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새해를 맞아 다이어트 결심도 좋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좀 더 사랑해주는 건 어떨까. 넘치도록 사랑스러운 그녀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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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슈머 주연의 영화 <아이 필 프리티(I Feel Pretty)>를 본 사람이라면 러닝타임 내내 자신감 넘치는 주인공 르네에게 매료되었을 것이다. ‘아이 엠 프리티’가 아니라 ‘아이 필 프리티’라니, 제목부터 자뻑(?)의 기운이 솔솔 느껴지는 이 영화는 매사 자신의 외모가 불만인 르네의 일상을 따라간다. 패션 센스도 좋고 나름 성격도 좋다 자부하는 르네는 자신이 살만 빠지면 완벽해질 거라 믿는다. 가열차게 운동할 생각으로 열정을 곱씹으며 헬스장에서 스피닝에 열중하는 르네. 그런데 지나친 열정이 화를 일으켜 머리를 다치고, 정신을 차리고 거울 앞에 섰을 땐 180도 다르게 예뻐진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물론 이건 그녀만의 생각으로, 판타지적 설정이다. 남들이 볼 때는 똑같은 그녀일 뿐. 그러나 자신이 예뻐졌다고 생각하는 그녀는 누구보다 당당하고 에너제틱한 애티튜드를 갖게 된다. 이런 변화가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한 일. 영화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명제를 위트 있는 설정을 더해 영화적으로 완성했다. 외모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자신감, 자존감을 바탕으로 한 긍정적인 마인드와 당당한 애티튜드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사회가 정한 고정된 미의 기준은 얼마나 고루한가. 그 편견에 갇힌 성애는 다른 편에서 볼 때 폭력과 다름없다. 각자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인정하고 차별 없이 나를 사랑해야 한다. 근래 패션 신에서 돋보이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의 활약 역시 이 같은 명제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최근 SNS에서 하얀 주근깨 피부, 통통한 몸매, 나른한 눈빛에 앳된 미소를 지닌 외국 모델 한 명이 화제가 되었다. 새롭게 론칭한 보디 케어 브랜드 러브바드(Lovbod)에서 캠페인 모델로 소개한 테스 맥밀란이 그녀다. ‘러브 유어 보디’를 모토로 하는 러브바드는 우리의 몸은 어떤 형태든 모두 아름답다고 말한다. 형태와 관계없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몸 피부에 대한 고민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브랜드 철학과 잘 맞아떨어지는 모델 테스 맥밀란은 18살의 신인 모델이다. 2017년에 데뷔해 데뷔 직후부터 각종 매거진과 런웨이를 종횡무진하며 그만의 매력을 알려왔다. 한국에서는 아직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해외에서 플러스 사이즈 모델의 활약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는 모델은 애슐리 그레이엄이다. <보그>, <바자>, <글래머>, <엘르>, <코스모폴리탄> 등 다양한 패션지의 커버를 장식한 그녀는 건강미 넘치는 모델의 대명사다(그중 영국판 <보그>는 100년 역사상 최초의 플러스 사이즈 모델의 커버였다고!). 또 그녀가 인기가 많은 이유는 자존감을 회복시켜주는 다양한 말 덕분이다. “너의 사이즈가 무엇인지, 나이가 몇 살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몸의 곡선을 받아들여라”, “나는 나의 몸매가 매우 섹시하다는 것을 안다. 뚱뚱한 여성들도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야 한다” 등이다. 세상 모든 여성이 아름답게 꾸밀 권리와 자신감 회복을 위해 자신이 먼저 당당해지겠다는 선포(?)도 했던 그녀다. 2018년 10월부터는 아예 ‘프리티 빅 딜’이라는 팟캐스트를 열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패널과 함께 여성의 자존감 높이기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그 첫 번째 패널이 킴 카다시안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팟캐스트의 방향성을 알 수 있을 것. 최근에는 앞서 언급한 영화 <아이 필 프리티>의 주연 배우 에이미 슈머가 출연해 자신의 커리어, 결혼생활, 스스로에게 갖는 느낌, 옷차림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다음은 최근 수영복 차림으로 한 패션지의 커버를 장식한 테스 홀리데이다. 현재 활동하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 중 사이즈가 가장 크다고 알려진 그녀는 누구보다 자신의 몸을 사랑한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최근에는 자신의 SNS를 통해 “나는 20살 때까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30대의 나는 숨기를 거부한다. 나는 아직도 내가 누구인지 이해하고자 하며,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나 자신에 대해 발견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미의 기준을 깨다’라는 뜻의 해시태그 #effyourbeautystandard 를 통해 긍정적인 보디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어떤 형태든, 어떤 사이즈든 관계없이 당신 그대로 아름답다라고 다독이며 위로를 나눈다. 그 밖에도 세련된 외모와 애티튜드로 많은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는 조지아 프랫, 한때 엉덩이가 너무 커서 모델 일을 할 수 없다는 다소 황당한 이유로 퇴짜를 맞았던, 지금은 가장 잘나가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 중 하나인 이스크라 로렌스 등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아름다운 여인들이다. 건강한 삶을 위해 반드시 운동도 병행한다는 그녀들. 그녀들의 환한 미소를 보면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 꽤 쉬워 보이는데 마음을 내려놓고 나에게만 집중하기가 그리 만만치만은 않다. 이쯤에서 생각나는 지난 9월 BTS의 UN 연설 중 마지막 부분. “What is Your Name? Speak Yourself!” 번번이 세상이, 사회가 만들어놓은 편견의 벽에 부딪혀 자신을 혹독하게 다그치는 사람들에게 너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라고 말하는 듯한 메시지. 주변 시선과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름을 찾을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을, 또 표현하고 사랑할 것을 권하는 것이 아닐까. 결론적으로 우리는 마음껏 그래도 된다. 사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다지 나 개인에게 관심이 없으므로.

그러고 보면 사회가 정한 고정된 미의 기준은 얼마나 고루한가. 그 편견에 갇힌 성애는 다른 편에서 볼 때 폭력과 다름없다. 각자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인정하고 차별 없이 나를 사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