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서울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빵을 구워내느라 바쁘다. 깊어가는 가을과 어울리는, 이름을 기억할 만한 빵집들을 찾아 떠났다. 모두 올해 생긴 곳이다.

1 빵으로 가득 찬 브레드 앤 서플라이의 진열장. 2 빵, 샌드위치, 수프, 샐러드와 도시락까지 판매한다. 3 시골빵, 글루텐 프리, 토마토 로즈메리, 감자치아바타.

브레드 앤 서플라이 ‘브레드 앤 서플라이’의 빵은 유럽식 빵과 친숙한 간식용 빵, 그 사이에 적절히 균형을 잡고 있다. “한국에서 빵은 식사보다는 간식이라는 인식이 강해요. 그래서 먹는 재미가 있는 재료를 사용한 빵을 만들었죠.”선드라이토마토와 로즈메리를 얹은 바게트나 리본 모양의 딸기파이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다른 먹거리도 잔뜩이다. 월병을 납작하게 눌러 만든 듯한 문 쿠키, 곰 모양 쿠키도 귀엽지만 그보다 좀 더 먹음직스러운 건 나날이 인기를 구가하는 런치박스다. 아침마다 만든 바게트 샌드위치와 샐러드, 그리고 수프를 넣은 런치박스는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예약제로 오리 구이와 통닭 구이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둘 것. 그야말로 간식부터 식사까지, 모든 게 가능한 베이커리다.

가격 글루텐 프리 빵 3천5백원, 런치박스 1만원 영업시간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소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117-39 문의 02-3446-8979



1 실내 전경이 고스란히 들어오는 테라스 자리. 2 캉파뉴, 바게뜨, 크루아상, 치아바타와 아몬드 헤이즐넛 바게트.

피트 오목교역 사거리에 등장한 ‘피트’는 바게트, 캉파뉴, 치아바타 등 유럽의 대표적인 식사용 빵 종류를 제법 살뜰하게 갖춘 곳이다. 언뜻 투박해 보이는 식사용 빵의 미묘하게 다른 맛을 찾아가는 재미도 있다. 아몬드와 헤이즐넛이 잔뜩 박힌 바게트와 무화과, 그리고 자두를 각기 넣은 캉파뉴 중 어느 것을 가장 먼저 집어야 할까? 호주에서 파티시에 과정을 수료하고, 호주와 두바이의 호텔에서 근무한 민경득 파티시에의 철칙은 ‘빵’을 압도할 만한 재료를 첨가하지 않는 것이다. “호주와 중동에서 지내면서 재미있는 빵을 많이 만났어요. 하지만 간식으로 먹는 빵보다는 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빵을 만들고 싶어요.” 크림이 든 빵이나 도넛을 만들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반면 묵직한 치즈 케이크나 생초콜릿을 넣은 초콜릿 케이크를 선호하는 것 역시 식사용 빵과 디저트는 완전히 구분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했다. “빵은 달지 않고 거친 진짜 빵 같아야 하고, 디저트라면 엄청나게 달고 봐야죠.” 그래서 피트의 빵과 디저트는 둘 다 듬직하다.

가격 아몬드헤이즐넛 바게트 5천5백원, 올리브빵 2천원 영업시간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주소 서울시 양천구 신정2동 117-34 문의 070-8882-4040 



1 수십 종류의 빵이 선택을 기다린다. 2 소라빵, 멜론빵, 단팥크림치즈빵, 그리고 야키소바빵.

아오이토리 “손님들이 어떤 빵을 먹을지 잔뜩 고민했으면 해요.” ‘아오이토리’의 코바야시 스스무 대표는 목표를 100% 달성했다. 갖가지 빵과 샌드위치, 샐러드와 요리를 선보이는 아오이토리에 들어서서 단번에 메뉴를 정하기란 쉽지 않은 일일 테니까. 멜론빵과 명란빵 등 한국에 ‘일본식 제과’를 제대로 선보인 '도쿄팡야'에서 근무했던 코바야시 대표는 재료의 맛을 살린 개성 있는 빵을 만든다. 일본에서는 친숙한 빵인 야키소바빵은 빵 속에 야키소바를 넣은 것. 소시지빵이나 피자빵처럼 빵보다는 맛을 더하는 재료 그 자체가 더 돋보이는 빵이다. “아오이토리는 ‘파랑새’라는 뜻이에요. 동화의 결말에서 파랑새는 일상에 있다고 하죠. 가장 일상적인 음식인 빵에서 다양한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코바야시 대표의 말이다. 저녁 7시가 되면 아오이토리는 바로 돌변한다. 와인 조개찜, 소시지 모둠 등 간단한 안주를 술, 음료와 함께 곁들일 수도 있다. 3천원에 무한정 제공하는 기본 빵이 함께한다.

가격 샌드위치 4천5백원, 야키소바빵 2천5백원, 말차소라빵 2천원 영업시간 오전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27-17 문의 02-333-0421 



1 빵과 생강상회는 서촌의 유일한 델리숍이다. 벽에 걸린 20세기 초 서울의 풍경. 2 건강한 간식, 생강쿠키.

