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먹기 위해 하와이로 떠났다. 일년 내내 쾌청한 하와이의 하늘이 좀 더 높아질 때면, 전 세계에서 70여 명의 셰프가 모여드는‘ 하와이 푸드 & 와인 페스티벌’이 열리니까. 하와이에서 찾은 미식의 향연.

기내식을 두 번 거절했다. 하와이에 도착하기 전까지 조금이라도 위장을 비워야 했기 때문이다. 하와이에 서 머물 나흘 동안 어디를 가든, 내주는 것이라면 뭐든지, 물고 씹고, 뜯고, 삼켜야 할테니까. 수십 명의 셰프가 차린 한 그릇과 하와이의 로컬 푸드로 가득할 여행. ‘하와이 푸드 & 와인 페스티벌’의 현장에 착륙하며 단단히 각오했다. 좋아, 뭐든지 먹어줄 테다!

1 와이키키 해변은 휴가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일년 내내 붐빈다. 2 페스티벌을 위해 준비한 요리. 3 축제에는 와인이 빠지지 않는 법! 디너 이벤트에는 10개 남짓의 와이너리가 참가했다. 4 호텔 할레쿨라니의 애프터눈티. 5 대만의 셀러브리티 셰프 앰버 리. 6 달걀을 이용한 요리.

셰프들은 왜 하와이로 갔나
처음 하와이에서 음식 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와이와 음식이라고? 그간 서울에서 먹은 하와이 음식을 떠올려본다. 흰 쌀밥에 떡갈비 같은 고깃덩어리와 계란프라이를 올려 먹는 로코모코, 삼각김밥을 닮은 스팸무스비, 그리고 슈퍼푸드라는 아사이(Acai)가 들었다는 사실을 빼면 시리얼과 별 다를 바 없어 보였던 아사이볼…. 아무리생각해도 파리나 뉴욕의 파인 레스토랑처럼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지지는 않았다. 훌라 춤을 감상하며 알로하 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서브하는 요리를 먹는 것쯤을 상상하고 있다가, ‘2013 하와이 푸드 & 와인 페스티벌’의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본 후 화들짝 놀랐다. 기사와 사진으로만 만나던 유명 셰프들의 이름이 참가자 명단에 당당히 올라와 있었던 거다. 미국에 일식을 알린 선구자인 노부 마츠히사를 비롯해 그랜트 애커츠와 휴버트 켈러가 하와이에 오다니!
이 셰프들에 대해 잠시 수다를 떨자면, 우선 그랜트 애커츠는 최근 가장 촉망받는 젊은 셰프 중 하나다. 스무 가지에 육박하는 코스로 이름난 ‘알리니아(Alinea)’, 티켓 박스에서 판매하는 티켓을 구매한 후 쇼를 즐기듯이 음식을 음미하는 ‘넥스트’, 그리고 칵테일 바 ‘애비어리(Aviary)’를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 그는 2011년 <뉴욕타임스>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했을 정도다. 더욱 놀라운 건 그는2007년 설암으로 혀를 잘라내 맛을 보지 못한다는것! 그랜트 애커츠가 어쩐지 묵묵히 걸어가는 연구원 같은 느낌이라면 휴버트 켈러는 한층 노련한 비즈니스 맨이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인 ‘플뢰르(Fleur)’의 수장으로 5백만원이 넘는 햄버거를 선보여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른 적 있는 그는 인기 프로그램인 <톱 셰프>에서는 심사위원으로, <톱 셰프 마스터스>에는 참가자로 출연한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셰프가 됐다. 그 외에도 뉴욕 ‘모모푸쿠 밀크 바’의 크리스티나 토시, 시드니 최고의 스시 레스토랑 ‘테츠야’의 테츠야 와쿠다, 호놀룰루에서 가장 우아한 호텔 할레쿨라니(Hotel Halekulani)의 셰프 바이크람 그렉 등 7명의 셰프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이벤트가 ‘7인의 셰프와 함께 지구를 돌다(Around the World with Seven Chefs)’라는 타이틀의 행사로 펼쳐질 예정이었다. 이 셰프들의 음식을 모두 맛볼 수 있는 걸까? 풍선처럼 부풀었던 마음은 페스티벌 디렉터로부터 받은 메일을 확인한 후 훅 바람이 빠져버렸다. 1천 달러에 달하는 티켓이 모두 팔려 지금은 구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저 전 세계의 부지런한 미식가들을 탓하는 수밖에! 사실 굳이 앞서 언급한 셰프들이 아니더라도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셰프들은 하나같이 훌륭하다. 인기 만점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톱 셰프>의 우승자들과 참가자, 각종 언론이나 시상식에서 주목받은 적 없는 셰프를 찾지 않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다. 9월 1일부터 9일까지, 일주일의 축제 기간 동안 하와이와 미국 전역은 물론 인도, 싱가포르, 일본, 대만 등 세계 곳곳에서 최고의 셰프들이 참여하는 첨예한 미식의 장이었던 것이다.

