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가수가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하고 , MC도 보는 만능 엔터테이너 시대. 패션브랜드도 비슷한 양상이다. 옷은 물론이요, 화장품, 가구, 호텔, 레스토랑, 카페, 자동차, 스마트퐁, 영화, 음반까지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패션 브랜드가 자리한다. 그야말로 패션 만능시대다.

1.  보테가 베네타의 가구로 꾸민 로마 세인트 레지스 그랜드 호텔. 2.  밀라노에 오픈한 카페 디 마크. 3.  메종 모스키노 호텔. 4.  밀라노에 위치한 엠포리오 아르마니 카페. 5.  펜디 자전거. 6.  랄프 로렌 레스토랑, 랄프스. 7.  제네시스 프라다의 트레일러.

‘보테가 베네타의 가구로 꾸민 집에서 일어나 샤넬의 옷과 화장품으로 치장한다. 구찌의 자동차를 몰고 버버리의 어쿠스틱 음악을 들으며 출근길에 오른다. 질 샌더의 스마트폰으로 통화하며 랄프 로렌 레스토랑에서의 점심 약속을 잡는다. 주말에는 펜디 자전거를 타거나 디올의 단편 영화를 보며 휴식을 즐길 생각이다. 휴가 때는 두바이 아르마니 호텔로 여행을 떠나야지.’ 누군가의 가상 일기 같은 이 이야기가 이제 누군가의 일상이 되고 있다. 입는 것에서 시작해 먹고, 머무는 의식주의 모든 영역을 섭렵한 패션 브랜드는 이제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들의 영역 확장 노선은 대체로 이렇다. 처음에는 옷만 만들던 브랜드가 가방과 신발, 액세서리까지 만들며 토털 패션 브랜드를 추구한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패션의 영역을 벗어나지는 않았다. 그런데 1990년대 초반부터는 화장품에 이어 패션 브랜드의 촉수가 인테리어 분야로까지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고유의 프린트나 디자인을 입은 가구, 침구류 등 홈 컬렉션을 선보이는 브랜드가 점점 늘더니 2000년대에 들어서는 이 홈 컬렉션을 바탕으로 한 호텔과 레스토랑 등이 앞다투어 생겨났다. 그리고 이제는 스마트폰 등의 IT 사업과 단편 영화, 음반 등 시대의 트렌드를 가장 발 빠르게 반영하는 문화로까지 영역을 확대하며 패션이 오감을 자극하는 시대를 열었다. 그들의 영역 확장은 브랜드의 이미지를 더욱 세련되게 전하는 새로운 감성 마케팅의 수단이자 고객을 위한 서비스의 일부분으로까지 진화했다. 경계를 허물고 고유의 DNA를 다방면에 침투시키고 있는 패션 브랜드의 일탈이 반가운 이유다.

8.  불가리 밀라노 호텔. 9.  에르메스 홈 컬렉션. 10.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의 가구로 단장한 메종 샹젤리제 호텔. 11.  500 by 구찌 자동차. 12.  모스키노 마드모아젤 체어.


