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진심으로 즐긴 때가 언제였을까? 거부감이나 뒷일 걱정은 하지 않은 채 먹는 것 자체에 집중했던 일이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면 이젠 ‘직감적으로 먹기(Intuitive-Eating)’를 택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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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결혼식을 위해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시작한 서른다섯의 니콜 랭. 평소 식탐이 강한 것도 아니고 그저 단기간에 살을 빼고 싶었을 뿐이었지만, 이때부터 몸무게와의 무한반복 고무줄 놀이가 시작됐다. 살짝 느슨해질 무렵 다시 살이 쪘고, 엄격한 식단과 운동으로 되돌아가 6~7kg씩 살을 빼는 과정이 이어졌다. 쪘다가 뺐다가… 쪘다가 뺐다가…. 랭은 지난 3월 의문을 품었다. “분명 더 나은 방법이 있을 텐데. 이렇게 오르락내리락만 반복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앨리사 럼시(Alissa Rumsey)가 ‘다이어트 버리기(Ditch the Diet)’ 챌린지를 인터넷에 올렸을 때, 랭은 즉시 참가했다. 일주일간 강의를 들으면서 그녀는 직감적으로 먹기, 즉 ‘당기는 대로 먹기’를 되새기면서 머릿속에 불이 켜지는 듯했다. “난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와 살 빼기에 미친 것도 아니고 실패자도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새로운 방식은 끊임없이 음식을 제한해야 한다는 강박증과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로움을 주었죠.”

‘당기는 대로 먹기’는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이블린 트리볼(Evelyn Tribole)과 일리스 레시(Elyse Resch)가 1995년 <직관적으로 먹기>에서 사용한 용어지만, 한동안 저지방 다이어트와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의 뜨거운 논쟁 속에서 그 의미가 잊혀갔다. 하지만 최근 거부감을 버리고 음식의 즐거움을 재발견하려는 다이어트 커뮤니티 사이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연구결과는 기존의 다이어트법이 단기적인 효과만 있을 뿐 장기적으론 변화를 이끌지 못한다는 걸 보여줘요.” 수많은 다이어트와 결과들을 분석해온 미네소타 대학의 심리학 교수 트레이시 만(Traci Mann)이 말한다.

심리적 강박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몸무게를 늘릴 뿐이다. 이제 전문가들은 먹은 만큼 칼로리를 소모(먹는 걸 줄이거나 운동을 더 많이 하거나!)하는 단순한 산술적 계산에서 벗어나 ‘내 몸이 말하는 니즈에 귀 기울이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룰 바꾸기

“먹는 방식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겁니다. 포인트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데 도움을 주는 거죠.” 다이어트 연구가인 샌프란시스코의 제시카 존스(Jessica Jones)는 칼로리와 몸무게 계산에 지쳐서 식이장애를 일으키는 사람들을 위해 강의를 시작했다. 초점은 ‘당기는 대로 먹기!’ 배꼽시계가 울리는 대로 먹고, 정해진 시간이나 식단에 구애받지 않은 채 입맛에 따라 식이장애를 다스리는 것이다.

럼시 역시 동일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철저한 칼로리 계산을 통한 다이어트는 그럴 듯하지만 몇 달 후엔 제자리에 돌아올 뿐이죠. 좌절감의 연속입니다. 이젠 참는 것에서 벗어날 때예요.” 그녀는 천천히 음식을 즐기면서 내 몸의 신호에 익숙해지는 조절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한다. “더 다양한 음식을 먹으세요.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식단을 이룰 수 있게 말이에요.”

기억하라. ‘당기는 대로 먹기’의 핵심 포인트는 ‘나에게 만족감을 줄 정도로 음식을 허용하는 것’이다. ‘아침에 도넛을 먹고 싶다면 먹어라’, ‘배고플 때 참지 말고 배가 부르면 그만 먹는다’, ‘우리 몸은 생각보다 똑똑하고 직감적으로 필요한 양과 음식을 먹는 데 필요한 지식을 갖고 있다는 걸 깨달아라’ 등등이다.

