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 주인공이거나, 윤회를 이야기하거나, 무자비한 개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거나, 지구의 아름다운 비경을 담았거나….



9. <트럭 농장(Truck Farm)>2010 | 이안 체니
뉴욕 타임스퀘어, 이 복잡한 도시에 어울리지 않는 농사꾼이 있다. 바로 이 영화를 제작한 이안 체니 감독. 뉴욕 한복판에서 트럭 텃밭을 일궈 어디에서나 ‘도시 농장’이 가능함을 증명해 보이는 작품이다. 서울에서도 도시텃밭 가꾸기가 주목받는 요즘, 관심이 있거나 의구심이 드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보기를 권한다. 유쾌한 뮤지컬 영화라 보는 내내 흥겹다. 제8회 서울환경영화제 국제환경영화경선 심사위원특별상과 관객상 수상작이다. – <환경재단> 대표 최열

10. <트리 오브 라이프(The Tree of Life)> 2011 | 테렌스 맬릭
이 영화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가족을 넘어 인간을, 인간을 넘어 자연과 우주를 이야기한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사사건건 부딪쳤던 장남, 갑작스러운 둘째 아들의 죽음으로 괴로워하는 어머니, 이들은 서로의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구한다. 이 영화는 자연 혹은 신이 주인공을 바라보는 형식을 취하며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특히 지구가 탄생하는 경이로운 장면은 인간도 결국 자연의 일부분임을, 결국 인간이 돌아갈 곳은 자연임을 시사한다. – <최후의 툰드라> 장경수 감독

11. <마당을 나온 암탉> 2011 | 오성윤
비좁은 공간에 갇혀 기계적으로 알만 낳으며 살아온 암탉 잎싹이 양계장을 탈출한 뒤, 청둥오리인 초록을 키우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다. 잎싹은 성년이 된 초록을 청둥오리 무리에 무사히 합류시킨 후 자신은 족제비의 먹이가 되는 것에 순응하며 삶을 마감한다. 이 영화를 통해 평생 동안 A4용지 반 장 크기의 비좁은 공간에 갇혀 알 낳는 기계처럼 살다, 마지막에는 인간에게 고기를 내어주는 암탉의 삶을 되돌아봤으면 한다. 먹을거리를 위해 동물을 잔인하게 사육하는 행위를 반성해볼 수 있다. 그들을 위해 ‘동물 복지형 계란’을 구매하는 실천이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 <동물자유연대> 대표 조희경

12. <오션스(Oceans)> 2009 | 자크 페렝, 자크 클로드
철새들의 삶을 관찰한 다큐멘터리 <위대한 비상>을 감독했던 자크 페렝, 자크 클로드가 다시 뭉쳐 만든 작품이다. 7년이라는 제작기간과 8천만 달러라는 제작비에 버금가는 놀랍고 신비로운 바다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후 아름다운 바다의 어떤 장면보다도 기억에 남는 건 상어를 지느러미만 자른 채 바다에 던져버리는 섬뜩한 인간의 모습이었다. 지느러미를 잘린 상어는 고통받으며 아주 천천히 죽어갔다. ‘바다의 생물을 이제 수족관에서밖에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엄청난 경고도 잊혀지지 않았다. 바다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닷속 그들에게 우리가 어떤 짓을 하고 있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로 봐야 하는 작품이다. 가능하다면 더빙이 아닌 자막으로 보길 권한다. <거침없이 하이킥> 스타일의 더빙 버전은 집중해서 보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 <얼루어> 피처 에디터 조소영




13. <웨이스트 랜드(Waste Land)> 2009 | 루시 워커
세계적인 사진예술작가 비키 무니츠, 그의 카메라에 담긴 절망 속 희망의 메시지다. 브라질에 있는 지구 최대 규모의 쓰레기 매립지 ‘자르딤 그라마초’에는 쓰레기 더미 속에서 재활용품을 수집하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 척박한 삶 가운데 그들은 예술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본다. 이들을 촬영한 비키 무니츠 역시 그 삶에 깃든 숭고함을 발견하고 인간적인 교감을 나눈다. 다큐멘터리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수작으로 제8회 서울환경영화제 상영작이다. ‘정크아트’를 소재로 극한의 환경 속에서 아름답게 피어나는 휴머니즘을 담았다. – <서울환경영화제> 프로그래머 김영우

14. <플립(Flipped)> 2010 | 롭 라이너
플립은 소년과 소녀의 풋풋한 첫사랑을 담은 이야기다. 소녀는 나무 타는 것을 좋아하고, 매일 키우는 닭이 낳은 따뜻한 달걀을 좋아하는 소년에게 전한다. 한 소녀의 성장기를 통해 보는 때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 그리고 이런 순수함을 그대로 받아들여주지 않는 기성세대들의 고정관념은 어쩌면 병들어가는 자연과 그 자연의 소중함을 점점 잃어가는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 같다. 동화같이 펼쳐지는 영상미도 참 예쁘다. – 디자이너 송자인

15. <새끼 여우 헬렌(Helen The Baby Fox)> 2006 | 코노 케이타
언제나 외로웠던 꼬마 소년 타이치가 새끼 여우 헬렌을 만나면서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는 이야기다. 수의사는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장애를 가진 새끼 여우에게 안락사를 권하지만 타이치는 끝까지 헬렌을 포기하지 않는다. 자신이 헬렌의 설리반이 되어 그가 떠날 때까지 지극 정성으로 돌본다. 이 영화는 참 따뜻하고 슬프다. 타이치와 헬렌의 모습을 통해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배울 수 있다. – <오!보이> 편집장 김현성

16. <파주> 2009 | 박찬옥
형부와 처제의 금지된 사랑? 아니다. 흥행을 노린 타이틀을 벗겨보면 개발의 논리에 잠식당한 ‘사람들’과 주거공간이 아닌 투기의 도구로 전락한 회색도시 ‘파주’가 보인다. 푸르고 아름다운 자연을 예찬하는 것이 환경보호의 전부는 아니다.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사는 공간, 그리고 그것이 인간 자본주의로 인해 사라져가는 모습 또한 반성하고 생각해봐야 한다. 재개발 논리와 생활공간의 파괴에 대한 내용을 담은 <파주>를 멜로가 아닌 다른 시각으로 볼 것을 제안한다. – 환경 다큐멘터리 <땅의 여자> 권우정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