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가장 여름답게 누리는 방법. 이제 록 페스티벌은 열광적인 록 뮤직 팬의 것이 아니라, 놀고 싶고 뛰고 싶은 모든 사람의 것이 되었다. 조금의 두려움도 망설임도 없이, 〈얼루어〉도 그 폭염과 폭우, 끊이지 않았던 음악 속으로 뛰어들었다. 뜨겁고 치열했던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 사흘 밤낮의 기록.

1. 악틱몽키즈의 보컬 알렉스는 알렉사 청의 남자 친구이기도 하다. 2, 6. 헤드라이너란 이런 것. 스웨이드. 3. 케미컬 브라더스가 보낸 지령. 생각하지 말고 정신을 놓을 것! 4. 페스티벌고어들, 모두 즐기고 있습니까? 5. 돗자리와 텐트가 만들어낸 거대한 퀼트 .


1. 결정적 순간


시간이 지나면 전설이 될지도 모르는, 2011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의 결정적 순간들.

스웨이드, 그대의 따뜻한 손 해체 이후 주춤하긴 했지만, 본래 스웨이더(스웨이드의 팬)는 열성적이기로 유명했다. 일찌감치 펜스를 굳게 쥔 스웨이더는 모든 세트 리스트의 가사를 외우고 ‘떼창’을 주도함으로써 팬력을 과시했고, 브랫 앤더슨은 전성기 시절의 목소리는 잃었을지언정 열정만은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현란한 무대 매너와 열창으로 헤드라이너의 위엄을 지켰다. 이미 첫 곡에서 그의 셔츠를 붙잡고 있었던 단추 대부분이 떨어져 나갔다. ‘Beautiful Ones’와 앙코르곡 ‘Saturday Night’ 사이에 또 하나의 앙코르곡 ‘She’s in Fashion’을 부른 것도 감동적이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은 따로 있었다. 오랫동안 기다려준 팬들이 고마워서였나, 빗속에도 펜스를 놓치지 않는 팬들이 기특해서였나. 땀과 비에 촉촉이 젖은 브랫 앤더슨은 ‘Saturday Night’를 부르면서 팬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줬다.

델리 스파이스, 너의 목소리만 들려 ‘항상 엔진을 켜둘게’로 부르릉 시동을 건 델리 스파이스의 윤준호는 마음이 벅찬 듯 느리게 말을 이었다. “오랜만이에요. 보고 싶었어요.” 지난 지산에서의 무대를 마지막으로 2년 만에 돌아온 델리 스파이스 때문에 지산의 매미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윤준호의 멘트가 끝나면서 시작된 ‘고백’과 앙코르곡 ‘차우차우’의 ‘떼창’은 뜨거웠다. 김민규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수많은 목소리에는 노래에 얽힌 각자의 추억과 델리 스파이스라는 록 그룹에 대한 사랑이 듬뿍 담겨 있었다. 이날, 지산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은 이들이었다.

UV, 몰래 온 손님 싫든 좋든, 올해의 가장 뜨거운 아이콘은 UV였다. 토요일 저녁은 UV가 접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유세윤의 엔터테이너로서의 역량과 뮤지의 뮤지션으로서의 역량이 결합되었을 때의 결과는 엄청났다. ‘집행유애’와 같은 히트 넘버와 ‘Creep’, ‘Smoke on the Water’, ‘Killing in the Name’ 등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곡들을 절묘하게 편곡하고 이어낸 ‘록 메들리’도 인정할 만했다. 그리고 듀스, 서태지와 아이들 등 시대를 풍미한 아이콘들의 음악을 묘하게 재현해온 UV가 ‘교실 이데아’를 불렀을 때, 그때 그 사람 안흥찬이 등장할 줄이야. 전날 크래쉬 공연을 마치고 잠복했던 안흥찬이 ‘왜 바꾸지 않고 마음을 졸이며 젊은 날을 헤맬까!’를 부를 때 분위기는 마치 이혼 소송을 마친 서태지가 직접 나온 것 같았고, 모두가 야간 자율 학습 중에 탈출한 고3처럼 절규했다. 터져나갈 듯했던 UV 랜드에서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왜 지산은 그들을 빅탑에 세우지 않았나.