페스티벌, 그 첫날
하와이에 발을 디딘 첫날, 메인 이벤트를 시작하기 직전에 들른 곳은 호텔 할레쿨라니였다. 하와이에서 보기 드물게도 유럽 귀족의 별장을 떠오르게 하는 이 클래식한 호텔이 자랑하는 레스토랑 ‘오키드(Orchid)’ 에 들르기 위해서였다. 오키드의 셰프 바이크람 그렉과 페이스트리 셰프 마크 프라이슈미트는 둘 다 페스티벌 참가를 앞둔 상태. 클래식한 애프터눈티를 즐기며 셰프 바이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인도에서 태어나 중동, 프랑스, 캐러비안, 그리고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그의 요리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함으로 이름 높다. “여러 나라를 다닐수록 모든 음식에서 ‘유사성’을 발견하게 돼요. 조리법은 다르지만 먹는 방법과 재료가 비슷한 경우가 많거든요. 하와이에서 나는 식물 타로를 캐러비안 지역 사람들도 먹는 것처럼요. 제 고향인 인도에서 즐겨 사용하는 향신료인 정향과 계피, 생강은 하와이의 빅아일랜드에서도 키우더군요.” 각국에서 날아온 수십 명의 동료를 만날 수 있는 이 축제는 셰프에게도 꽤나 즐거운 행사인 듯, 그는 호주에서 날아온 테츠야 와쿠다와의 만남을 특히나 기대하고 있다며 행사 준비를 위해 자리를 떴다. 오늘밤의 주제는 바로 ‘Under the Modern Moon: Morimoto & Friends’. ‘아이언 셰프’ 모리모토 마사하루의 레스토랑 ‘모리모토 문 바(Morimoto Moon Bar)’를 아시아와 태평양 각국에서 온 15명의 셰프와 10개의 와이너리가 차지했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1, 2층의 테라스 바에 입장하는 순간 탄성이 터져 나왔다. 보름달 모양의 조명이 두둥실 떠오른 테라스에는 근사한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손님이 가득했기 때문. 스시와 소고기, 샐러드와 타코, 전복과 새우가 팔딱팔딱 춤추는 것처럼 느껴지는 작은 접시들 사이를 거닐었다. ‘하와이 푸드 앤 와인 페스티벌’의 또 다른 즐거움은 와인과 칵테일, 사케, 맥주 등 다양한 주류 시음회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시음을 위해 입장할 때 받은 재활용 컵을 계속 들고 다녀야 하는 점이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일회용품 사용을 되도록 줄이기 위한 거라고 생각하면 기꺼이 손에 쥐게 된다. 익숙한 레스토랑을 벗어나 낯선 손님에게 바로 코앞에서 음식을 평가받아야 하는 셰프와 팀원들은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장장 세 시간에 걸쳐 펼쳐진 디너 동안 그야말로 한 몸이 되어 움직였다. 이들의 바람은 아마도 아주 단순할 거다. ‘사람들이 내 음식을 맛있게 먹어줬으면 좋겠다’는 것. 접시 하나하나를 깨끗이 비우려고 노력하면서 첫날의 순례를 마치고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포만감에 젖어 깊은 잠에 빠졌다.


