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화연은 오롯이 현재를 즐기고 있다. 지난날을 후회하지도, 일어나지 않는 미래를 걱정하지도 않는다. "돈과 인기에 흔들리지 않고 자존심을 지키며 살아왔어요. 그거 하나만큼은 자신할 수 있어요." 그녀의 만월은 바로 지금이다.

드레스는 퍼블리카 아틀리에(Publicka Atelier). 스톤 장식의 금색 팔찌는 도비마(Dovima).

차화연은 1986년 드라마 <사랑과 야망>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녀가 열연한 미자는 사랑하는 남자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의 야망을 위해 사는 여인이었다. 당시의 여자들은 차화연을 통해 대리만족했고, 모든 남자가 그녀를 동경했다. 여배우로서 정점에 섰을 때 은퇴를 선언했던 그녀는 20년 후, 50대의 중년이 되어 돌아왔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차화연은 차화연이었다. 예측할 수 없는 역할을 이어가며 깊이가 더해진 여자의 얼굴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녀는 지금 인생의 또 다른 절정을 살고 있다. 



케이프 재킷은 이상봉 컬렉션(Liesangbong Collection). 검은색 스커트는 보티첼리(Botticelli).

오늘 촬영은 어땠어요?  

시안을 보고 꼭 해보고 싶었어요. 지금 일일드라마와 수목드라마 두 작품을 동시에 하느라 거의 쉬는 날이 없는데 일부러 시간을 냈어요. 재미 있게 촬영했는데 제가 그 분위기를 잘 표현했는지는 모르겠네요.    

기품 있는 아름다움이 느껴졌어요. 풍성하고 윤기 나는 헤어가 놀랍 기도 했고요. 

아티스트 분들이 잘 만들어준 덕분이에요. 촬영할 때 스프레이를 많이 뿌리는 편이라 평소에는 스타일링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계면활성제가 들어간 제품은 쓰지 않고 1~2주에 한 번은 꼭 숍에서 트리트먼트를 받아요. 그러고보니 피부보다 헤어 관리에 더 신경 쓰고 있는 게 확실하네요.    

더 짧은 머리도 어울릴 것 같은데 도전해볼 생각은 없나요?

남자 같은 짧은 머리를 해보고 싶은데 자신이 없어요. 틸다 스윈턴 같은 멋있는 머리 있잖아요.    

여배우인 만큼 피부 관리도 하고 있겠죠?  

정기적으로 고주파 마사지를 받고 있어요. 아무래도 피부 탄력을 유지하는 데는 화장품만으로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집에서 달리 하는 건 없고 로션과 영양크림을 듬뿍 발라요. 영양크림을 바른 후에는 손으로 마사지를 하는 것도 잊지 않죠.   

컴백 이후, 정말 열심히 활동하고 있어요. 오직 자신을 위해 사는 여자, 허영심과 사치로 물든 여자, 아들밖에 모르는 바보 엄마까지 매번 변 신하면서 말이에요.   

저는 안주하는 걸 싫어해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어서 일부러 다른 캐릭터를 찾아요. 그래야 저도 더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거든요.   

<괜찮아, 사랑이야>에서는 뭔가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재열의 엄마 역을 맡았어요. 어떻게 합류하게 되었나요? 

제가 노희경 작가의 작품을 정말 좋아해요.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빠담빠담>, <그들이 사는 세상> 등 그녀의 작품을 모두 다 봤어요.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뭉클뭉클해져요. 그러니 그녀의 작품이 들어왔는데 어찌 마다할 수 있겠어요. 두말하지 않고 하겠다고 했죠.



검은색 캐미솔 드레스는 이상봉 컬렉션. 스톤 장식의 금색 목걸이는 도비마.

한편 <소원을 말해봐>에서는 악역으로 열연하고 있어요. 그 정도의 악역이라면 심적으로도 부딪치는 부분이 많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정말 싫어요. 비열하고 머리 굴리고 야망을 위해서는 뭐든 할 수 있는 무서운 사람이에요. 작품 들어갈 때는 이 정도의 악역일 줄은 몰랐어요. 촬영이 끝나고 나면 머리도 아프고 마음이 좀 안 좋을 때도 있어요.    