인큐버스, 비와 함께 간다 마지막 날인 31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비가 내린 듯했다. 내리나 안 내리나 헷갈리는 안개비부터 후두둑 떨어졌다 사라지는 여우비, 하도 세게 내려서 마사지와 지압 효과까지 얻을 수 있었던 폭우까지. 특히 인큐버스의 무대가 시작될 즈음 폭우는 절정에 달해서, 무대 지붕에서 떨어지는 물이 폭포를 이룰 정도였다. 그러나 공연이 마지막으로 향하면서 빗줄기는 조금씩 줄어들었고, 인큐버스가 ‘Drive’를 부를 때는 제법 그쳐있었다. 비를 피해 숨어든 사람들도 다시 나와 언덕 능선에 줄을 서며 같은 곡을 들었다. 전쟁 같은 폭우 속에서 살아남은 꽃처럼, 산안개가 무대 앞까지 마중 나온 인큐버스의 무대는 그렇게 아름답고 평화롭게 끝났다. 예수님을 연상시키는 보컬 브랜든 보이드의 성스러운 분위기도 여기에 한몫했다.

7, 8. 지산에 뜨거움을 선물한 UV와 김완선. 9. 페스티벌의 마지막은 불꽃놀이. 비오는 와중에도 제몫을 했다. 10. 폭우 속에서도 인큐버스의 공연과 팬들의 열정은 대단했다.

장기하와 얼굴들, 장 교주와 지산의 성도들 대중성과 음악성을 모두 갖고 있는 밴드의 무대를 보여줬다. 록 페스티벌 마니아들과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놀러 온 사람들 모두가 함께 놀았다. 앨범 수에 비해 유독 히트곡이 많은 장기하의 무대는 손발이 척척 맞았다. ‘달이 차오른다, 가자’에서는 촉수춤이, ‘그렇고 그런 사이’에서는 손춤이. 조금 멀리 떨어져서 본 장기하와 얼굴들의 무대는 그야말로 장기하 교주와 지산의 성도들이었다. 빅탑 무대가 조금 버겁긴 했지만, 장기하의 말처럼 그들은 더 나아지고 있다.

김완선, 여왕의 귀환 해마다 지산은 ‘지산의 여신’을 배출해왔는데, 그게 김완선이 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DJ 사일렌트, 큐로로와 함께 등장한 김완선은 김완선의 전성기를 기억조차 못하는 사람들마저도 자신의 노예로 만들었다. TV에서만 보던 김완선의 퍼포먼스를 직접 본 사람들은 한마디로 반했다. ‘나 오늘 둥근 달이 너무나 무서워요’로 무대를 연 김완선은, ‘지산의 여왕’이었다. 다음 날 출근 때문에 서둘러 서울로 올라간 사람들은 다음 날 김완선의 무대를 놓친 것에 땅을 쳤다.

DJ DOC, 속옷 노출 사건 DJ DOC가 빅탑 무대에 서는 걸 두고 말은 많았지만, DJ DOC는 솔직하게 “완전히 쫄았어요”라고 고백한 뒤, 그냥 놀았다. 그게 워커힐 수영장에서 여는 콘서트와 크게 차이는 없었지만 나름대로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그대로 끝났다면 그냥 ‘DJ DOC 왔다 갔다’였을 테지만 이들이 돌아가면서 바지를 내려 ‘속옷 노출’을 하는 바람에 ‘DJ DOC, 바지 벗고 갔다’고 길이 남게 되었다. 왜 그랬을까, 도대체 왜 그랬을까. 게다가 김창렬은 트렁크도 아니었다.

쿠루리, 관객과의 대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한국에도 만만치 않은 팬을 거느린 쿠루리는 올 지산에서 가장 의외의 라인업으로 꼽히는 밴드 중 하나다. 오후 시간과 딱 어울리는 사운드를 선보인 쿠루리의 숨은 개인기는 멘트. 단 두 번 “감사합니다!”를 외치고 시크하게 떠난 브랫 앤더슨과 달리 쿠루리는 통역담당자에게 부탁해서 배운 우리말로 관객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안녕, 오빠! 안녕, 언니! 재밌어요?”. “나 한국말 좋아? 잘해?” 외국 밴드 중 가장 길고 어려운 한국말을 구사한 그들은 귀여웠다.