1 젊은 셰프들에게 주방을 빌려주는 ‘테이스트’. 오늘의 메뉴는 파스타와 샌드위치다. 2 ‘셰프 마브로’의 랍스터. 3 오가닉 스티커를 붙인 과일. 4 직접 비둘기요리를 서빙 중인 셰프 마브로. 5 신선한 음식을 풍성하게 맛보고 싶다면 ‘카카오코 키친’으로 가자. 6 예쁘게 진열된 유정란들. 7 하와이에서 난 온갖 채소를 이용한 ‘타운’의 요리. 8 채식주의자를 위한 ‘피스 카페’의 후무스 샌드위치.

로컬 레스토랑의 발견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호텔 식사는 쳐다보지도 않고 밖으로 나갔다. 지역 식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로컬 레스토랑 다섯 곳을 순례하는 여정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 현지인으로부터 검증받은 곳이었기 때문에 차를 렌털해 여행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그렇게 처음 도착한 곳은 제대로 된 ‘하와이언 믹스트 플레이트’를 맛볼 수 있는 ‘카카아코 키친(Kaka’ako Kitchen)’. 직원 모두가 활기차고 친절한 알로하 스피릿으로 가득한 이 레스토랑은 수영복 차림이나 반려동물과 함께 들어와도 상관없을 정도로 ‘슈퍼 캐주얼’한 곳이다. 레스토랑의 셰프인 러셀 시우는 아시아 요리와 유럽 요리를 능숙하게 섞은 음식으로 유명한데, 그가 개발한 특별한 소스는 온갖 채소와 블루치즈, 빅아일랜드에서 자란 돼지고기를 잘게 잘라 넣은 콥 샐러드와 믹스트 플레이트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콥 샐러드에 들어간 일곱 종류의 드레싱은 모두 직접 만든 것이다. 그리고 난생처음 맛본 마히마히와 아히! 이 이름도 귀여운 물고기들은 하와이 사람들이 가장 자주 먹는 생선이다. 사전을 찾아보니 마히마히는 우리 말로 파랑 만새기, 아히는 황다랭이라고 한단다. 버거의 패티가 어쩐지 참치 다다키와 맛이 비슷하다 싶더니 황다랑어, 즉 참치를 구운 것이었던 거다. 부드러운 흰살이 쏟아지는 마히마히는 살이 도톰한 농어나 우럭과 비슷했다. 카카아코 키친의 생선은 모두 매일 아침 시장 경매에서 사온다. 서비스로 구아바 케이크까지 대접 받았지만 지나치게 푸짐한 양 때문에 절반 가까이 남기고 말았다. 미안함을 안고 향한 다음 식당은 역시나 알로하 스피릿으로 가득 찬 곳이었다. 도착하자마자 비주 세례를 받아야 했던 두 번째 레스토랑의 이름은 ‘테이스트(Taste)’였다. 귀여운 커플 마크 노구치와 아만다 코비가 운영하는 테이스트는 여느 레스토랑과 다르다. 요리를 할 때마다 ‘이 음식을 우리 어머니도 맛있게 먹을까?’ 하고 생각한다는 마크와 홍보 전문가인 아만다가 테이스트를 차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젊은 셰프들이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지역의 생산업자들과 교류할 수도 있는 장소를 만들겠다는 것. 