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푸른 잎새와 뜨거운 태양의 계절이 끝나고 시간은 갈색빛의 계절로 조용히 흘러간다. 10월이 도래하기 전에 앞서, 다가올 가을의 나날들 만큼이나 그윽한 홍차 12잔을 마셨다.



1. 티 앙팡
2001년에 문을 연 티 앙팡의 주인은 일본인 어머니와 중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자랐다. 차 문화가 일상에 스며든 배경에서 자란 차 전문가인 셈이다. 버라이어티, 스트레이트, 블렌드. 수예차, 허브티 등 300종류에 달하는 차 리스트를 자랑하는 곳이니 홍차도 지지 않는다. 러시아티는 잼과 함께 마시는 홍차다. 중천도라는 이름의 복숭아를 졸여 직접 만든 잼을 함께 나오는 크래커에 발라 한 입 깨물면, 스모키한 홍차의 맛과 입안에서 어우러진다. 티웨어는 체코 츠비벨무스터의 대표 문양인 푸른색 양파가 들어간 것을 골랐다. 이런 게 격식 있는 홍차의 오후 아닐까. 가격 7천원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대현동 53-15 문의 02-364-4196 영업시간 정오부터 오후 10시까지

2. 살롱드떼
롯데호텔에는 18세기의 영국이 있다. 오래전 영국, 지성과 예술이 오가는 장소였던 살롱을 그대로 닮은 살롱드떼의 홍차는 전부 로넨펠트.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해외 호텔에서도 보기 드문 30여 종이 넘는 로넨펠트 홍차를 맛볼 수 있다. 샹그릴라는 아삼차에 파인애플과 파파야, 수레국화 등을 넣은 홍차로 열대의 향기를 담아 해변가 호텔에 누워 있을 때처럼 한가로운 기분이 들게 해주는 신기한 홍차다. 런던에 온 줄 알았는데 몰디브에 왔나 보다. 가격 1만4천원(10% 봉사료, 10% 부가세 별도) 주소 서울시 종로구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문의 02-759-7477 영업시간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3. 아뜨레
홍대 정문 근처에 자리 잡은 아뜨레는 5년 된 홍차전문점이다. 번잡한 홍대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차분한 분위기의 아뜨레를 관장하는 주인은 기본에 충실한 홍차를 선보인다. 아뜨레의 인기메뉴인 허니 레몬티는 실론티 베이스에 상큼한 레몬향을 더한 홍차로 더욱 달게 즐기고 싶다면 함께 나오는 꿀을 곁들이면 된다. 비스코티 쿠키와 함께 나온다. 블렌딩하는 재미가 쏠쏠한 허브 차 리스트도 상당하다. 가격 6천5백원 영업시간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42-12 문의 02-322-1940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 30분까지

4. 더 애프터눈
애프터눈 티는 우아하다. 늦은 오후, 트레이 가득 올린 한입 거리의 달콤한 디저트를 홍차와 함께 즐기다니, 이보다 더 여유로울 수 있을까. 영국의 리츠호텔과 포시즌스를 드나들며 이 문화를 한국에서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차린 곳이 바로 더 애프터눈. 아이 방 벽지 같은 파스텔 컬러가 주조를 이루는 인테리어가 꼭 피터 래빗의 마을 같다. 많은 사람이 저렴한 가격에 애프터눈 티 세트를 맛볼 수 있도록 번거롭지만 쿠키와 케이크, 스콘까지 직접 굽는다. 준비한 차는 타바론의 크림슨 펀치. 아이스티로 먹어도 좋은, 향과 맛이 상쾌한 홍차다. 가격 7천원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29-6 문의 02-547-8667 영업시간 정오부터 오후 11시 30분까지

5. 티룸
티룸은 아름다운 것을 향한 국내 최고의 슈가크래프트 마스터 최정윤 씨의 사랑이 결집된 공간이다. 정교한 인형의 집과 앤티크 액세서리, 영국 유학시절부터 오랜 시간 모아온 그릇과 보기 드문 영국의 브러시와 거울 세트로 가득하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홍차는 바로 아마드의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이름 그대로 아침잠을 달아나게 하는, 카페인 성분이 강한 홍차다. 티 포트는 개인 작업을 하는 미국 작가에게 두 달을 기다려서 받았다. 가격 5천8백원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 190-11 문의 02-323-6752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6. 북스쿡스
가회동은 확실히 홍차보다는 전통차가 어울리는 동네다. 한옥을 개조한 북카페에서 제대로 된 홍차를 만나기를 기대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스틸로 만든 차 진열대와 서까래, 유럽에서 온 티웨어와 전통방석이 공존하는 북스쿡스의 인기 메뉴는 랍상소우총. 세계 최고의 차로 꼽히기도 했던 중국 홍차로 홍차의 기원으로 불린다. 솔잎을 태워 만들어 스모키한 소나무향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홍차 입문자라면 연하게 마시는 것이 좋다. 가격 1만2천원 주소 서울시 가회동 177-4 문의 02-743-4003 영업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7. 티 캐디
티 캐디는 홍차 마니아들을 위한 공간이다. 마리아주, 웨지우드, 딜마, 니나스 등 온갖 홍차 케이스가 진열되어 있는데 100여 종에 달하는 제품의 향기를 맡고 직접 찻잎을 고르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300년 전통을 자랑하는 프랑스 티 메종 다만 프레르는 그중 가장 눈에들어오는 브랜드. 다만 프레르의 인기 홍차 중 하나인 자르댕 블루는 세계 최초로 가향 홍차를 개발한 프랑스의 장 리퐁이 만든 차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실의에 빠진 조국 프랑스 사람들을 위해 향을 첨가한 것이 시작이었다고. 코와 미뢰를 감싸는 딸기향을 음미하다 보면 ‘달콤한 거짓말’은 과연 필요하다는 생각이절로 든다. 가격 7천원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13-42 문의 02-313-7523 영업시간 오후 2시부터 오후 11시까지