The Music, 이젠 안녕 지산에서 CD보다 뛰어난 무대를 보여준 팀을 말하라면 더 뮤직과 국카스텐이 아닐까. ‘우리도 우리 라이브를 보고 싶네요’라는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던 국카스텐은 지산을 발아래 두었다. 한편 더 뮤직은 지산을 마지막으로 해체하기로 했기에, 공연의 감흥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고 무대를 보면 그들도 다르지 않은 분위기였던 것 같다. 완벽한 라이브 무대라고 할 만했다. 너무나 평범한 회색 피케이 티셔츠를 입고서 너무나 비범한 공연을 들려준 그들은 떠났다. 하지만 록 밴드라면 그러하듯이, 우리는 또 만날지도 모르겠다.

1,4,7. 지산 골짜기에 나타난 보헤미안들. 아오이 유우일까 달려가서 앞모습을 확인하게 만든 이들. 2,12. 프린트로 포인트를 준 두 커플의 룩. 단, 이런 무서운 프린트로 커플 룩을 연출할 때는 반드시 둘 중 한 사람만! 3,6,9. 비비드 컬러의 팬츠로 저마다 ‘록 스피릿’을 발산하는 청춘들. 5. 청순한 시골 소녀의 록 페스티벌 룩을 몸소 보여준 김윤아. 8. 무대에서 막 내려온 차승우는 피케 셔츠와 롤업 팬츠를 품격 있게 차려입었다. 10,11. 록 페스티벌에 절대 빠질 수 없는 로큰롤 스타일. 13. 커다란 데님 점퍼로 1980년대 스타일을 연출한 빈폴의 VMD 안정희.


2. 이렇게 입어요


록 페스티벌에 온 사람들의 옷차림을 관찰하는 것도 록 페스티벌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에서 만난 옷 잘 입은 사람들 중에서 몇몇을 불러 세웠다. 두고두고 생각나는 너무 센 스타일 말고, 따라 할 수 있는 옷차림을 한 이들만. 이들의 훌륭한 모습을 보고 다음 록 페스티벌에 참고하시길.




3. 얼루어 부스에서 생긴 일


아낌없이 준 <얼루어> X 카이아크만의 카이뱃 키트 <얼루어>가 제작해서 무려 2만 개를 시원하게 나눠준 키트! “신발 주머니 같은 비닐 백팩 있죠? 그게 페스티벌에서는 가장 유용해요.” 지난달 지산 라인업 인터뷰에서 많은 뮤지션이 입을 모았듯이, 카이아크만의 카이뱃 로고가 쓰인 귀여운 백팩과 그 안에 수북하게 들어 있는 든든한 용량의 샘플들은 사흘 동안의 페스티벌에서 100% 제 몫을 다했다. 당장 필요한 폰즈 클렌징 제품과 아비노의 자외선 차단 겸용 모이스처라이저, 알고 보면 필수품인 겐조 퍼퓸과 달아오른 얼굴을 식혀주는 마스크팩까지. 여자분에게만 나눠준다는 말에 항의하는 남성 팬들도 속출! 억울하면 여자와 함께 오라는 말에 지나가는 여자의 손목잡기도 불사했다. 특히 사흘째, 폭우가 쏟아져도 끄떡없는 카이뱃 백팩을 멘 사람들의 뒷모습은 더욱 의기양양했다.

DAY.1 긱숍의 스토어 아침에 내린 비로 지산의 땅은 질척거렸다. 이럴 때 필요한 건 과감한 플립플랍과 레인부츠! 진창에 부적절한 사람들은 긱숍에서 균일가에 판매한 새 신을 신고 좋아했고, 오후가 되어 햇볕이 내리쬘수록 스타세라의 상큼한 젤라토를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긱숍의 스토어는 단 하루만 열었지만 마지막 날 폭우가 쏟아지자, 얼루어 부스로 와서 긱숍의 행방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첫날 비가 왔다면 긱숍에서 준비한 레인코트도 전부 팔렸으리라. 이게 바로 짚신 장수, 나막신 장수의 딜레마였나.