그래서 테이스트는 주기별로 여러 명의 셰프를 선별하고, 그들이 자기만의 주방을 차릴 기회를 준다. 일종의 영구적인 팝업 스토어인 셈이다. 오랫동안 유명 레스토랑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진 데다가 근사한 케이터링 셰프로 이름난 마크는 그들의 가장 든든한 스승이자 파트너다. 요리 경험은 풍부하지만 경영과 재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예비 오너 셰프들은 이곳에서 거래처를 찾고, 손님을 대하는 법을 배운다. 우리가 도착한 날, 주방은 ‘온다 파스타’라는 상호명을 내건 젊은 셰프 안드레아 오네티의 것이었다. 매일 아침 토요일마다 열리는 파머스 마켓에서 직접 만든 파스타를 판매하기도 한다는 그의 파스타는 모로코 스타일을 가미한 것부터 크림을 듬뿍 넣은 홈메이드 스타일까지 다양하다. 젊은 셰프가 만든 파스타를 그릇째 손에 쥐고 ‘흡입’하면서 마크는 말했다. “셰프를 선별하는 기준은 단순해요. 일단 아만다와 내가 먹어보는 거죠!” 어쨌든 이 커플의 혀는 제법 정확한 것이 틀림없다. 테이스트가 문을 연 지난 1년간 벌써 10명의 셰프가 자신만의 레스토랑을 차렸다고 하니까.

농장에서 식탁까지
로컬 레스토랑의 음식을 맛보면서 새삼 느낀 것은 하와이 사람들은 하와이를 정말 사랑한다는 거다.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 to Table)’라는 약속을 지키려고 하는 레스토랑이 많은 것도, 하와이의 건강한 자연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일 거다. 그리고 ‘타운(Town)’은 그 약속을 가장 완벽에 가깝게 실천하고 있는 곳이다. 질 좋은 달걀로 유명한 카레이(Ka Lei) 달걀, 납작한 검은색 병어인 몽총(Monchong) 등 낯설지만 식욕을 자극하는 재료가 메뉴마다 가득하다. 산에서 방목한 돼지고기를 사용한 햄버거, 오아후에 자리 잡은 신사토 농장 돼지고기 등 어디에서 자라고 가져온 건지 정확한 이름표를 단 메뉴들은 아침, 점심, 저녁으로 조금씩 달리 식탁에 오른다. 타운의 오너셰프인 에드케니와 ‘테이스트’의 마크 노구치는 좋은 고기에 대한 관심이 유독 높기도 하다. 이 둘은 책임감 있는 축산업을 지지하기 위해 하와이에서 태어나 자란 돼지고기(Cochon)를 요리하는 페스티벌도 기획 중이다. 다른 셰프 세 명까지 총 다섯 명의 셰프는 모두 돼지코부터 꼬리 끝까지 각 한 마리의 돼지를 완벽하게 요리할 예정이다.
반면 ‘피스 카페(Peace Café)’는 호놀룰루의 채식주의자들에게 선물처럼 등장한 곳이다. 두 일본인이 차린 이곳은 자연에서 난 순수한 상태의 식재료만 사용한다. 소바와 간장 소스를 접목한 샐러드, 미소된장 소스에 시금치와 두부를 곁들여 먹는 메뉴인 ‘뽀빠이’, 병아리콩을 이용한 중동의 음식 후무스를 접목한 샌드위치 등 채식주의자가 아닌 사람의 궁금증도 자아내게 하는 메뉴로 가득하다.
