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없이 첫 페이지를 열 수 있는 그림책을 골랐다. 언제든 접고 다시 볼 수 있지만 한번 펴면 끝까지 보게 될 거다.



1 얼굴 빨개지는 아이 꼬마 마르슬랭은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빨개진다.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 더운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런 그에게 친구들은 항상 이렇게 묻는다. “왜 그렇게 얼굴이 빨갛니?” 대답하기 귀찮은 그는 혼자 노는 걸 더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다. 덕분에 그는 늘 혼자다. 누구나 하나쯤 콤플렉스를 가지고 살아간다. 이 콤플렉스를 어떻게 대하느냐의 문제는 앞으로의 삶을 어떤 태도로 살아가느냐의 문제와 직결되기도 한다. 빨개지는 얼굴과 끊임없는 재채기가 콤플렉스인 두 아이의 유년 시절을 통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경험도 하게 된다. 삶에 대한 태도를 설교하지 않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하는 상뻬의 논조는 언제나 따뜻하다. 장자끄 상뻬 지음

 

2 삼십살 서른의 여자를 위한 만화라고 분위기 있거나 낭만적인 이야기를 기대하지 말 것. 30대 여자가 쓴 여자의 이야기지만 표지에 그려진 캐릭터처럼, 아주 현실적이고 날것 그대로의 여자 이야기가 등장하니 말이다. 앙꼬 작가는 괴상한 머리 스타일을 하고 작업실에서 열심히 만화를 그린다. 술을 마시다 취하기도 하고, 어이없게 자전거를 잃어버리기도 하면서 아슬아슬하게 생계를 유지해나간다. 그렇다 해도 그녀는 조금도 청승맞거나 불쌍해 보이지 않는다. 그건 자신을 인생의 주인공으로 여기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 때문일 거다. 그녀의 일상을 보며 웃다가도 우는 진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앙꼬 지음

 

3 사랑은 혈투 이 책의 작가인 바스티앙 비베스는 프랑스에서 꽤 유명 작가다. 지극히 섬세한 그의 선은 결코 머뭇거림 없이 화면을 채우는데, 특히 사랑의 기쁨과 고통을 표현해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사랑에 빠진 청춘 남녀의 애틋한 연애의 시작부터 이별까지의 이야기를 처절하리만큼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남녀의 사랑에 대한 다른 감정을 탁구로 묘사하는가 하면, 헤어짐을 식사 메뉴로 묘사하기도 한다. 조금은 과장되고, 조금은 괴상해도 그 역시 우리가 사랑하는 모습이다. 바스티앙 비베스 지음

 

4 정신병동 이야기 어쩌면 노희경 작가가 이 책을 읽고 <괜찮아, 사랑이야>에 대한 영감을 얻었는지도 모르겠다. 정신병동 간호조무사로 수년간 근무했던 대릴 커닝엄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린 책이다. 망상, 자해, 인격장애, 정신분열, 우울증 등 현대인이 앓고 있는 정신질환을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편견과 선입견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결국 그들은 우리의 가족이거나 이웃, 동료 아니면 자기 자신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대릴 커닝엄 지음

 

천둥 치는 밤 창밖엔 천둥이 치고 비바람이 분다. 소녀는 잠을 이룰 수 없다. 수많은 궁금증으로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천둥 치는 밤>은 삶과 죽음, 우주 등 인생의 문제에 눈뜬 한 소녀의 잠 못 드는 하룻밤을 그렸다. 철학적 주제를 다룬 동화답게 운율을 맞춘 간결한 문장과 여백 많은 그림이 인상적이다. 짧은 글이 질문을 던지고, 그림이 이를 받아 이야기를 재해석한다. 책이 던진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어른이 그렇지 않은 어른보다 많을 거다. 미셸 르미유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