8. 라율
가끔은 천편일률적인 홍차전문점의 분위기가 지겹다. 일본의 홍차브랜드 카렐의 국내 유통을 맡은 라율이 지난 7월, 카페를 열었다. 카페는 귀여운 일본 소품이 장식돼 있어 시모키타자와 카페의 아기자기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진다. 캐릭터 왕국 일본의 명성을 그대로 증명하듯, 고양이, 토끼, 강아지, 꿀벌 등 온갖 동물 캐릭터가 그려진 카렐의 양철 케이스는 홍차 맛을 보기 전에 구입하고 싶을 정도. 카렐의 국내 통관을 담당하는 곳인 만큼 저렴하게 카렐의 차를 맛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사진은 실론을 베이스로 한 카렐의 2011년 제품 스트로베리 초콜릿. 초콜릿보다는 딸기 맛이 강한 달콤한 차다. 가격 5천5백원 주소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722-34 문의 02-3446-1244 영업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9. 티 아트
500명의 청각장애인 중 한 명은 맛을 감지하는 천부적인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국내 최고의 홍차전문가인 박정동 교수가 작년에 차린 티 아트는 그런 ‘초능력’을 가진 청각장애인들이 차를 우리는 곳이다. 티 아트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 중 하나는 최고의 홍차브랜드 중 하나인 딜마에서 처음 선보인 ‘와테’. 홍차와 와인이 비슷하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홍차다. 카베르네 소비뇽의 진한 빛깔과 바디감을 느낄 수 있는 야타와테가 유독 맛있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홍차는 ‘누가’ 우리느냐가 중요한 음료이기 때문일 거다. 가격 5천5백원 주소 서울시 종로구 누상동 166-127 문의 02-3141-7456 영업시간 오전 11시에서 오후 9시까지

10. 디 베랴
대학로에 자리한 홍차전문점 디 베랴의 오너와 홍차의 로맨스를 표현한다면 ‘불같다’는 표현을 써도 좋을 것이다. 아들의 유학 때문에 떠났던 밴쿠버, 빅토리아 섬의 한 호텔에서 홍차의 매력에 눈뜬 후 ‘한국 가면 내가 차려야겠다’는 생각에 4년 전 문을 연 곳이 바로 디베랴. 벽에 걸리거나, 진열장에 놓인 티웨어는 모두 시애틀, 뉴욕, 밴쿠버 등 북미를 돌며 모은 것들로 직접 그림을 그려넣는 것으로 유명한 대만 브랜드 앤슬리(Ansley) 를 비롯, 보기 드문 ‘순금’ 제품도 많다. 크리스마스 화관이라는 뜻의 크리스마스 리스 홍차는 행복한 성탄절의 분위기를 그대로 담은 홍차다. 사과, 크랜베리에 시나몬을 첨가했다. 가격 5천원 주소 서울시 종로구 명륜3가 136-1 문의 02-755-3337 영업시간 오후 1시부터 11시까지

11. 티 가든
신촌에만 세 개의 홍차전문점을 운영하는 클로리스의 두 번째 매장인 티 가든은 애프터눈 티로 유명한 영국의 벤버리 지역의 티룸에서 영향을 받았다. 바닥부터 천장, 소품 하나하나까지 통일된 연출은 벤버리’풍’이 아니라 정말 그곳의 티룸을 옮긴 것 같다. 티 가든이 선택한 홍차는 스웨덴의 홍차 브랜드 티 오브 스톡홀름. 세계적인 홍차 블렌더인 베르논 마우리스가 조국을 위한 홍차를 만든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홍차잎과 오렌지껍질, 장미꽃잎이 어우러진 스톡홀름 블렌드는 살구향과 바닐라향이 가미되어 꽃과 과일향이 입안에 맴도는 달콤한 홍차다. 가격 7천원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5-86 문의 02-312-7523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자정까지

12. 페코티룸
페코티룸은 일본에서 베이커리를 공부한 언니와 영국 유학 중 홍차의 매력에 눈뜬 동생이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애프터눈 티세트를 선보이는 홍차전문점이 속속 늘어나고 있지만 오너가 파티시에인 곳은 드물다. 페코티룸의 케이크와 쿠키가 홍차만큼이나 인기 있는 이유다. 달콤한 향의 마르코폴로는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가장 인기 있는 홍차 중 하나.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프랑스의 홍차 브랜드 마리아주의 마르코폴로를 선택했다. 가격 1만원 주소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159-6 도심공항터미널 11-2 문의 02-569-7626 영업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