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옷과 구두가 쌓이고, 좀 더 넓은 집에 사는 것이 중요한 우리에게, 프랑스의 수필가 도미니크 로로는 최대한 간결하게 살라고 이야기한다. ‘심플’과 ‘적게’로 귀결되는 이 여자가 사는 법.



적게, 내게 꼭 필요한 것만 우아한 방식으로 소유할 것. 그게 도미니크 로로의 삶의 방식이다. 화이트 램프 스탠드는 자주(Jaju)

우선 안부부터 물어야 할 것 같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여전히 글을 쓰면서 즐겁게 지내고 있다. 얼마 전에는 봄을 맞아 벚꽃을 보기 위해 교토에 다녀왔다. 꿈같은 시간이었다.

지난 몇 년간 <심플하게 산다>, <지극히 적게> 등 여러 권의 책이 한국에서 연달아 발매됐고, 하나같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런 반응을 얻을 것이라고 예상했나?
책을 출간하고서 무언가를 기대한 적은 없다. 특히 <지극히 적게>에 실린 내용은 개인적인 메모 같은 것이었다. 나의 삶에 반영하고 싶고, 기억하고 싶은 아름다운 문장을 적었다고 할까? 물론 이런 기록들이 삶을 좀 더 가꾸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흥미로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많은 사람이 삶의 방식을 바꾸라는 당신의 제안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가 뭘까?
지금까지 내 책을 20여 개국에서 발행했다. 흥미로운 건 나라마다 독자들의 반응은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건 소위 ‘잘 사는’ 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일반적인 문제에 대해 내가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특별한 사람이 되기를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오는 과소비, 시간 부족, 내면의 불균형, 너무 많은 물건과 자극적인 요소들, 압박감 같은 것들 말이다. 사람들이 고요했던 과거나 아름다웠던 시절을 다시 꿈꾸기 시작한 것 같다.

‘다이어트’와 ‘뷰티’에 할애된 부분도 무척 흥미로웠다. 특히 천연 오일의 사용을 강조하던데, <얼루어> 독자를 위해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제품을 알려줄 수 있나?
상어의 천연 오일인 스콸렌과 말 지방 오일을 30년 가까이 이용해오고 있다. 그저 몇 방울을 손에 떨어뜨린 후 건조함의 정도에 따라 물을 섞고, 얼굴과 머리, 손톱에 조금씩 바른다.

삶에 대한 당신의 제안은 대부분 ‘단순하게 살자’는 것이다. 동시에 실크로 된 질 좋은 나이트 가운이나 좋은 향수, 그리고 손톱을 가꾸는 일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이런 면은 ‘프렌치 시크’를 떠오르게 한다. 당신이 프랑스 출신이라는 사실이 이러한 뷰티 습관에 영향을 미쳤을까?
기분 좋은 감촉에 둘러싸여 있는 것이 삶을 명확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하지 않나? 실크는 건강에도 좋은 소재다. 그리고 손톱이 더럽다면, 손을 볼 때마다 계속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거다. 삶을 단순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보이는 것들을 최대한 깔끔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당신이 인용한 많은 문장을 보는 것이 매우 즐거웠다. 그런 문장들은 어디에서 가져온 건가?
물건을 많이 소유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책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마다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적어두곤 하는데, 효과적으로 인용하는 법을 적은 안내서를 따로 읽을 정도다. 인용구는 아주 짧지만 간편한 방식으로 많은 것을 알려주기 때문에,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체 언제부터 ‘단순함(Simplicity)’이라는 개념에 매료되었나? 어릴 때 당신의 삶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또래와는 다른 구석이 있었을까?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내 삶도 여러 구간으로 나누어진다. 부모님 집에서 살 때는 단순함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 이동할 때마다 거추장스러운 짐이 생기는 게 싫었고, 물건 때문에 여행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선(Zen)’ 콘셉트로 꾸며진 공간이나 사찰을 다니면서 영향을 받은 점도 있다. 한국의 문화에도 ‘여백’이 주는 아름다움이 아주 많은 것 같다.

당신도 이따금 과식을 하거나 늦잠을 자기도 하겠지? 다른 이들의 멘토로 활약하면서, 책에 나온 대로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 적은 없나?
전혀! 어떤 부담감도 가진 적 없다. 소식이 좋다는 걸 알지만 나 역시 체중이 불어났다가 줄어들기도 한다. 책에 적은 내용들은 앞서 ‘개인적인 메모’라고 말했듯이 나 역시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궁극의 이상이다. 게다가 수면에 관해서라면, 자기 몸이 필요한 만큼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한국에서 ‘선’이라는 관념은 일종의 명상법 정도로만 알려져 있을 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선에 대한 당신의 정의가 궁금하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신적, 육체적으로 스스로를 절제해야 하는데 이걸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선이다. 절제할 수 없다면, 행복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무엇을 절제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이기는 하다. 도교 사상에도 관심이 많다.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유럽, 미국, 일본 등 매우 많은 나라에 머물렀다. 각 나라에서 어떤 인상을 받았는가?
아프리카나 남미, 중동을 제외한 세계 곳곳을 방문했고, 각각의 나라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모로코의 아틀라스 사막을 사랑하는 만큼이나 비벌리힐스도 사랑한다면 답이 될까? 한국의 가야금, 죽, 따뜻한 온돌방, 조선 시대의 전통춤도 아주 좋아한다.

