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과 석가탄신일 등 5월의 달력은 기분 좋은 붉은 숫자로 가득하다. 모처럼 선물 같은 연휴를 누리게 된 당신에게 <얼루어>는 어디론가 떠나라고 권하고 싶다. 그래서 준비한 1박2일, 혹은 2박3일의 국내여행 리스트.



7 휴양림에서 보낸 하루

산과 계곡을 따라 생겨난 전국 130개 남짓의 휴양림은 따뜻한 계절, 하룻밤을 보내기에 더없이 훌륭한 장소다. 캠핑에 취미가 없는 사람이라도 숲 한가운데에서 잠을 청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운영하다 보니 숙박 가격이 5만원대로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고도 800미터의 축령산은 숲이 좋은 곳으로 손꼽힌다. 서울과 1시간 거리인 경기도 남양주 축령산 자연휴양림은 가평 8경으로 손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봄의 풍광을 자랑한다. 60년 이상 된 잣나무만 수십만 그루가 있고, 데크에서 내려서면 바위 틈새에 핀 야생화를 감상할 수도 있다. 경기도를 벗어나 남부권의 휴양림을 찾고 있다면 대구에서 멀지 않은 경북 성주군에 있는 독용산성자연휴양림으로 향할 것. 성주호 아라월드와 가까워 모터보트, 플라이피시 등 수상 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단, 모든 국립자연휴양림은 주말이나 연휴에는 치열한 예약 전쟁을 각오해야 한다. 매주 화요일에는 모두 문을 닫는다는 사실 역시 염두에 두고 여행 계획을 짜자.





8 운동이 좋다면 강원도로

그 누구보다 액티브한 연휴를 보내고 싶다면 정답은 강원도다. 인제군 내린천은 우리나라 최고의 청정지역으로 꼽힌다. 양양에서 흘러내려오는 힘찬 물줄기, 갖가지 기암괴석과 자갈밭, 은빛 백사장 등이 조화를 이루는 내린천은 래프팅의 천국으로 불린다. 래프팅 외에도 숲 속과 내린천 강변을 따라 달릴 수 있는 산악 오토바이와 아르고 체험, 나무와 지주대 사이를 와이어에 매달려 재빠르게 이동하는 스카이짚트랙. 번지점프 등 모험가를 위한 놀거리가 잔뜩이다. 먹거리도 건강하다. 산채비빔밥과 막국수, 두부 전골로 가볍고 든든하게 몸을 챙길 것. 양양은 여전히 국내 서퍼들의 성지다. 하조대 인근부터 시작해 동산포해수욕장, 죽도해수욕장까지 수십여 군데의 서핑 카페와 스쿨이 서퍼들을 맞이하고 있다. 아웃도어 패션에 관심이 많다면 최근 문을 연 파타고니아 양양 매장에도 들를 것. 국내외 각종 서핑 페스티벌 수상 경력을 갖춘 서퍼가 직접 운영하는 곳으로 루프탑 영화 상영회 등을 열며 서퍼들을 위한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9 강릉 커피 투어  

커피를 아직도 더 마셔야 할까? 답은 ‘그렇다’이다. 그리고 모처럼 커피를 마시기로 결심했다면, 그 발걸음은 커피의 도시 강릉으로 향해야 한다. 처음에는 홍대 거리만큼이나 카페가 끝없이 이어진 인목 해변을 방문하는 것으로 가볍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 아마 전 세계에서 가장 카페가 많은 해변일 거다. 이후 명인을 찾아 떠날 것. 강릉의 커피 문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국내 일본식 핸드드립의 1인자인 박이추 선생이다. 연곡면의 보헤미안 본점에는 목요일부터 일요일 저녁 사이에, 경포대에 있는 2호점에서는 월요일부터 수요일 오후에 그가 직접 내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세계의 커피 산지를 여행하며 직접 찾은 최상급 원두를 보유한 커피 공장 테라로사 본점과 강릉의 커피 강자로 커피농장까지 운영하는 커피키퍼도 한 번쯤은 들러야 할 곳이다. 대형커피점들 사이로 개성 있는 커피전문점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바리스타 부부가 운영하는 커피 내리는 버스정류장, 강릉영상미디어 센터의 다섯 작가가 방앗간과 제면소로 쓰이던 건물을 개조한 카페 겸 갤러리 봉봉방앗간,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카페 카모메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커피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강릉에 왔으니 바닷가에서 자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해발 1100미터의 마을 안반데기에서 보내는 하룻밤도 특별하다. 봄에는 호밀이, 여름에는 초록빛 고랭지 배추가 넓게 펼쳐지는 산등성이 마을에는 펜션 운유촌이 있다. 요리 솜씨 좋은 부인이 내주는 토종닭백숙은 반드시 맛봐야 한다. 일출을 감상하는 것도 잊지 말 것.