하루 종일 이어진 하와이 음식의 여정은 호놀룰루 최고의 파인다이닝인 ‘셰프 마브로(Chef Mavro)’에 도착하며 절정에 달했다. 프랑스의 항구도시인 마르세유에서 태어나고 자란 셰프 조지 마브로는 하와이에 처음 온 순간 ‘여기가 이제 내 고향이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2011년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에서 알랭 뒤카스, 다니엘 블루아드, 피에르 가니에르 등과 함께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프렌치 셰프 11명’에 선정되기도 한 셰프 마브로의 음식이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은 바로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전복과 오이, 생선 카르파치오와 성게 아래에 숨겨진 밥, 셰프가 직접 테이블로 와서 접시 하나하나에 올려주는 오븐에서 갓 꺼낸 훈제 비둘기 가슴살, 하와이에서 자란 염소젖 치즈로 만든 아이스크림이 나오는 디저트까지. 게다가 모든 코스메뉴에는 어울리는 와인 페어링이 덧붙여지니 그야말로 궁극의 미식이다. 셰프 마브로는 분명히 클래식하고 로맨틱한 파인 다이닝이지만, 그는 1990년대 하와이에 정착한 이래 하와이의 식문화를 개간한 선구자이기도 하다. 그의 부인이자 레스토랑의 매니저인 도나는 말한다. “맨 처음 하와이에 왔을 때, 하와이에는 식문화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어요. 대부분의 재료는 냉동된 상태로 미국 본토에서 수입해왔고, 인스턴트 식품이 대부분이었으며 지역의 식재료를 이용한다는 개념 자체가 부족했죠. 앨런웡과 남편은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 정신을 하와이에 심기 위해 노력한 1세대 셰프라고 할 수 있어요.” 지금 하와이의 풍요로운 음식은 여러 셰프의 20년에 가까운 노력 끝에 이뤄진 것이다.


1 고속도로를 달리다 간이식당과 새우트럭을 만났다. 2 ‘보가트 카페’의 아사이볼을 맛보고 싶다면 아침 일찍 움직일 것. 3 ‘에그스&싱스’의 볶음밥. 4 페스티벌에 참가한 로컬 뮤지션. 5 하와이의 하늘과 바다는 평화롭다. 6 페스티벌을 찾은 페이스트리 셰프 로저 마이에. 7 푸드트럭에서 맛본 새우가 들어간 그린 커리. 8 하와이의 명물, 알록달록한 셰이브 아이스. 9 셰프 마브로의 비둘기 요리. 하와이에서는 포하 베리(Poha Berry)라고 불리는 골든 베리와 민들레잎을 곁들였다.

하와이, 자연의 맛
대체로 하와이의 시간은 매우 느긋하게 흘러가지만, 아침만은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아마도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한낮이 오기 전에 서핑과 조깅을 즐기고 싶어 하는 수많은 하와이언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아침 식사와 브런치로 유명한 가게들의 경우 대부분 아침 6시나 7시에 문을 열 정도다. 오믈렛과 팬케이크로 유명한 ‘에그스 앤 싱스(Eggs & Things)’에서 식사를 마친 후 자연스레 렌터카에 올랐다. 차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돌면, 전날 식당들을 돌아다니며 알게 된 새로운 생선과 채소의 이름이 조금 더 명확해질 것 같았다. 하와이의 땅과 바다를 느끼기 위해 카메하메하 고속도로(Kamehameha Highway)를 타고 노스 쇼어(North Shore)를 향해 쭉 달렸다. 사시사철 충분한 햇볕과 느닷없이 쏟아지는 소나기를 맞ㄴ으며 자란 나무들은 크고 굵고, 무성했다. 그리고 호놀룰루 시내를 벗어나 긴 터널을 빠져나오는 순간, 기습적으로 펼쳐진 것은 미처 상상하지 못한 웅장한 풍경이었다. 먼 옛날 용암이 흘러내린 것처럼 계곡들이 깊게 굴곡진 산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허겁지겁 구글 지도를 확인해보니 호놀룰루 워터셰드 포레스트 보호지역(Honolulu Watershed Forest Reserve)이었다. 