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라 여겨졌던 웹드라마 시장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한중 합작이 이어지고, 지상파 방송사와 대기업, A급 스타들이 가세한다. 그들은 왜 웹드라마로 향하는 걸까?



‘지옥철’을 타고 출근하는 길, 내 몸은 늘어진 찹쌀떡처럼 힘이 없는데 옆자리에 앉은 여자는 깔깔대며 휴대폰으로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뭐가 그리 재미있나 싶어 힐끔 봤더니, 바로 웹드라마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 2015년을 전망하다’를 통해 콘텐츠 시장을 이끌 중요한 키워드로 ‘스낵컬처’를 꼽았다. 스낵컬처란 말 그대로 스낵을 가볍게 집어먹듯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 예술 소비 트렌드를 말한다. 올해 초 KT 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영상 시청 패러다임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10대와 20대의 TV 외 기기를 통한 영상 시청 비율은 각각 58.8%와 53.8%를 기록했다. ‘본방 사수’는 옛말이다.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콘텐츠를 즐기는 것이 취미가 된 사람이 늘었다는 뜻이다. 웹툰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무서운 성장세로 올라오는 분야가 바로 이 동영상 중심의 모바일 콘텐츠, 웹드라마다. 2010년 윤성호 감독의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부터 출발해 <미생 프리퀄>, <연애세포>,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 등 지금까지 70여 편의 작품이 만들어졌다. 올해 초에는 지상파 방송 3사가 웹드라마 시장에 뛰어들면서 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웹드라마를 볼 수 있는 네이버TV캐스트에는 방송 3사를 비롯해 CJ E&M 웹드라마, JYP 픽처스, 판타지오 웹드라마, 로엔 드라마, 라인 Corp, iHQ 등 40여 개의 제작사가 참여한다. 드라마 전문 제작사는 물론이고, 연예 매니지먼트사까지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웹드라마 시장을 키우기 위해 올해 최대 5억원 규모의 제작 지원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주목받는 이유는 첫 번째, TV 시청률이 10년 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고, 집에 아예 TV를 들여놓지 않은 가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성장세를 걷는 모바일 시대를 개척해 판로를 찾기 위함이다. 자본과 유통 채널의 한계 역시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기대 심리로 작용했다. 제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창작의 자유가 상대적으로 보장된다. 일반적으로 10여분 분량이지만, 5분에서 30분까지 분량과 소재의 선택이 자유롭다. 시청률에 연연하며 족보가 꼬이는 출생의 비밀, 이유 없이 사라지는 기억의 실종 등 막장 스토리를 억지로 짜 맞출 필요가 없고, 회 차를 늘리기 위해 스토리를 바꿀 필요도 없다. 소재의 자유는 실험의 가능성이며, 곧 시청률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을 덜어도 된다는 뜻이 된다. 인기리에 종영해 시즌 2를 맞이한 <연애세포>의 김세훈 PD는 제작발표회를 통해 “웹드라마는 부담 없이 창작 작업을 펼치면서 공감을 이끌어내는 탁월한 장르"라고 표현했다.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저렴할 뿐 더러 제작비를 조달하는 PPL도 자유롭다. 클릭수가 높아지면 붙는 사전 광고의 수익은 손익분기점을 논하는 정도지만, 해외 판매와 다양한 형태의 2차 창작물에서 수익을 높일 수 있다. 플랫폼 사업자가 저작권을 갖는 TV, 영화와는 달리 대체적으로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저작권 수익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만드는 프로그램마다 성공하는 미다스의 손, 나영석 PD가 강호동과 이승기, 은지원, 이수근을 멤버로 하여 만든 웹예능 <신서유기>의 배경을 중국으로 택한 것도 판매와 무관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웹드라마 <최고의 미래>는 공개 한 달 만에 누적 조회 수가 1천만 회를 넘었고, 현재 엑소 시우민이 주연을 맡은 시즌 3을 준비 중이다. 이 드라마를 제작한 곳은 다름 아닌 삼성이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출구로 웹드라마가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아직은 성장 초기인 웹드라마 시장에 소지섭과 탑, 우에노주리, 김우빈, 정일우, 엑소, 정윤호 등 A급 스타가 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익명을 요구한 드라마 홍보 마케팅 대표 H는 이에 대해 속 시원하게 대답해주었다. “웹드라마가 포털 사이트의 메인 화면에 걸리기 위해서는 이름 있는 배우와 아이돌이 필요해요. 또 웹드라마에는 중국의 자본이 대거 유입되어 있죠. 모바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에서도 콘텐츠가 필요하거든요. 스타의 출연료와 스태프 비용을 포함한 제작비는 한국이 훨씬 저렴하고, 한류 스타를 활용할 수 있으니 제작을 한국에 맡기는 거죠. 그래서 제작사에서는 포털에서 클릭을 부르는 스타, 중국에서 인지도가 높은 스타를 캐스팅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풀어요. 돈이 아니라면, 다음 지상파 드라마의 캐스팅을 은밀한 미끼로 사용하죠.” <연애세포> 기획사 드라애몽 주식회사와 중국 열기구 영시문화유한공사가 함께 <스완 : 그들의 비밀>을 제작하는 것처럼 한중 합작은 웹드라마의 새로운 키워드다. 오랫동안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근무해온 매니저 J씨는 배우 입장에서 웹드라마에 출연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A급 스타는 이미지가 워낙 중요하잖아요. 새로운 배역에 대한 두려움이 크죠. 그런데 웹드라마는 연기 변신을 시도하기에 부담없는 플랫폼이에요. 원하는 방향의 필모그래피를 보여줄 수 있죠. 한류 팬들에게도 가깝게 다가갈 수 있고요. 연기를 하고픈 아이돌이나 주연을 맡아보지 못한 조연급, 신인 배우에겐 환상의 출구가 돼죠. 회사 입장에서는 연기학원에서 배워야 할 연기를 공짜로 실전경험까지 쌓아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있겠어요? 이 기회에 시청자에겐 주연급이라는 인식도 심어주고, 제작사와의 인연도 탄탄히 쌓고요. 팬들에겐 TV 드라마에 출연해봤자 주인공의 동생이나 친구일 뿐인 우리 오빠의 멜로 신을 볼 기회잖아요. 그러다 보니 자사 배우를 출연시키기 위해, 혹은 활용하기 위해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가 제작에 뛰어든 거죠.” 웹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은 배우와 제작사 모두 윈윈이라는 뜻이다.

웹드라마는 여전히 달에 우주선을 띄우는 실험적인 단계다. 여기서도 조악한 대본과 연출 작품이 있고, 눈에 띄는 인상 깊은 작품이 존재하다. 여기저기서 웹드라마에 관심과 자본이 쏟아지는 지금, 발전할 동력은 충분하다. 우리는 이 활발한 변화를 손안에서 즐기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