공간을 꾸미는 패션


“홈 컬렉션은 기존 컬렉션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이라 할 수 있어요. 철학적인 측면에서 절제된 아름다움과 다재다능한 기능성을 겸비하고자 하는 브랜드의 의지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죠.” 2010년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 참여한 보테가 베네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토마스 마이어의 얘기다. 사람에게 옷을 입히는 것이 패션 브랜드의 1차적인 목적이라고 한다면 공간에 옷을 입히는 건 오히려 더 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체형과 성향, 취향이 각기 다른 사람에 비해 공간과 공간을 채우는 가구나 소품은 좀 더 단순한 접근이 가능하니까. 토마스 마이어의 말처럼 브랜드의 전통과 철학의 연장선에서 디자인이 이루어진다면 그 고유의 멋은 마치 먹이 화선지에 스며들듯 고스란히 공간에 입혀질 것이다. 2006년 론칭한 보테가 베네타의 가구 컬렉션도 그렇게 탄생했다. 가죽을 촘촘하게 엮어 만든 가방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브랜드의 전통처럼 그의 가구는 간결한 선과 곱게 다듬은 가죽의 고급스러움이 눈길을 끈다. 이 가구들은 뉴욕과 로마의 세인트 레지스 그랜드 호텔의 스위트룸을 채우며 보테가 베네타만의 특별한 공간을 연출했다. 1983년 패션 디자이너로서는 최초로 홈 컬렉션을 선보인 랄프 로렌은 지금까지도 그 역사를 잘 지켜내고 있다. 오랜 시간 인테리어 분야를 공략한 랄프 로렌은 시카고와 워싱턴 매장에 위치한 RL 레스토랑과 럭비 카페에 이어 최근에는 파리 매장에 레스토랑 ‘랄프스(Ralph’s)’를 열었다. 곳곳에 나무를 심은 전원적인 풍경의 레스토랑은 우아하지만 딱딱하지 않은 세련됨을 추구하는 랄프 로렌 브랜드의 멋이 그대로 배어 있다. 에르메스는 2008년 스마트와 협업한 ‘스마트 포투 뜨왈 H 에디션’의 자동차를 선보인 데 이어 작년에는 에르메스의 가죽 커버를 씌운 야마하의 오토바이 ‘VMAX 1700 H’를 제작하기도 했다. “처음에 말과 말을 타는 사람을 고객으로 했던 에르메스는 이 ‘기계 말’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에르메스의 실내 디자이너인 프랑수아 타베른의 재치 넘치는 얘기에서 모든 협업은 에르메스 브랜드의 전통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올해는 본격적인 에르메스 가구 컬렉션을 선보이며 공간을 꾸미는 에르메스의 디자인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가구와 벽지, 카펫 등으로 구성된 에르메스의 홈 컬렉션은 국내에도 론칭했으며, 현대자동차 에쿠스와 협업한 자동차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공간을 꾸미는 패션 브랜드를 이야기할 때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독보적인 존재다. “이제 무엇을 걸치느냐가 아니라 어디에서 살고, 어떤 레스토랑에서 무엇을 먹고, 어느 호텔에서 묵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하는 아르마니는 가구 라인과 레스토랑, 바, 카페, 그리고 세계 곳곳에 위치한 호텔까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고층 빌딩인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에 위치한 아르마니 호텔은 다양한 미각적 즐거움을 모토로 하고 있어 신선하다. 특유의 재기 발랄한 디자인을 필립 스탁의 의자에 입혔던 모스키노는 이제 호텔로 공간의 영역을 넓혔다. 작년 밀라노에 오픈한 메종 모스키노는 동화같은 콘셉트로 꾸민 객실로 ‘디자이너 호텔’이 어떤 공간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보여주었고, 베르사체는 호주 골드 코스트에 위치한 팔라조 베르사체 리조트를 비롯해 두바이에도 베르사체 호텔을 올릴 예정이다. 밀라노와 도쿄, 발리에 호텔과 리조트를 소유하고 있는 불가리는 런던 올림픽이 열리는 2012년, 런던에 불가리 호텔을 열 예정이고, 미소니 역시 에든버러와 쿠웨이트에 호텔을 열었다. 독창적이고 전위적인 디자인의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쏙 빼닮은 가구 제작에 이어 최근 파리 메종 샹젤리제 호텔과의 협업으로 객실과 로비 등을 리뉴얼했다.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 역시 이러한 트렌드에 동참했다. 지난해 문을 연 밀라노 매장에 카페 ‘카페 디 마크(Cafe di Marc)’를 오픈한 것. 블루계열의 인테리어로 젊고 캐주얼한 분위기를 연출한 카페는 마크의 현대적인 기풍을 잘 표현하고 있다. 자동차를 브랜드 고유의 멋으로 단장하며 새롭게 공간 연출에 뛰어든 브랜드도 있다. 먼저 구찌는 지난 4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자동차인 피아트와 협업한 ‘500 by 구찌’ 자동차와 이를 기념한 아이코닉 컬렉션을 함께 선보였다. 구찌의 시그너처 컬러인 그린, 레드 색상을 줄무늬로 표현한 자동차는 멀리서도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지난 5월에는 현대자동차의 2012년형 ‘제네시스 프라다’가 공개되기도 했다. 프라다 고유의 사피아노 가죽 시트를 입은 제네시스 프라다는 출시까지 4년의 시간이 걸렸을 만큼 두 회사가 심혈을 기울여 탄생시킨 작품이다. 특수 제작된 제네시스 프라다의 트레일러도 만날 수 있다. 자전거에도 패션 브랜드의 감성 마케팅을 입히고 있다. 자전거 타기가 유행하면서 기존에 선보인 샤넬의 퀼팅 자전거에 대한 문의가 쇄도했다는 후문과 함께 펜디, 에르메스, 폴스미스, 케이트 스페이드 등 브랜드 고유의 디자인을 접목한 패션 브랜드의 자전거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패션, 문화를 입다


