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손끝으로 유행을 창조하는 헤어 아티스트. 그 중에서도 ‘신의 손’이라 불리는 톱 헤어 아티스트를 <얼루어>가 직접 만났다. 당신이 이미 봐온 수많은 광고나 컬렉션의 헤어 스타일은 모두 이들의 손을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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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슐레이먼
HIS PROFILE 1982년 우연히 구직센터를 통해 헤어 아티스트의 조수가 되면서 헤어 아티스트로서의 첫발을 뗐다. 당시 비달 사순의 아트 디렉터이자 전설적인 헤어 아티스트였던 트레보 소비와 10년 가까이 함께 일하며 커트와 스타일링 기술을 습득했다. 1995년 질 샌더의 광고 캠페인 작업에 참여하며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했으며, 2009년 레이디 가가의 [Alejandro] 앨범에서 그녀의 머리를 보브 커트로 연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현재 4대 도시를 넘나들며 수많은 쇼의 헤어를 담당하고 있는데, 특히 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를 영민하게 간파하여 의상이 더욱 돋보이게 하는 헤어 스타일을 연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디올, 지방시, 펜디, 겔랑, 질 샌더, 모스키노, 랑방, 에르메스 등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광고 캠페인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이 시대에 가장 각광받는 헤어 아티스트다. 현재 웰라 프로페셔널의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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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린의 2017년 봄/여름 시즌 컬렉션의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유진 슐레이먼. 땋는 머리의 다채로운 범주를 선보였다. 2 깃털로 헤어를 장식한 앤 드뮐미스터의 2012년 가을/겨울 컬렉션. 3 유진 슐레이먼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2009년 레이디 가가의 [Alejandro] 앨범의 뮤직비디오 속 보브 커트. 4 색색의 솜으로 머리카락을 장식한 요지 야마모토의 2011년 가을/겨울 컬렉션.

– 머리카락에 컬러를 더하거나 가발이나 땋은 머리를 활용해서 재미를 주는 등 새롭고 과감한 시도를 많이 한다. 한마디로 당신이 연출하는 헤어 스타일에는 언제나 아이디어가 넘친다. 헤어 아티스트로서 당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헤어란 어떤 것인가?
아름다운 헤어를 하나의 문장으로 정의할 수는 없다. 나는 뚜렷한 색깔을 가진 사람에게서 아름다움을 느끼곤 한다. 특히 자신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지닌 여성들은 그 자체로 너무도 아름답다. 보통 각자의 성향, 취향이 그 사람의 평소 헤어 스타일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데, 그것이 나에게 엄청난 영감이 된다. 따라서 사람마다 각자 가지고 있는 느낌에 맞춰 어떤 헤어 스타일을 연출할지 결정한다. 그게 그 사람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헤어 스타일이니까.

– 당신을 이 시대의 천재 헤어 아티스트라 칭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그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일 뿐이다. 언제나 창의적이기를 꿈꾸는.

– 다른 헤어 아티스트와 차별되는 유진 슐레이먼만의 특기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용감함. 분명 위험이 다분한 길이라도 나는 서슴지 않고 가는 스타일이다. 도전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 실수를 감수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면, 어떤 새로운 일도 시도해볼 수 없다.

– 이번 봄/여름 시즌 프린 쇼의 백스테이지에 갔을 때 모델마다 각기 다른, 다채로운 땋은 머리 스타일을 보고 감탄했다. 그런데 역시 그곳에 당신이 있었다. 이미 머릿속으로 다 그림을 그려놓은 듯 순식간에 모델들의 머리카락을 땋아 내려가는 모습에 놀랐다. 그리고 당신은 그 헤어 스타일을 ‘아름다운 실수’라고 칭했다. 매 시즌 독창적인 헤어 스타일을 선보이는 당신에게 평소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모델, 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 사진작가 등 현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동료들이 언제나 나에게 영감을 준다. 이건 정말 중요한데, 왜냐하면 그들에게서 헤어 스타일 그 이상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 그동안의 수많은 작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어떤 것인가?
요지 야마모토, 앤 드뮐미스터 그리고 존 갈리아노와 함께한 작업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0 211년 요지 야마모토의 가을/겨울 컬렉션에서는 마치 로코코 시대의 귀족 여성처럼 머리카락을 위쪽으로 높게 땋아 올린 다음 다양한 색깔의 솜으로 장식했는데 아방가르드한 요지 야마모토의 의상과 근사하게 어우러졌다. 앤 드뮐미스터의 2012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는 가위손처럼 쭈뼛쭈뼛 세운 머리카락에 깃털로 장식하는 실험적인 헤어 스타일에 도전했다. 존 갈리아노의 2015년 메종 마르지엘라 오트 쿠튀르 쇼에서는 모델들의 머리에 젤을 잔뜩 묻혀 핀으로 고정하고 가발을 모자처럼 붙여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뿌듯했고 자랑하고 싶은 결과물들이다.

– 함께 일했을 때 특히 궁합이 가장 잘 맞는 디자이너, 사진가, 메이크업 아티스트 혹은 모델이 있을 것 같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을 가장 환상적으로 구현해주는 조력자를 꼽자면?
너무 많다. 모델 중에서는 줄리아 노비스와 스텔라 테넌트 그리고 레이첼 짐머만이 그렇다. 사진가로는 크레그 맥딘과 파올로 로베르시, 스티븐 클라인도 빼놓을 수 없다. 솔베 선즈보와의 작업 역시 언제나 아름답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팻 맥그라스, 아론 드 메이는 가장 손발이 잘 맞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다.

– 최근 백스테이지의 트렌드를 점령하고 있는 것은 바로 공들이지 않은 듯한 헤어 스타일 즉 , ‘에포트리스 [Effortless]’ 헤어다. 아주 소수의 매거진을 제외하고는 매거진들의 화보 역시 웨어러블하게 변화하고 있다. 헤어 아티스트로서 재미가 덜하지 않나?
그렇지 않다. 나는 이것을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본다. 어떤 헤어 스타일이든 그 룩 자체가 그 모델의 개성을 잘 드러내는 것이 가장 좋다. 예를 들어, 나는 촬영을 갈 때마다 본연의 커트가 너무 아름답고, 멋진 헤어 질감을 가진 모델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는다. 부스스한 웨이브의 미카 아르가나라즈나 거친 헤어 질감이 멋진 에디 캠벨을 떠올려보라. 이처럼 각자가 갖고 있는, 이미 아름다운 머리에 아주 미묘한 손길을 더해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이 요즘 우리의 역할이다. 이것은 매우 섬세한 작업이다. 누군가를 완전히 변신시키는 것만이 크리에이티브한 것은 아니다.

– 앞으로의 헤어 트렌드를 어떻게 전망하나? 여전히 ‘에포트리스’ 헤어는 유효할까?
그동안 에포트리스 헤어가 부스스한 머리카락의 질감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신경 쓰지 않고 대충 자른 듯한 에포트리스 커트가 유행할 것이다. 물론, 그런 자연스러운 헤어 질감도 계속 등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