두 개의 작품을 병행하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일 것 같아요. 평소에 체 력을 비축해놓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죠. 

20년 넘게 골프를 치고 있고, 5년째 꾸준히 퍼스널트레이너와 운동을 하고 있어요. 건강을 위해서 운동하기보다는 운동 자체를 즐기는 편이에요. 운동하는 시간이 제가 쉴 수 있는 시간이에요. 유산소 운동도 하고 근력 운동도 하고 다양하게 잘 따라 하는 편이에요. 운동을 시작하고 확실히 몸이 가뿐해지고 건강해진 게 느껴져요. 하루에 세 번 비타민C를 챙겨 먹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어요.   

운동하는 시간을 쉬는 시간으로 생각하기는 쉽지 않은데, 놀랍네요. 운동을 하지 않는, 쉬는 시간은 어떻게 보내나요? 

꼼짝 않고 집에 있어요. 그러면서 <그것이 알고 싶다>, <궁금한 이야기 Y> 를 챙겨보기도 하고요. 예전부터 스릴러나 심리 영화를 좋아했어요. 사람의 심리가 그렇게 궁금하더라고요. 배역을 맡아도 마찬가지예요. 이 여자의 심리는 뭘까? 궁금해하면서 대본을 보죠.    

은퇴한 후 20년 만에 다시 배우로 돌아왔어요. 삶이 완전히 바뀌는 수준의 변화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뭔가요? 

지난 시간을 온전히 아이들을 위해 살았다면 이제는 저를 위해 살고 있어요. 제 자신에게 집중하고 저를 위해 일하고 운동하고 단장하죠. 제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게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현장에서 배우로서 느끼는 체감도 분명 다를 것 같아요.  

젊었을 때는 어떻게 하면 내가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확실히 시야가 넓어지고 여유로워졌죠. 그러다보니 상대 배우와 소통도 수월해지고 더 많은 게 보여요. 어릴 때는 또래 배우들과 많이 작 업해서인지 그런 걸 잘 못 느꼈는데 요즘에는 함께하는 배우들, 스태프들이 저를 배려해주고 좋아해줘서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지 몰라요.   



검은색 튜브톱 드레스는 퍼블리카 아틀리에.

40~50대가 되면서 다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여자들이 많아요. 그들에게 당신은 좋은 자극이 되고 있어요.  

결혼하면 가정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버리는 사람들이 많아요. 자식 키우는 데 얽매여서 살면 보상심리가 더 커지기 마련이에요. 일을 어쩔수 없이 쉰다 해도 자기 자신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 자식을 위해 희생만 했던 사람인데 아이들이 다 커버리고 나니 허탈해지더라고요.    

나이가 들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바뀌기 마련이죠. 지금은 어떤 가치가 중심에 있나요? 

진심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진심이 있어야 사람과의 관계에서 믿음 이 생길 수 있죠. 완벽히 지키지는 못하더라도 거기에 가치를 두고 살아 가고 싶어요. 제 나이가 되면 얼굴에 그 사람의 삶이 나타난다고 하잖아요. 좋은 사람들 만나서 즐겁게 행복하게 살면 바랄 게 없겠죠.    

후회 없는 삶을 살아왔나요?

돈과 인기에 흔들리지 않고 자존심을 지키며 살아가려고 노력했어요. 다른 건 몰라도 그거 하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만만하지 않은 이 세계에서 젊은 시절의 나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인 것 같아요.   

마치 지금 막 연기를 시작한 신인 같은 열정이 느껴져요. 긴 공백이 무색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아요.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중년이 되어 다시 연기를 시작하니까 쉬면서 많은 작품을 하지 못한 게 그렇게 아쉬워요. 그래서 더 욕심을 내게 되는 것 같아요. 작품 들어오면 놓치기 싫고, 그러니까 쉬지 않고 하게 되요. 딱 이순재 선생님만큼 하고 싶은데, 그럴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