이게 산이 아니라 숲이라고? 600 제곱마일 크기의 열대우림 숲에는 두 개의 등산로가 존재한다고 했지만 도무지 저 안을 걷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쏟아져 나를 덮칠 것처럼 웅장한 숲을 옆에 두고 조금 더 달리다 보니 이제는 제각기 다른 빛깔을 띤 해변이 번갈아 등장한다. 에메랄드, 레몬, 사파이어 블루, 코발트…. 바닷빛을 표현하는 그 어떤 그럴듯한 색을 가져다 붙여도 형용하기 힘든 아름다운 바다다. 왼편으로는 거대한 숲이, 오른편으로는 당장 조수석의 차문을 열고 내리면 발이 닿을 것처럼 가까이에 바다가 펼쳐진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기 힘들어 여러 번 차에서 내렸다. 작은 바다는 어디를 가나 조금씩 사람들이 있었고, 길가의 새우 푸드트럭에서 태국식 그린 커리와 새우를 맛봤다. 하와이의 6개 섬 중 가장 사람들이 많이 산다는 오아후가 이 정도면 농장과 목장으로 가득하다는 빅아일랜드(Big Island)는 어떤 모습일까? 아, 하와이의 셰프들이 이 땅을 사랑하는 이유를 어쩐지 알 것만 같았다. 하와이의 자연은 정말이지 놀랍다! 마침 그날 밤의 이벤트는 이 섬과 아주 잘 어울리는 것이었으니, 그 이름하여 ‘이 땅을 향한 우리의 사랑을 맛보세요(Taste Our Love of the Land)’! 행사에 참가한 17명의 셰프는 딱 두 명을 제외하면 모두 하와이, 혹은 하와이와 근접한 라스베이거스, 샌프란시스코, LA 등 하와이에서 가까운 미 서북부에서 활약 중인 셰프들이다. 예외였던 두 사람도 이름을 들으면 단번에 알 만한 경력의 셰프다. 바로 도쿄의 넘버원 페이스트리 셰프인 토시히코 요로이즈카와 현재 뉴욕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지만 캘리포니아 퀴진의 선구자로 꼽히는 조나단 왁스만! 이벤트는 그야말로 해산물의 활약이었다. 참치부터 성게, 전복, 랍스터, 새우, 연어, 김, 해초, 문어, 그리고 아히와 마히마히까지 다채로운 해산물이 셰프 각각의 접시에서 각기 다르게 변주됐다. 전날 레스토랑에서 미리 만난 로컬 셰프들을 찾아가 아는 척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들이 선택한 단 하나의 요리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에드 케니는 놀랍게도 김을 이용한 메뉴를 준비했고, 셰프 마브로는 아히를 치라시 스시처럼 먹을 수 있도록 밥과 함께 내놨으며, 마크는 문어 요리를 선보였다. 정말이지 이 밤이 끝나지 않기를 얼마나 바랐는지 모른다. 아니면 내 위장이 조금 더 크거나! 하와이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은 이전 날의 경험을 교훈 삼아 아침 일찍 나섰다. 아직은 조용한 하와이의 바다, 저 멀리의 산을 바라보며 짧은 드라이브를 마쳤다. 아침으로 먹은 아사이볼에 담긴 과일을 꼭꼭 베어 물 때마다 으깨지는 베리의 식감과 미세하게 터져 나오는 과즙을 혀끝으로 꼼꼼하게 느꼈다. 이렇게 건강하고 신선한 것을 내놓는 땅의 힘에 놀라워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하와이의 많은 셰프는 단순히 요리를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 농장을 살리고 레스토랑과 공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아닐까? 좋은 땅이 없다면, 좋은 음식도 없으니까. 풍요롭고 따뜻한 이 섬의 음식과 함께한 나흘 동안 내 마음 역시 부드럽고 말캉해져 있었다. 고마워요, 하와이. 마할로, 마할로!


Hi, Local!
Kaka’ako Kitchen 밥과 샐러드, 생선 또는 고기가 함께 나오는 하와이언 믹스트 플레이트는 우리네 도시락과 비슷하다. 가장 오래되고 이름난 곳은 ‘레인보우 드라이브 인(Rainbow Drive – In)’이지만 하와이의 현지인들은 ‘카카아코 키친’을 최고로 꼽는다.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신선한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영업시간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가격 믹스트 플레이트 10.5달러부터 주소 1200 Ala Moana Blvd.