빵과 생강상회 빵과 생강이라는 단어를 굵직한 궁서체로 간판에 새겼다. ‘빵과 생강상회’는 글씨체만큼이나 진지하게 빵과 쿠키를 굽는 곳이다. 빵과 생강상회의 목적은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빵을 만드는 것. 이왕 간식을 먹을 거라면 몸에 좋은 것을 먹었으면 하는 바람이 지금의 빵과 생강상회를 만들었다. 예민한 발효종을 가방에 품고 퇴근할 정도로 정성스럽게 빵을 만드는 에스더 셰프는 빵과 생강상회의 이진석 대표와 사제지간이다. 1980년대 독일에 머물며 유기농 식품과 바이오 인증 식품 운동을 목격한 대표는 정직한 사회가 정직한 음식을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도 처음에는 젊은 사람들이 음식 가려 먹는다고 비난했어요. 하지만 좋은 음식을 만드는 건 결국 세상과도 연결되어 있더라고요.” 빵, 쿠키, 케이크, 누가 등 빵과 생강상회의 모든 재료에는 생강이 들어간다. 생강을 택한 이유는 한방학적으로 입증된 생강의 다양한 효과 때문. 목이 아프거나 피곤할 때 마신 생강차 한 잔의 효과를 느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납득할 만한 선택이다. 빵과 생강상회는 믿을 만한 음료와 소스, 파스타 등을 취급하는 델리숍이기도 하다. 진짜 좋은 먹거리가 이곳에 있다.  

가격 생강쿠키 2천5백원, 복숭아생강케이크 1조각 8천5백원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주소 서울시 종로구 통인동 149-5 문의 070-8802-1810



1 크랜베리호두캉파뉴, 호두 통밀빵, 브리오슈. 2 정겨운 서촌의 풍경이 창밖으로 비친다.

통인동 골목에 조용하게 자리 잡은 이 작은 빵집의 시작이 뉴욕의 명물 설리반 베이커리와의 인연에서 비롯됐다는 걸 알면 깜짝 놀랄 거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뉴욕에서 유학 생활을 시작한 주은숙 대표는 친구와 함께 들어간 레스토랑의 빵 맛에 완전히 반해버렸다. “홍합찜을 먹으러 갔는데, 식전빵을 세 번이나 더 달라고 했어요. 추가요금을 내면서까지요!” 그 빵은 당시 뉴욕의 괜찮은 레스토랑마다 빵을 공급한 설리반 베이커리가 만든 것이었다. 부부가 운영하던 설리반 베이커리와 친분이 생겨 직접 빵 만드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은 훨씬 뒤의 일이다. 주은숙 대표는 빵의 종류보다 빵을 먹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즐긴다. 기본이 되는 식사용 빵은 조금만 재료를  더하면 완벽한 안주이자 식사가 된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 브리오슈는 사과와 치즈 한 조각만 더하면 근사한 와인 안주가 되고, 시큼하고 촉촉한 사워도우 빵은 토마토 소스, 계란 한 장과 완벽하게 어울리며, 치아바타 빵에는 모차렐라 치즈와 토마토 한 조각만 넣으면 된다는 등 빵을 맛있게 먹는 비법을 줄줄이 털어놓는다. “어떤 빵이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빵마다 맛이 다른 동네 빵집의 빵을 먹는 날은 왔으면 좋겠어요.” 가게 이름인 ‘밀’은 ‘방앗간’이라는 뜻이다. 사람들이 드나들던 동네 방앗간처럼, 밀에도 갖가지 동네 이야기가 모여들고 있다.

가격 컨트리 사워도우 6천8백원, 토마토 발효 에이드 2천5백원 영업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주소 서울시 종로구 통인동 138-1 문의 02-733-1178 



 1 홍대 주민의 동네 빵집, 리퀴드. 2 먹물치즈바게뜨와 먹물유자크림치즈, 베리베리 캉파뉴, 탕종호밀빵.

롤앤브레드 리퀴드 리퀴드의 빵은 친근하다. 식빵과 팥빵, 크림빵, 모닝빵 등 ‘빵’ 하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빵 종류를 충실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번화한 홍대 거리에 자리 잡고 있지만 나이 지긋한 동네 어르신들이 자주 찾는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거다. 한상민과자점과 안스베이커리에서 도합 14년간 근무한 경력을 자랑하는 김우중 오너 셰프의 빵이 유난히 부드럽고 쫄깃한 데에는 비결이 있다. 바로 빵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발효종을 섞어 사용하는 ‘탕종법’ 때문. “건포도종(Rasin Liquide)과 묽은 천연발효종(Levan Liquide)을 합쳐 가게 이름도 ‘리퀴드(Riquide)’라고 지었죠.” 해외 여러 대회에서 수상 경력이 있는 김우중 셰프가 자랑스럽게 말한다. 부드럽고 신선한 반죽과 그의 발효법이 어울려, 딱딱하다고 알려진 호밀빵도 촉촉하게 다시 태어났다. 인기 메뉴인 베리베리 캉파뉴도 부드럽긴 마찬가지. 먹물 치즈 바게트를 비롯, 먹물이 들어간 빵도 리퀴드의 스테디셀러다. 아직은 딱딱하고 쫄깃한 유럽식 빵보다, 말랑말랑한 빵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면 리퀴드로 향할 것.   

가격 탕종호밀빵 4천5백원, 호두타르트 2천5백원 영업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28-22 문의 02-334-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