우리 대부분은 안 해본 다이어트가 없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60% 이상의 소녀들이 체중과의 처절한 싸움에 돌입한다. “우린 어릴 때부터 그렇게 강박증을 키워왔습니다. 간혹 무얼 먹고 싶으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하루 종일 쿠기를 먹고 싶다고 말하죠. 오랫동안 억눌러온 감정적 박탈감으로 인한 상상이에요. 너무도 당연하게 음식은 우리의 기분을 좌우합니다. 도넛을 먹고 싶으면 반드시 먹어야 기분이 좋아지죠. 설탕을 잔뜩 뿌린 디저트가 먹고 싶어 두통이 날 지경이라면? 도대체 그걸 왜 견뎌야 할까요?” 트리볼은 ‘내가 이걸 먹는다면 기운이 솟고 기분이 좋아질까? 나를 지속가능하게 만들까?’를 생각하라고 말한다. “맞거나 틀리는 등의 정답은 없어요. 단지 나다운 방식으로 내 몸을 돌보는 것이니까요.”

이러한 방식을 택하면서 랭은 매일 아침 버터를 잔뜩 바른 토스트와 젤리를 양껏 먹었다. 오랫동안 억눌렸던 탄수화물에 대한 갈망 때문이다(‘음식 제한이 풀렸을 때 이런 반응은 일반적이에요’라고 럼시는 말한다). 그런 다음 토스트는 질려버렸고, 이제 랭이 찾기 시작한 건 과일과 단백질이었다. 아침식사로 샌드위치를 챙겨먹은 후 점심까지 과일을 입에 달고 살았다. “처음엔 사람들이 자꾸만 걱정스럽게 물어오죠. ‘진짜 이래도 되는지?’를 말이에요. 그들은 죄책감에 길들여진 나머지 안절부절못해요. 하지만 우리 몸의 똑똑함을 믿고, 마음껏 먹고 싶은 만큼 즐기세요. 그런 다음에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으니까요.”

죄책감 없이 내 몸에 영양을 주기

‘직감적으로 먹기’는 ‘부드러운 영양’에 관한 거다. “영양은 진짜 중요해요.” 럼시가 말한다. “하지만 영양에 집착한 나머지 스트레스를 일으킨다는 게 문제죠.” 부드러운 영양은 모호하게 들릴지 몰라도, 기분 좋을 만큼 적당히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다. ‘기분 좋을 만큼’이라는 모호함이 키 포인트다. 쉽게 말하면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편안하고 다양하게 먹는 걸 즐기라는 것이다.

식단표는 항상 우리에게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별하라고 요구한다. 때문에 수시로 죄책감을 느끼게 만든다. 트리볼은 ‘음식은 즐거움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많은 사람이 음식을 먹는 걸 체벌처럼 여기고 있어요. 종종 환자들에게 ‘마음껏 원하는 걸 먹을 수 있으면 어떨 것 같냐?’고 물으면 그들은 이렇게 말해요. ‘알다시피 전 야채와 탄수화물을 먹는 걸 진짜 좋아해요. 동시에 그걸 완전히 증오하고요.’”

또 좋아하는 음식을 굳이 다른 방식으로 먹는 것, 예를 들어 튀기거나 볶는 대신 증기로 찐다거나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채 그저 건강하게 먹으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솔직히 진짜 맛이 없으니까. 대신에 과하지 않게 내가 상상했던 그 맛을 즐겁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 랭은 여러 변화가 일어났다는 걸 깨닫는다. “저탄수화물 식단 때문에 샐러드를 먹는 것조차 두려워했어요. 하지만 이젠 브로콜리만 빼곤, 온갖 샐러드를 버무려 먹고 있어요. 진짜 큰 변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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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성공을 다시 정의하자

랭은 몸무게가 줄지 않았다는 점에 실망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늘어나지도 않았다. “‘와우, 진짜 살이 많이 빠졌네!’를 외치는 사람들을 볼 수 없다는 건 아쉽지만, 멘탈이 정말 건강해지고 있다는 걸 느껴요.” 배고픔과 절제에서 벗어나 음식을 편안하게 컨트롤하기 시작하면서 운동에 관한 생각도 달라졌다. 먹으면 무조건 운동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아닌, 결혼하기 전 즐겁게 산책을 하거나 조깅을 하면서 운동을 하던 패턴으로 되돌아갔다. “누가 꼬박꼬박 엄격하게 운동을 해야 한다고 가르쳤는지 신기할 정도예요. 이제까지 꼼짝없이 따랐던 틀이 얼마나 답답한 것인지에 놀랐죠.”

트리볼은 ‘모든 건 나에 초점을 맞춘 직관’이라고 말한다. “내 몸에 대한 책임은 내가 져야 해요. 당기는 대로 먹기도 하나의 선택지입니다. 어느 누구도 내게 명령할 수 없고, 어느 누구도 나만큼 내가 만족스러워하는 걸 잘 찾아낼 수 없으니까요. 오직 나만이 그걸 알고 있어요. 남들이 말하는 식단과 운동법은 이런 걸 가르쳐주지 않죠.”

