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가을/겨울 4대 패션위크가 화려한 막을 내렸다. 흥겹게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유쾌발랄 쇼부터 거장 칼 라거펠트를 떠나보내는 눈물의 컬렉션까지. 놓칠 수 없는 이야기들만 모았다.

 

NEW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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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O PARTY

뉴욕 패션위크 기간, 음악과 함께 흥겨운 디스코 파티 속으로 우리를 초대한 이들은? 바로 마이클 코어스와 스타우드. 1970년대 흥행했던 뉴욕의 스튜디오 54를 테마로 디스코 글램 룩의 전형을 보여준 마이클 코어스와 반짝이는 포토월 뒤로 흥겹게 춤을 추며 등장하는 스타우드의 걸들은 음악으로 하여금 우리를 흥겨운 레트로 무드로 안내한다. 특히 미러볼과 글리터가 반짝이는 무대 뒤로 베리 메닐로우가 등장한 후 쇼장을 디스코장으로 바꾼 마이클 코어스 쇼는 그야말로 축제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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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IS BACK

휘청거리는 뉴욕 패션위크를 지키는 이들은 과연 누구였을까. 지난 시즌 새 기분으로 재도약의 움직임을 보였던 마크 제이콥스가 첫 번째 주인공. 마크 제이콥스의 쇼는 테일러드 재킷부터, 풍성한 오버사이즈 드레스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룩을 다뤘다. 혹자는 뉴욕에서 과연 미국식 쿠튀르가 먹힐(?)까 우려했다지만 어떤가. 이곳은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패션계인걸. 두 번째 구원투수는 1년간 파리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프로엔자 스쿨러다. 데님, 가죽, 앤드로지너스 무드를 절묘하게 레이어드한 컬렉션으로 뉴욕에 다시 안착한 것. 듀오 디자이너 잭 맥콜로와 라자로 에르난데스는 홈그라운드로 돌아와 기본에 충실한 모습을 보였다. 이제 “뉴욕 패션위크는 죽었다”는 기우를 잠재울 구원투수로서 이들을 응원하는 일만 남았다.

CELEB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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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코치의 쇼장에서 만난 크리스탈. (가운데) 마이클 코어스의 흥겨운 무대에 초대받은 소녀시대 윤아. (우) 마크 제이콥스의 쇼장에서 만난 반가운 얼굴 헨리.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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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S UP!

원래 타국에서 만나면 더 애틋한 법이다. 티가 나지 않아도 항상 마음속으론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항상 자신과 그 세대가 함께 입고 싶은 옷을 만든다는 레지나표는 이번 시즌 구조적인 숄더 라인의 코트, 투톤 컬러 실크 드레스 기하학적인 모양의 박스 백 등 여자들이 사고 싶은 것들만 모은 듯 탐나는 컬렉션을 선보였다. 두 번째 런던행을 결정한 푸시버튼 쇼에서는 레이디라이크, 스트리트 클래식, 키치무드 등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의 묘한 조화를 엿볼 수 있었다. 과장된 실루엣의 푸르푸엥 실루엣, 체크, 도트, 플라워 패턴 등 함께하기엔 부조화스러운 것들을 조화롭게 보여주었다. 그런가 하면 메레 오펜하임, 초현실주의 미술가 기 부르댕의 사진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을 전개한 유돈초이는 대조의 미학을 탐구한 듯 다양한 소재와 색 그리고 프린트가 절묘하게 녹아 있는 룩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처럼 각기 다른 매력으로 런던 패션위크를 종횡무진한 이들. 자랑스러운 이유가 이렇게 많다.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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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의 우승자

패션위크에서 콜린퍼스를 볼 줄이야. 콜린퍼스가 마이크를 잡고 시상을 하는 놀라운 광경이 벌어진 곳은 바로 2018/19 울마크 프라이즈다. 울마크 프라이즈는 울마크 컴퍼니가 주최하고 전 세계 신인 디자이너를 발굴, 후원하는 동시에 메리노 울의 잠재력과 다양성을 홍보하는 글로벌 어워드다. 이번 파이널에서는 에드워크 크러칠리가 남성복과 이노베이션 부문 2관왕을 차지했으며, 여성복 부분은 남편 마이클과 아내 니콜라스 콜러버스로 구성된 듀오 디자이너 콜러버스가 우승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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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IC ROYALTY

지금 영국의 패션 아이콘이 메건 마클이라는 데에 이견이 있을까. 그녀의 영향력은 이번 런던 패션위크에서 더욱 강력하게 발휘된다. 고정관념을 깬 ‘치프&로열’ 스타일로 대중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것은 물론 완판을 부르는 왕실의 뉴 패션 아이콘이다. 좀 더 캐주얼한 스타일의 로열 스타일은 빅토리아 베컴과 마가렛 호웰에서, 보다 포멀한 느낌의 룩이라면 크리스토퍼 케인과 어웨이크 모드의 광택감이 도는 우아한 드레스를 참고하면 좋을 듯.

