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서울에서, 가장 멋진 오래된 것과 가장 멋진 새것을 찾았다. 서울의 시간을 선명하게 증언하는 24개의 장소.



OLD 우리은행 종로지점

1909년에 지은 이 아름다운 2층 건물은 우리나라 은행 최초의 근대 건축물이다. 100년 넘게 한 자리를 지켜온 이 건물이 더 놀랍게 느껴지는 이유는 조선상업은행, 천일은행, 한국상업은행, 한빛은행을 거쳐 지금의 우리은행까지 이름만 바꿔가며 동일 금융기관으로 계속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벽돌을 쌓아 올린 건물은 화강석 기둥, 지붕에 올린 돔 덕에 한층 화려하고 웅장해 보인다. 지금의 지붕 아래와 창틀 조각들은 1914년 화재 후 다시 지었을 때 생겨난 것. ‘광통관’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곳은 1959년, 국내 최초로 여성을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  ‘숙녀금고’를 출시하기도 했다. 1962년 당시 ‘숙녀금고’의 지면 광고에 ‘유니트시스템’ 등 외래어가 등장한 것을 엿볼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중구 남대문로 1가 19

 

NEW KT 광화문 빌딩 이스트

올 1월 입주한 명실상부한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다. 광화문은 1885년 최초의 전신도입기관으로 통신 역사를 시작한 한성전보총국이 개국한 장소로, 이곳에 신사옥을 짓는 KT의 마음가짐은 남달랐다고. 파리 퐁피두 센터를 지은 세계적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설계를 맡았다. 렌조 피아노는 건물을 받치는 기둥을 세우고 그 공간에 구릉 형태의 정원과 산책로를 만들어 도심 속 자연공간을 만들었다. “멋진 건축이란 멋지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멋진 경험을 하게 되는 공간을 말한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서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닫게 될 것이다.” 렌조 피아노는 이렇게 1층과 꼭대기층에 자연을 끌어들였다. 다만 꼭대기층은 직원에게만 공개된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100





NEW 서울숲

서울 성동구 뚝섬 지역 35만 평짜리 땅이 ‘숲’이라는 이름을 얻기 전 경마장 부지였다는 걸 모르는 이는 많지 않다. 하지만 이 터가 골프장이었으며, 서울 최초의 상수원 수원이었고, 그리고 임금의 사냥터였다는 것을 아는 이는 별로 없을 테다. 서울숲은 메트로폴리스가 된 서울이 지향하는 ‘녹지사업’의 방향을 보여준다. 식물을 감상할 수 있는 식물원과 화원이 있는 자연체험학습장, 스케이트 파크, 야외무대, 숲속놀이터가 있는 서울숲 광장, 과거 한강물이 흐르던 곳을 자연생태숲으로 꾸민 뚝섬생태숲, 습지생태원, 한강공원이 서울숲을 구성하고 있다. 서울숲에는 총 95종 41만5천 그루의 나무와 3천2백여 종류의 꽃과 풀이 자라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아주 자연스레 도시, 그리고 사람과 어우러진다.

주소 서울시 성동구 뚝섬로 273

 

OLD 창경궁 대온실

철과 유리를 사용해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식물원, 창경궁 대온실은 1909년 완공됐다. 하지만 대한제국이 겨우 명맥을 이어가던 때 지은 온실에 담긴 기억이 마냥 즐거울 리 없다. 조선왕조의 터였던 창경궁을 일제는 1908년부터 대대적으로 ‘놀이공원’화하기 시작했는데 나라의 큰 행사를 치르던 명정전 앞마당을 꽃밭으로 만들고, 주변 전각에는 박물관을 지었으며, 남쪽 보루각 일대에 동물원을 개장하고, 벚나무를 갖다 심었다. 창경궁 대온실 역시 그렇게 궁이 ‘창경원’이 되어가던 과정에 생겨난 것이다. 1983년, 문화재관리국이 창경궁 복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동물들은 과천 서울대공원으로, 벚나무는 여의도 윤중로와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다. 대온실만이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킨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185





OLD 아스토리아 호텔

한국 최초의 근대식 호텔인 손탁호텔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 오래다. 지난해 100주년을 맞이한 웨스틴 조선호텔, 지금의 롯데호텔의 전신이 된 1937년에 문을 연 반도호텔 등에 비하면 1959년에 지은 아스토리아 호텔이 ‘쌩쌩’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충무로역 근처에 자리한 7층짜리 자그마한 이 호텔은 당시의 건축 골조와 소품을 보존해왔다는 점에서 돌아볼 필요가 있다. 1959년 설립 이후 3대인 이경수 대표가 맥을 잇고 있는 호텔은 여러 번 재공사를 감행하면서도 출입문과 로비, 일부 객실의 천장 대리석과 벽, 금고, 객실 열쇠함 등을 그대로 남겨놓는 것을 잊지 않았다. 웨딩홀을 운영하던 1960~ 70년대에 이곳에서 식을 올린 노부부나 한국전쟁에 참전한 이후 한국에 정착한 영국의 한 장군이 이곳을 종종 찾곤 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나 아스토리아 호텔은 현재 문을 닫은 상태다. 오는 8월이면, 지금의 건물을 완전히 허물고 2018년 15층짜리 새로운 호텔로 태어날 예정이다. 그러니 마지막 인사를 고하고 싶다면 서두르길. 1층의 레스토랑 벨라쿨라는 7월까지 문을 연다.

주소 서울시 중구 퇴계로 176

 

NEW 포시즌스 호텔 서울

강력한 호텔이 등장했다. <아웃라이어>의 말콤 글래드웰이 세계에서 가장 잘 관리된 브랜드로 주저 없이 말하는 세계적 호텔 그룹 포시즌스 호텔이 서울 입성을 알린 것. 이 소식은 우리나라 호텔업계와 여행자들의 마음을 모두 술렁이게 했다. 그 포시즌스 호텔 서울이 오는 9월 개관할 예정으로, <얼루어>가 가장 먼저 취재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광화문 사거리에 위치한, 43개의 스위트룸을 포함한 317개의 객실을 갖춘 대형 호텔이다. 침대 위에 까는 타퍼(Topper)를 취향에 맞게 3가지 중에서 고를 수 있고, 양털로 만든 구름 같은 300수 이불이 갖춰진 침대는 천국처럼 포근하다. 7개의 레스토랑과 스피크이지 스타일의 바도 함께 오픈한다. 그러나 가장 궁금한 건, ‘포시즌스 서비스’로 불리는 완벽한 서비스다. 해외 곳곳에서 우리를 미소 짓게 한 바로 그 서비스를 서울에서도 만나게 되길. 

주소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 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