다이어트의 성공은 누구나 다 다르지만, 트리볼은 이렇게 요약한다. “음식과 몸에 대해 더 이상 걱정하지 마세요. 배고프면 먹고 기분 좋은 포만감이 느껴지면 멈추세요. 음식을 억제하면서 내 몸과 기분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리고요. 죄책감과 수치심이라는 사이클에서 벗어나 오직 내가 느끼는 건강함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죠.” 물론 배고프면 먹고 적당히 멈추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쉽게 생각하세요. 아침에 뭔가를 먹었는데 두 시간 후에 배가 고프다면 좀 더 먹어도 좋고요. 그건 실수나 잘못 생각한 것이 아니라, 그저 먹는 것에 대해 배워가는 거예요. 큰일이 아니죠.” 랭처럼 ‘당기는 대로 먹기’를 실행 중인 여성들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더 건강해지면서 체중이 조절되는 효과가 있었다. “기존 다이어트법과는 달리, 명확하지 않은 방식이라는 건 알아요.” 트리볼이 말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받아들일 때 더 어렵다는 것도요. 하지만 건강한 행동의 반복을 통해 나에 대해 더 잘 알아갈 수 있어요. 초점을 맞춰야 하는 건 몸무게나 옷 사이즈가 아닌, 나 자신이기 때문이죠.”

존스는 ‘결과적으로 체중이 줄어드는 건 몸을 엄격하게 컨트롤하기 때문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물리적으로 감정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전체적인 균형을 맞춰주기 때문이에요. 철저한 다이어트와 혹독한 운동 역사를 지닌 여성들의 경우 처음엔 오히려 더 살이 찌는 게 당연해요. 하지만 칼로리 계산을 멈추면서 음식과의 관계는 극적으로 변화하죠.” 트리볼 역시 ‘죄책감은 음식과 연결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다. “독약을 넣거나 음식을 훔치거나, 도둑질을 하는 게 아니라면 먹는 것에 굳이 도덕성을 결부시킬 필요가 없어요.”

요점은 이렇다. 음식은 에너지이고 즐거움이라는 것. 내 몸을 편안한 친구로 생각하고 함께 본연의 즐거움을 즐기는 것이다. “이 방식으로 사람들은 결국 평화로움을 되찾을 수 있어요. 더 이상 자기 몸과 싸우면서 인생을 허비하는 일이 없어질 거예요. 무엇보다도 우리 모두는 인생에서 싸워야 할 대상이 음식이 아닌, 다른 무엇이라는 걸 잘 알고 있을 테니 말이에요.”

 


내 정신, 몸, 음식과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법

‘직감적으로 먹기’ 전문가들의 팁 

1 배고픔에 귀를 기울이자
내가 정말 배가 고픈 것인지는 나만이 안다. 스트레스로 뭔가 씹고 싶은 것인지, 목이 마른 것인지, 배가 고픈 것인지 스스로에게 귀를 기울이자. 음식을 통해 하루에 필요한 충분한 에너지를 섭취하고 편안하게 배가 부른지 판단할 것.

2 내 몸을 존중하자
몸을 최고의 친구라 생각할 것. 친한 친구가 시나몬 롤을 먹겠다고 하는 것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판단의 잣대를 들이대는 건 아닌가. 목표는 내 몸을 특별하고 친절하게 대우하는 것이다. 트리볼은 ‘수년간 자신의 몸을 증오해왔던 여성을 만났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에게 온갖 수학적 수치를 입히고 있었어요. 아마 200만 가지도 넘을걸요. 하지만 이젠 모든 짐을 내려놓으세요. 스스로를 존중하고 믿으세요.”

3 음식에 대한 편견에 작별을 고하자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을 구별하는 습관을 버릴 것. “유일하게 반응해야 할 양 극단은 배고픔과 과식일 뿐이에요.”

4 적당한 만족감에 초점을 맞추자
음식이 입에 들어갈 때는 즐거움에 집중하지만 동시에 배가 얼마나 불렀는지 포만감의 정도를 파악해야 한다. “직감적으로 먹기는 자신의 기분과 포만감을 인지하고 느끼게 해줄 거예요.” 럼시가 말한다. “감정을 컨트롤하고 이걸 토대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죠.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기준이 아닌, 내가 직접 생각하고 자각하는 것이 중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