 


MI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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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IETY MILANO

패션위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 밀라노발 프레젠테이션. 불가리 호텔 밀라노에서는 시그니처 모티브인 뱀의 무한한 매력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액세서리 프레젠테이션이 열렸다. 주얼러로서의 강점을 살린 볼드하고 매력적인 백이 인상적. 밀라노 현지의 멋쟁이 시니어 모델들이 멋지게 포즈를 취하고 있는 곳은? 바로 MM6 프레젠테이션 현장. MM6의 시그니처 티셔츠부터 드레스와 코트까지 모든 것이 패딩으로 변신한 눈이 즐거운 세상이다. 밀라노 마가치니 라코르다티 지역을 문화의 부흥지로 활성화시킨 몽클레르도 빼놓을 수 없다. 프레젠테이션 몽클레르 지니어스의 ‘하나의 하우스, 다양한 목소리’는 리처드 퀸,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 등과의 작업물을 12개의 색다른 공간에서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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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기대주!

전통 있고, 유구한 역사를 지닌 패션하우스가 자리 잡고 있는 밀라노 하우스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젊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둘. 직전 프리폴 컬렉션에서 기대감을 최고조로 올린 보테가 베네타의 다니엘 리와 지암바티스타 발리, 돌체앤가바나에서 경력을 쌓고 2015년 본인의 브랜드 브로그나노를 이끌고 있는 니콜라 브로그나노가 그 주인공이다. 모던하게 진화한 인트레이치아토 워크맨십, 날렵하게 재단한 테일러링 그리고 당장 구매하고 싶은 가방과 슈즈 그리고 주얼리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첫 데뷔쇼를 마친 다니엘 리와 쿠튀르 터치와 유틸리티 스트리트 감성을 절묘하게 매치한 반전 있는 컬렉션을 선보이는 니콜라 브로그나노. 밀라노에 이 같은 젊은 감성의 신예들이 늘어나는 건 언제나 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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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ABLE MODEL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베로니카 에트로는 50주년을 맞아 자신들의 룩이 다양한 사람을 통해 얼마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지 아이디어를 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는 패션 아이콘은 물론 20년 전 에트로의 캠페인에서 볼 수 있었던 신구 모델들을 전부 소환하게 했다. 타샤 틸버그, 자케타 휠러, 알렉 웩, 기네비어 반 시누스, 젬마 워드 등 1980~90년대를 대표하는 슈퍼모델이 등장하는 순간. 결국 쇼장은 서프라이즈!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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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존중!

1973년에 있었던 배틀 오브 베르사유 패션쇼를 오마주한 타미 나우의 이번 컬렉션은 파리로 낙점됐다. 샹젤리제 극장은 복고풍 롤러 디스코 클럽으로 변신했고, 다양한 유색인종 모델과 플러스 사이즈 모델은 화려한 디스코풍 의상을 입고 유쾌하게 등장했다. 이 같은 계획은 평소 인종 문제와 흑인 인권 운동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열혈 활동가 젠다야와의 협업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쇼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70세의 자메이카계 미국인 가수 그레이스 존스가 ‘풀 업 투 더 범퍼’에 맞춰 춤을 추는 순간. 한편, 수년간 “더 적게 사고, 잘 고르고, 오래 지속되어야 한다”고 말해온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다른 방향에서의 다양성을 이야기했다. 불필요한 소비를 방지하고자 한 그녀의 메시지를 함께 나누기 위해 다양한 연령대와 인종을 무대에 올린 것. 자신의 메시지를 드라마틱하게 전달하고 공감할 수 있게 만든 똑똑하고 아름다운 퍼포먼스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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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P KARL

샤넬의 쇼를 이토록 무거운 마음으로 본 적이 있었나. 지난 2월 19일 패션 거장 칼 라거펠트가 우리 곁을 떠났다. 믿을 수 없었지만 사실이었다. 1983년부터 샤넬 패션을 이끌어온 칼 라거펠트. 동시에 밀라노에서는 펜디의 여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또한 자신의 브랜드 칼 라거펠트까지 끊임없이 패션 신을 이끌었던 그다. 그의 유작을 만나러 그랑팔레로 향했다. 1분간의 묵념으로 시작된 쇼는 고인의 생생한 음성으로 그가 샤넬에 합류할 때의 기억을 전하며 시작했다. 칼 라거펠트의 마지막 샤넬은 우아하고 아름다운 룩으로 그랑팔레를 채웠고 항상 기발한 상상력으로 패션 판타지를 채워주던 그만의 유머도 여전했다. 그리고 곧 밀라노에서의 유작 펜디에서처럼 데이비드 보위의 ‘Heros’가 흘러나오는 캣워크 사이로 칼 라거펠트의 진짜 마지막 시대를 입은 모델들이 피날레를 장식했다. 흐르는 눈물을 훔치는 이들은 비단 모델들뿐만이 아니었다. 아직은 그가 없는 샤넬을 상상하긴 힘들지만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의 다음 샤넬을 기약해야 될 때일지도. 쇼 노트에 칼 라거펠트가 친필로 쓴 글 ‘비트는 계속된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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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DEBUT! 

라코스테 역사상 첫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루이스 트로터가 데뷔쇼를 치렀다. 파리의 ‘테니스 클럽 드 파리’에서 열린 쇼는 라코스테 고유의 스포츠 유산에 해체적인 로고 디테일, 스커트와 팬츠를 결합한 실험적인 디자인 등 전에 없던 라코스테의 뉴 클래식을 선보였다는 평이다. 알버 엘바즈가 나간 후 오랜 시간 방황의 시간을 가졌던 랑방의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브루노 시아렐리의 첫 데뷔쇼는 어떤가. 로에베의 남성복 스타일이 랑방으로 표출된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그는 우아하고, 지적인 룩으로 재기와 격려가 필요한 랑방에 꼭 필요한 수장임을 증명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