지’라며 잘난 척 떠들어도 온화한 미소로 잘 들어주겠지! 어떤가, 자네도 가겠나, 존, 아니 에릭. 게임이 시작되었네. – 박현주(번역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