Bogart’s Café 관광객으로 들끓는 ‘에그스 앤 싱스(Eggs & Things)’를 피해 와이키키에서 아침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 오믈렛과 팬케이크, 샌드위치, 그리고 볶음밥과 아사이볼까지 하나같이 모두 맛있다. 단점은 카드결제가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음식이 나오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는 것. 영업시간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가격 아사이볼 8.85달러 주소 3045 Monsarrat Ave.
Town 하와이의 다채로운 식재료를 이용한 메뉴를 세련된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다. 본디 경영학을 전공한 타운의 셰프 에드 케니의 요리 철학은 다음과 같다. “Local First, Organic Whenever Possible, with Aloha Always.” 영업시간 (아침) 오전 7시부터 10시 45분까지, (점심)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저녁) 오후 5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가격 런치 7.5달러부터 주소 3435 Waialae Ave.
Chef Mavro 호놀룰루의 커플들이 특별한 날 찾는 레스토랑으로 클래식한 분위기에서 로맨틱한 디너를 즐길 수 있다. 와인 페어링 가격을 추가로 지불하면 메뉴 별로 추천 와인이 함께 나온다. 근사한 음식, 완벽한 매너의 스태프들이 있는 호놀룰루 최고의 파인다이닝이다. 영업시간 오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라스트 오더 시각) 가격 128달러, 와인 페어링 63달러 별도(6코스 기준) 주소 1969 S.King St.

나도 간다, 하와이!
2011년 첫 회를 맞이한 ‘하와이 푸드 & 와인 페스티벌’은 퍼시픽 림(Pacific Lim) 푸드와 캘리포니아 퀴진을 널리 알리며 한 해가 다르게 커가는 중이다. 아름다운 하와이와 황홀한 미식 경험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하와이 푸드 & 와인 페스티벌’에 가고 싶다면 다음의 정보를 참고하도록.
1 ‘하와이 푸드 & 와인 페스티벌’은 9월 초에 열린다. 2014년에는 9월 4일부터 7일까지 나흘간 열릴 예정이다.
2 ‘하와이 푸드 & 와인 페스티벌’의 설립자는 하와이가 자랑하는 두 명의 셰프, 로이 야마구치와 앨런 웡이다. 두 셰프는 지금도 각 각‘로이스’와 ‘앨런 웡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3 매일 저녁에 펼쳐지는 디너 행사 외에도 축제 기간 동안 낮에는 와인 시음회, 소믈리에와 셰프의 만남, 하와이 전통음식 만들기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이벤트 가격은 95달러부터 200달러까지로 다양하다.
4 행사마다 가격이 다르지만 메인 이벤트의 티켓 가격은 200달러 선이다. 기본적으로 스탠딩 뷔페로 진행되지만, 500달러 짜리 VIP 티켓을 구입할 경우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즐길 수 있다. 패키지 상품도 나와 있다. 메인 행사 세 개의 패키지 가격은 550달러. 단, 세계적인 스타 셰프 7인이 참가하는 스페셜 디너는 패키지에 포함되지 않으며 전석 1 천 달러에 판매된다.
5 ‘하와이 푸드 & 와인 페스티벌’의 모든 이벤트는 유료이며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티켓을 구매해야 한다. 티켓은 판매 기간 내에 웹사이트(eventbrite.com)에 방문해 구입하면 된다. 온라인으로 구입한 티켓은 반드시 프린트해 입구에 제출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할 것. 한번 구입하면 환불과 교환이 불가능하니 신중하게 구입해야 한다. 페스티벌 관련 정보를 보다 자세히 알고 싶다면 식공 홈페이지 (hawaiifoodandwinefestival.com)를 방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