당신이 일본 문화에 애정과 관심이 많다는 게 책에서 드러난다. 하지만 일본 문화에 대한 몇몇 묘사는 조금 과장됐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한 예로 일본인은 부모가 정한 사람과 결혼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는데, 옛날 얘기 아닐까. 일본 사람들의 연애 결혼이 정말 순수한 ‘연애’ 결혼일까? 내게 일본은 표면상으로는 매우 현대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반면, 사람들은 매우 보수적인 나라다. 만약 이방인으로서 이 나라에 산다면 매우 어려운 점이 많을 것이다. 특히 당신이 동성애자이거나 외국인과 결혼했거나, 예술가라면 더더욱!

삶에 대한 당신의 제안 대부분은 ‘내면의 평화’와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관념은 다소 개인적인 게 아닌가 싶다. 개개인의 내면의 평화가 사회를 변화시키고,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믿나?
물론이다. 우리 모두가 좀 더 정직하게 살려고 노력한다면 종교도, 정치도, 감옥도, 경찰도 필요 없을 거다. 많은 사람이 상위 1%가 되려고 하거나 부와 명예를 좇는데 이것은 자존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존감이 부족하기에 자꾸 스스로를 증명하려고 하고, 결국 이런 내면의 부조화가 경쟁을 불러일으키는 것 아닐까?

세계적인 라이프스타일 멘토인 당신에게도 롤 모델이 있을까?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롤 모델이다. 미소를 잃지 않는 노부인, 친절과 겸손함 같은 가치에 눈뜨고 스스로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강한 내면을 가진 사람들 말이다. 너무 추상적인가? 음, 외적인 측면에서 말하자면 히치콕의 영화에 나오는 여자들이 가장 우아하고 아름답다.

당신의 책을 통해 삶의 방식을 바꾸는 이들도 분명히 있을 것 같다.
물건을 없애고 작은 곳으로 이사한 후에 삶이 더 행복해졌다는 독자들의 편지는 언제나 감동적이다. 심지어 내 친구 중 한 명은 남편을 떠나보냈다! 남편이야말로 그녀를 수년 동안 불행하게 만든 존재였기 때문이다.

최근에 발견한 ‘단순하게 사는 방법’이 있다면?
타파스 요리처럼 조금씩 자주 먹는 스몰 디시 식사법에 관심을 갖게 됐다.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고 집에서 간단하게 해서 먹는 음식들인데, 요리를 하면 할수록 요리를 하는 것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의식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가 함께 맛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기억해 둘만한 그녀의 문장

1 세상에 대해 많이 알고, 소통해야만 심플한 삶에 이를 수 있다. 겸손과 연민을 실천하기 위해 꼭 종교적인 공동체에 소속될 필요는 없다. 삶과는 상관없이 형식만 남은 종교는 오히려 경계해야 한다. 겸손과 연민, 정직에 이르는 길은 우리가 사는 방식에서부터 시작한다.
2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말자. 어떤 성질의 문제인지만 정확히 알고 있으면 된다. 그런 다음 머릿속을 잔잔한 물처럼 내버려두자. 문제에 깊이 매몰돼 있으면 인생의 아름다움과 가능성을 놓치게 된다.
3 물건을 집에 들일 때는 안락함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고급 물건은 부자를 위한 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리자. 예를 들어 최상급 캐시미어로 만든 담요 한 장은 보통 담요 두 장보다 더 따뜻하고, 기분 좋게 오래 쓸 수 있다.
4 자신이 먹을 음식을 직접 준비하는 것은 몸과 마음의 균형을 위해 아주 중요하다. 시장을 보고 요리를 하는 사이 우리는 독립성을 되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인생을 음미할 수 있게 된다.
5 물은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럽고 건강에 좋은 음료다. 목이 마를 때 마셔야 할 음료는 오직 물, 물밖에 없다.
6 우리가 지금보다 소비를 조금만 줄여도 재활용, 이름만 유기농인 식품, 에너지 절약 같은 문제는 사라질 것이다. 옛날 사람들은 낭비를 죄악시했고, 너무 쉽게 얻은 이익은 멸시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낭비를 도덕적인 잣대로 비난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다.
7 일찍 일어나 급하게 처리해야 하거나 귀찮은 메일, 읽어야 하는 업무 보고서, 집안일, 장보기 등 가장 중요한 일을 처리하자. 그 다음에 다시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는 행복을 맛보자.
8 해변에서 주운 조약돌은 예쁘다. 그런데 그 누구도 조약돌이 왜 예쁜지 설교하지 않는다. 우리의 정신을 위해서라도 미의식을 애써 기를 필요는 없다. 그냥 아름다움을 느끼면 된다. 의도할 필요가 없다니 얼마나 멋진가!
9 도시인에게 침묵은 곧 어색함이다. 도시인은 삶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말을 한다. 적게 말하되 깊이 있고 절제된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지극히 적은 것을 추구하는 삶이다. 가능한 한 침묵을 지킨다면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다.
10 소박한 세상. 이 세상의 평화로움이야말로 내가 초대하고 싶은 삶의 모습이다. 장자의 말을 가슴 깊이 되새겨본다. ‘너무 많이 가지면 자기를 잃어버리지만, 적게 가지면 자신을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