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또 봐도 영화 속 양조위는 멋있고, 보면 볼수록 영화 밖 양조위는 귀엽다.

양조위의 옆자리를 비워주세요
지난 파리 컬렉션에서 극강의 내향형 인물은 단연 디올 쇼에 참석한 양조위였다. 자고로 포즈는 기세건만, 아시아의 대배우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연신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많은 셀럽들이 오늘 처음 봤지만 어제도 본 것처럼 친화력을 발휘하는 행사에서 그야말로 집에 가고 싶은 표정으로 멀뚱히 서 있던 양조위. 극장에 갈 때면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 받고 싶지 않아 여섯 자리씩 예매하는 그에게 다음 생의 친화력을 끌어와도 쉽지 않은 현장이었을 것이다.
보드를 타러 수십 년째 일본에 가고 있지만 일본어를 할 줄 모르고, 혼자 있고 싶어서 외국어를 공부하지 않는다. 끝내주는 수다쟁이었다고 해도 사랑했겠지만, 눈빛으로 말하는 내향형이란 사실은 사랑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지점이다. 양조위와 눈 마주치고 집에 가는 길 안 잃어버리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그러고 보면 <골드핑거>(2024) 개봉 당시 카피바라 머리띠를 쓰고, 유덕화와 갖가지 하트 포즈를 한 건 국내 팬을 향한 특급 서비스였다.
라부부 옆자리는 반칙입니다만?
귀여우면 끝이라는데, 라부부와 잘 어울리는 건 세상의 끝 아닌가? 경찰복 등장신을 볼 때마다 입을 틀어막는 <중경삼림>이 벌써 30여 년 전, 어머니들의 단체 관람 열풍을 일으킨 <색, 계>도 20년 전이다. 그런데 지난해 가을 모이나와 케이싱 룽의 콜라보 캠페인을 보면 이 배우는 왜 60대에 귀엽기까지 한지 놀라울 따름이다. 말보다는 눈빛이 편한 수줍음 때문인지, 그 동안 봐온 무해한 성향 때문인지, 진지한 그의 얼굴에 귀여운 몬스터들이 착 달라붙는다.
라부부와 만나기 전, 마블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2021)의 로맨티스트 빌런 ‘웬우’로 등장했고, 뉴진스의 ‘Cool With You’(2023) 뮤비에 백발 아프로디테로 특별 출연한 양조위. 우리가 여전히 그의 등장에 설레는 건 저 진지하고 치명적인 눈빛으로 뜻밖의 캐릭터에 도전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2026년이 화양연화인 이유
2025년의 마지막 날, <화양연화 특별판>이 개봉했다. 두 사람의 2001년 에피소드가 추가된 특별판에 대해 왕가위 감독은 “본래 의도에 가장 가깝게 완성된 버전”이라 말했다. 마지막 10분만으로도 다시 볼 가치가 충분하다는 후문에 개봉한 지 한 달이 넘은 지금까지 극장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00년 5월, 홍콩 배우 최초로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양조위. <화양연화>는 차우(양조위)가 앙코르와트 사원 구멍에 비밀을 봉인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그러니까 <화양연화 특별판>을 본다는 건 25년이 지나 봉인이 풀린 두 사람의 비밀을 확인했다는 의미. 영화가 개봉한 21세기 초엔 상상하지 못했던 뒷이야기를 알게 됐으니 한 해의 시작이 좋다. 그 시절에도 봤다면 다시 화양연화, 이번에 처음 봤다면 지금부터 화양연화. 90년대 양조위처럼, 꽃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시절이 될 것이다.

+ COMING SOON!

시네필과 양조위 팬들을 설레게 하는 또 하나의 소식.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1998년 작품 <해상화>가 리마스터링을 거쳐 2월 4일, 국내에 ‘첫 개봉’한다. 19세기 말, 영국 조계지의 상하이 유곽이 배경, 매일 밤 오랜 연인 ‘소홍’을 찾아오는 고위 관리 ‘왕’으로 등장하는 양조위. 그의 주특기인 속을 알 수 없는 남자를 연기한다. 20세기 필견작 속 30대 초반의 양조위는 변발을 해도 멋있을까 궁금하다면 극장으로 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