10 포천의 다른 얼굴

포천은 경기도 지역 중에서도 가장 거칠고 풍요로운 자연 풍광을 자랑한다. 국내 여행 좀 다녔다는 사람들조차 ‘본 적 없는 풍경이다’라고 혀를 내두르는 비둘기낭 폭포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커다란 굴에 청록빛 폭포수가 신비롭게 흐르는 명소. 기세 좋게 흐르는 한탄강 물줄기 뒤편으로 형성된 30~40m 높이의 수직절벽 총석정, 30만 년 가까운 세월 동안 형성된 현무암 협곡이 주상절리를 이루는 멍우리 협곡은 기세 좋게 획을 그은 그 어떤 붓줄기보다 힘차다. 문을 닫은 화강암 채석장에 공연장과 레스토랑, 전시관, 모노레일 등을 설치해 아트밸리로 꾸민 포천 아트밸리 역시 포천의 웅장한 스케일을 짐작할 수 있는 좋은 예다. 물론 거칠고 커다란 풍경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산중에 있는 우물과 같은 호수’라는 예쁜 이름을 단 산정호수는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며 한 바퀴 산책하기 좋다. 포천을 대표하는 먹거리인 이동갈비와 이동막걸리를 챙겨 먹고, 배상면주가에서 운영하는 산사원에서의 막걸리 한 잔을 걸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대형 리조트는 없지만 비교적 최근 문을 연 아도니스호텔은 실내외 수영장을 갖추고 있다. 서울에서 1시간 40분 거리밖에 되지 않는 데다가, 반려견을 위한 펜션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니 반려동물이 있는 사람이라면 함께 떠나도 좋겠다. 





11 여수와 통영 먹방 투어

여행을 ‘먹방’으로 점철하고 싶다면 여수와 통영을 아우르는 코스가 정답이다. 시작은 여수가 좋겠다. 여수 엑스포를 개최하며 여수 엑스포역을 개통한 덕에, 수도권과의 거리가 3시간 반으로 가까워졌으니까. 2박3일 일정에 그조차도 길게 느껴진다면 김포공항에서 여수행 비행기에 오를 것. 비행기가 출발하고 55분이 지나면 어느덧 여수다. 여수공항 렌터카 센터에서 차를 빌렸다면 제철을 맞은 여수의 별미를 맛봐야 한다. 아삭한 서대회, 키조개와 삼겹살, 갓김치가 짝을 이루는 여수삼합, 전복요리 등 먹을 게 잔뜩이다. 밤이 깊으면 교동시장 포장마차 거리로 향할 것. 번호와 이름을 간판에 단 포장마차에서 숯불 장어구이와 관자구이, 군평선이 구이 등 최고의 술 안주를 맛볼 수 있다. 밤의 여수에서 봐야 할 것은 여수 밤바다뿐만이 아니다. 통영에서 잘 먹고 오고 싶다면 사실 서호시장과 중앙시장, 두 시장만 찾아도 충분하다. 그래도 굳이 옮기자면 통영의 먹거리들은 다음과 같다. 복국, 물잡채, 시락국, 꿀빵, 우동에 자장 소스를 부어 먹는 우짜, 멍게회비빔막국수, 멸치회무침, 충무김밥….





12 온전한 섬 여행

2박3일이라는 충분한 여유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을 온전히 섬 여행에 사용해보면 어떨까? 목포 추자도와 가까이 자리한 작은 섬 횡간도는 행정선을 타고 갈 수 있는 섬이다. 행정선은 이름 그대로 행정적인 이유로 드나드는 군청 소속의 배를 가리키는 말. 일주일에 네 번 움직이는 행정선을 타고 한 번 들어가면 이틀 뒤에나 다시 뭍으로 나올 수 있다. 섬의 주민은 14명뿐. 2009년까지는 자체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공급했을 정도로 작고, 여전히 우물을 식수로 사용한다. 숙박시설도 없으니 주민 집에 신세를 지거나, 캠핑 도구를 사용해 섬을 천천히 감상하길. 횡간도가 너무 멀게 느껴진다면 가까운 인천으로 떠나자. 최근 쾌속선이 운행을 시작한 덕적도는 자전거 여행을 적극적으로 권하는 섬이다. 전기자전거를 대여하고 있으며 펜션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도 있다. 잘 깔아둔 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섬을 질주하는 기분을 만끽하길. 자전거를 좋아하는 연인과 함께하면 더 좋겠다. 해가 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섬은, 연인에게 가장 로맨틱한 장소이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