공간을 꾸미는 패션이 3G에 해당된다면 문화를 입기 시작한 패션은 4G쯤 되겠다. 의식주에서 비롯되는 패션 브랜드의 도전이 어느 정도는 예견된 반면 현시대를 반영하는 패션 브랜드의 행보는 지금 이 순간 가장 빛난다. 그 대표적인 예로 IT 업계와 패션 브랜드가 손을 잡는 경우를 들 수있다. 과거 핸드폰의 디자인이 중시되던 시절, 돌체앤가바나와 모토로라, LG전자와 프라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삼성전자가 함께 핸드폰을 만든 것이 그 시초였다. 그리고 이제는 스마트폰 차례다. 질 샌더와 디올이 제일 먼저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고유의 시그너처 디자인이 곳곳에 스며든 스마트폰이 곧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음악으로 소통을 시작한 패션 브랜드도 있다. 버버리는 2010 가을/겨울 남성 컬렉션 때 ‘버버리 어쿠스틱’을 론칭한 후 지금까지 꾸준히 영국 밴드의 참신한 음악들을 선별해서 들려주고 있다. 펜디는 펜디 O’로 지칭되는 펜디의 뮤직 클럽 파티를 매시즌 패션위크 기간에 열고 있는데, 이번 2012 봄/여름 패션위크 때는 뉴욕에서 펜디 O’의 공연이 열린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벌써부터 뉴요커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단편 영화를 제작해 한층 더 깊숙이 오감을 자극하는 브랜드도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샤넬. 2008년부터 영화에 대한 열정을 보이기 시작한 칼 라거펠트는 최근에는 2012 크루즈 컬렉션을 위해 제작한 안나 무글라리스 주연의 단편 영화 로 아름다운 영상 안에 샤넬의 크루즈 의상을 한껏 돋보이게 만들었다. 디올은 레이디 디올 백을 주인공으로 한 총 4편의 단편 영화를 제작했으며, 보테가 베테타는 여행을 주제로 한 단편 영화 로 디자인만큼 정교하고 섬세한 영상을 완성해 여행 컬렉션을 제대로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이제 패션과 문화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사회 전반의 트렌드에 함께 걸음을 맞추고 있다.


Click! Fashion World


1. 버버리의 어쿠스틱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 facebook.com/burberry
2. 펜디 O’의 파티 공연을 볼 수 있는 곳 fendi.com(브레이킹 뉴스 섹션)
3. 샤넬의 단편 영화와 광고 캠페인을 감상할 수 있는 곳 chanel-news.chanel.com
4. 랄프 로렌의 레스토랑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곳 ralphlauren.com(World of Ralph Lauren 섹션)
5. 보테가 베네타의 홈 컬렉션과 단편 영화 영상을 볼 수 있는 곳 bottegaveneta.com(The World of Bottega Veneta 섹션)
6. 에르메스의 홈 컬렉션을 감상할 수 있는 곳 hermes.com
7. 아르마니의 호텔 정보를 볼 수 있는 곳 armanihotels.com
8. 불가리의 호텔 정보를 볼 수 있는 곳 bulgarihotels.com
9. 모스키노의 호텔 정보를 볼 수 있는 곳 http://www.maisonmoschino.com/en
10. 베르사체 홈 컬렉션의 온라인 숍 http://http://www.versacehome.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