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복고 열풍이 런웨이를 점령하면서 이번 시즌 파스텔 컬러가 뜨겁게 주목받고 있다. 파스텔 메이크업은 무조건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깬 다채로운 파스텔 메이크업의 세계로.



파스텔 메이크업에 대한 마음은 마카롱에 대한 마음 같다. 보는 것만으로 ‘예쁘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뇌 속까지 화사해지는 듯하지만 막상 내가 갖기에는 뭔가 부담스러운 기분. 얼마 전 스튜디오에서 파스텔 아이섀도 촬영을 하다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는데 역시나 반응은 비슷했다. “여기까지 달콤한 향기가 전해지는 것 같아요”라는 댓글 아래로 “실제 바르기는 부담스럽죠”라는 댓글이 달렸다. 파스텔 메이크업에 대해 이처럼 막연한 두려움과 편견을 갖게 된 데는 1970~80년대 영화나 광고 속 파스텔 메이크업의 ‘나쁜 예’ 탓이 크다. 파운데이션을 석고처럼 겹겹이 바른 얼굴에 하늘색 아이섀도로 눈두덩을 칠한 모습을 떠올려보라. 특히 속쌍꺼풀이 많고 눈꺼풀에 살이 많은 한국 여성 눈에 파스텔 컬러는 숙제 같은 존재다. 그런데 이번 시즌, 디올 쇼의 런웨이를 걸어 나오는 모델들을 보고는 파스텔 컬러에 다시 도전하고 싶은 욕망이 꿈틀댔다. 옅은 갈색 머리를 커튼처럼 얼굴에 드리우고 청초한 얼굴로 등장한 모델들이 눈을 깜빡일 때마다 파스텔 컬러가 슬쩍 보였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던 것. 피스타치오와 스트로베리 마카롱을 연상시키는 여린 컬러에 마음을 빼앗겼다. 보는 이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아이라인의 정체는 알고 보니 메이크업 제품이 아닌 정교하게 자른 천 조각이었다. “섬세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룩을 연출하기 위해 파스텔 컬러의 새틴 소재를 레이저 기기를 이용해 정교하게 커팅해서 초승달 모양으로 만들었어요.” 디올 쇼의 메이크업을 담당한 피터 필립스의 설명이다. 그는 디올 쇼에 이어 펜디 쇼에서도 파스텔 컬러 아이라인을 선보였는데, 이번에는 새틴이 아닌 파스텔 블루 컬러의 가죽을 선택했다. “칼 라거펠트는 펜디 쇼의 옷과 액세서리에 사용한 컬러를 아이라인에도 똑같이 쓰고 싶다고 말했어요. 메이크업 제품으로는 완벽히 재현하기에 한계가 있어 헤어 아티스트에게 가죽으로 만든 꽃 모양의 헤어 액세서리를 빌려와 작은 조각으로 잘랐죠.” 번질 염려도 없고, 쌍꺼풀 없는 눈에 붙이면 쌍꺼풀 테이프처럼 저절로 쌍꺼풀도 만들어지니 일석이조. 파스텔 컬러 아이라이너를 이용하면 좀 더 실용적으로 연출할 수 있다. 진한 쌍꺼풀을 가졌다면 연두색 아이섀도를 쌍꺼풀 라인에 연하게 펴 바르고 분홍색 아이라이너로 가늘게 아이라인을 그린 델포조 쇼의 룩에 도전해봐도 좋겠다. 좀 더 과감한 색을 사용하고 싶다면 눈 밑을 공략해보길! 메이크업 아티스트 앤드류 갈리모어는 홀리 퓰턴 쇼에서 화이트와 하늘색 아이라이너로 언더라인을 반쪽씩 채워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고, 긴 속눈썹을 붙인 펠더 펠더 쇼의 모델들은 눈 밑 애교살에 연노란색 아이섀도를 발라 70년대 자유로운 히피 걸로 변신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테리 바버는 마퀴 알메이다 쇼에서 언더라인 주변을 아예 파스텔톤의 오렌지와 그린, 블루 컬러로 화려하게 물들였다. 