DAY.2 바닐라코의 메이크오버 록 페스티벌에서 찍힌 할리우드 스타의 파파라치
사진은 스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록 페스티벌에서 예쁜 모습을 유지하기란 불가능한데, 전날의 피로와 숙취로 화장하기도 귀찮을 뿐만 아니라 햇볕과 땀으로 화장이 쉽게 지워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짐이 가벼울수록 좋은 페스티벌에 오면서 화장대를 싸 들고 올 수도 없는 일. 이런 사정, 저런 사정 덕분에 얼루어 부스에 차린 바닐라코의 메이크업 카운터와 메이크업 수정 서비스는 빛을 발했다. ‘수정’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해서 얼루어 부스는 곧 메이크오버의 현장으로 북적거렸다. 역시 전문가의 손길은 달랐다.

DAY.3 페리페라의 네일 컬러링 진흙 속에 빠지고, 이리저리 사람들과 부딪히는 동안 발가락과 손가락에 곱게 입힌 에나멜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네일 전문 브랜드 페리페라의 네일 컬러링은 록 페스티벌의 작은 호사였다. 비를 피할 수 있는 얼루어 부스에서 음악 소리와 함께 네일리스트의 손길로 다시 탄생하는 손톱! 세 명의 네일리스트는 손이 분주했지만 그럴수록 사람들의 손끝은 환해졌다. 페스티벌 현장에서 손이 멀쩡한 사람들은 모두 얼루어 부스에 들렀던 사람들이었다. 길고 길었던 웨이팅 리스트가 그 인기를 증명했던 코너.

Time is Running Out! 얼루어 트위터(@allurekorea)가 활약한 순간! 페스티벌 전부터 트위터 이벤트를 통해 30명의 팔로워에게 29일 초대권을 선물했을 때부터 트위터는 이번 페스티벌의 가장 강력한 도구였다. 현장에서도 마찬가지. 정해진 시간마다 미션과 지령을 수행한 트위터러에게 선물을 증정하는 ‘타임 이벤트’도 역시 트위터로. 얼루어 부스에 와서 “카이아크만!”을 외친 다섯 명에게는 티셔츠를, 오늘의 룩을 올린 패션 피플에게는 야상 점퍼를 선물했다. 이 밖에도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트위터의 힘을 볼 수 있었다. 바로 묻고 바로 답하기, 셔틀 버스가 늦었지만 꼭 우쿨렐레 피크닉에 참석해야 한다는 절실한 트윗과 선물에 당첨되어 폴짝폴짝 뛰는 감격의 트윗, 록 페스티벌의 현장 중계까지 얼루어의 타임라인은 계속 새로 올라온 글로 반짝거렸다.





우쿨렐레를 가르쳐드립니다.


페스티벌 며칠 전, 지산에서 열 부스 준비가 한창인 <얼루어>는 트위터에 공지를 올렸다. “한낮의 우쿨렐레 클래스를 엽니다. ‘우쿨렐레 피크닉’의 조태준에게 우쿨렐레 배우고 싶은 분, 손! 같이 띵가띵가 할 수 있도록 우쿨렐레도 잔뜩 빌려놨어요. 지산 오후에 시간 되는 분만 손 드세요.” 음악은 보는 것만큼 하는 것도 즐겁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기에, 얼루어 부스에서 우쿨렐레 클래스를 열기로 했다. 작고 귀여운 우쿨렐레는 기타보다 배우기도 쉽다. ‘우쿨렐레 피크닉’과 비틀즈 커버밴드 ‘타틀즈’로 지산의 낮과 밤을 섭렵한 뮤지션 조태준(TJ)이 직접 우쿨렐레를 가르쳐줬다. 조태준은 <쉐리봉 우쿨렐레>라는 우쿨렐레 교본까지 냈으니, 최고의 과외 선생을 섭외한 셈. 여기에 없는 게 없는 악기 회사인 세고비야에서 우쿨렐레 전문 브랜드인 카운테스의 우쿨렐레를 넉넉히 빌려줘서, 우리는 지산의 푸른 잔디밭 위에서 다 함께 우쿨렐레를 배울 수 있었다. 토요일반, 일요일반으로 나눠 트위터로 신청한 사람들과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도착한 사람들이 난생처음 우쿨렐레를 잡았다. 단 4개의 코드만 익히면 클래식 팝넘버 ‘Over the Rainbow’를 연주할 수 있다는 사실! 클래스마다 외국인 수강생이 있었는데, 음악에는 국경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증명했다. 조태준의 부산 억양도 이들의 학구열을 막진 못했고, 마지막 날 폭우 속에서도 우쿨렐레 클래스 시간만큼은 날이 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