1 크리니크의 올 어바웃 섀도우 7호 소프트 쉬머. 4.8g 4만3천원대. 2 브이디엘의 페스티벌 아이섀도우 603호. 1g 6천5백원. 3 보브의 트웬티팩토리 컬러데이션 틴트 컬러 코코넛 멜론. 4g 1만원대. 4 문샷의 컬러 문워크 파우더 무스 103호 크레이즈 코랄. 10g 2만2천원. 5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아이 틴트 3호 제이드. 6.5ml 4만8천원대. 6 쓰리컨셉아이즈의 크리미 워터프루프 아이라이너 10호 모히토. 0.6g 1만2천원. 7 스틸라의 스머지 스틱 워터프루프 아이라이너 카나리. 0.28g 2만7천원. 8 문샷의 컬러 문워크 펜슬 익스트림 501호 이비자. 0.5g 1만8천원. 9 에뛰드하우스의 플레이 101펜슬 14호. 0.5g 6천원. 10 반디의 네일락커 베이비 오렌지. 14ml 2만원. 11 나스의 싱글 아이섀도우 바바리아. 2.2g 3만5천원. 12 라네즈의 스노우 레디언트 아이즈 5호 핑크 그라데이션. 3.2g 1만8천원대. 13 맥의 아이섀도우 릴리. 1.5g 2만6천원.

이처럼 과감한 시도를 한 아티스트도 많았지만 반대로 파스텔 메이크업의 실용적인 ‘좋은 예’를 보여준 쇼도 많았다. 특히 톤 다운된 파스텔 컬러를 마치 새로운 브라운 컬러인 양 다룬 경우가 많았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팻 맥그라스는 베르사체 쇼에서는 섬세하게 빛나는 장밋빛 아이섀도를 눈꺼풀과 광대뼈 위에 흩뿌려 사랑스러운 핑크 메이크업을 완성했고, 스텔라 맥카트니 쇼에서는 역시 톤 다운된 파스텔 피치 컬러의 아이섀도를 피부가 비칠 정도로 눈가에 은은하게 펴 발라 투명하고 화사한 눈매를 연출했다. 70년대를 대표하는 색인 라벤더 컬러도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매튜 윌리엄슨과 츠모리 치사토 쇼에서는 브라운 대신 톤 다운된 라벤더 컬러를 눈두덩에 옅게 펴 발라 자연스럽게 음영을 주어 화사하면서도 세련된 룩을 완성했다. 파스텔 컬러의 인기를 반영하듯 봄 메이크업 컬렉션에서도 이들 컬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4 에스티 로더의 퓨어 칼라 아이섀도우 캔디 크레이브. 2.1g 3만원. 15 시슬리의 휘또 옹브르 에끌라 스카이 블루. 1.5g 4만9천원. 16 베네피트의 롱 웨어 파우더 섀도우 핑크 스웨어. 3g 3만원대. 17 디올의 베르니 499호 로즈. 10ml 3만2천원. 18 쓰리컨셉아이즈의 원 컬러 섀도우 쌔먼 핑크. 2.5g 1만1천원. 19 바비 브라운의 쉬머 워시 아이섀도우 73호 프렌치 블루. 2.5g 3만4천원대. 20 네이처리퍼블릭의 바이 플라워 아이섀도우 밀크 틴트. 1.8g 3천9백원. 21 린다 요한슨의 네일 캔디 스프링 옐로우. 10ml 2만4천원.

이제 파스텔 컬러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면 다음의 조언을 기억하길! “파스텔 메이크업을 할 때는 화사하고 깨끗한 피부가 필수지만 피부 표현은 첫째도, 둘째도 자연스러움이에요. 파운데이션은 가볍게 바르고 칙칙한 피부톤과 잡티는 컨실러로 커버하세요.” 테리 바버의 조언이다. 이번 시즌 트렌드인 자연스러운 피부 표현은 파스텔 메이크업과도 찰떡궁합이라고. 눈에 포인트를 준 만큼 입술은 코랄이나 코랄 핑크 같은 은은한 색상으로 자연스럽게 연출하는 것이 좋다. 스텔라 맥카트니 쇼에서처럼 투명한 립글로스로 입술에 살짝 광택을 주면 얼굴이 더 화사하고 어려 보이는 효과를 줄 수 있다. 아직도 파스텔 컬러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면 화장품 매장에 들러 나에게 맞는 파스텔 컬러가 무엇인지부터 찾아보자. 오래된 편견을 깨는 데 새로운 도전만큼 효과적인 해결책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