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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합류한 패션 하우스는 어떻게 달라졌을까?(5)

2025.11.04김지은

과거의 유산을 해체하고, 현재의 감각으로 다시 쌓아 올리는 디자이너들. 지금, 패션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DIOR by JONATHAN ANDERSON

파리 튀일리 정원 한가운데, 조나단 앤더슨은 디올을 새롭게 조명했다. 루카 구아다니노와 스테파노 바이시가 설계한 세트는 디지털 스크린과 물리적 구조물이 얽힌 미니멀한 장치였고, 다큐멘터리 감독 아담 커티스의 영상이 거꾸로 매달린 LED 피라미드 위로 흘러내렸다. 그 빛의 흐름 속에서 디올의 과거와 현재가 잠시 겹쳤다. 그는 디올의 유산을 다시 정돈하되 감성적으로 재해석했다. 아카이브의 리본 장식은 핀치 프런트 코트와 드레이프된 코튼 드릴 스커트, 가벼운 레이스 드레스, 톱 핸들 백까지 다양한 형태로 등장했다. 바 재킷은 구조를 더욱 날카롭게 세웠고, 케이프와 볼륨 쇼츠는 오트쿠튀르의 곡선을 현대적 균형으로 다듬었다. 이번 시즌의 디올은 과거를 인용하기보다는 앞으로의 형태를 정리하는 일에 가까웠다. 축적된 코드가 새 구조 안에서 다시 배치되었고, 정제된 빛과 색감 속에서 하우스의 새로운 질서가 완성된 순간이었다.


JEAN PAUL GAULTIER by DURAN LANTINK

듀란 랜팅크의 장 폴 고티에, 데뷔작의 이름은 ‘주니어(Junior)’다. 이는 1988년부터 1994년까지 존재한 장 폴 고티에의 전설적 라인, 주니어 고티에(Junior Gaultier)에서 따온 것. 당시의 반항적이고 젊은 클럽 에너지가 듀란에게 ‘패션은 곧 자유의 언어다’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고. 이번 컬렉션에서 그는 장 폴 고티에의 아이콘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시 읽어냈다. 마리니에르 스트라이프, 콘 브라, 메시 드레스 같은 코드가 뒤틀리고 확장돼 착시를 주거나 3D 볼륨(그의 특기)으로 팽창했다. 그중 타투 프린트 메시 드레스는 장 폴 고티에의 감각을 현대적으로 변환한 핵심 조형이다. 컬렉션의 무드는 클럽 문화의 퇴폐적이고 관능적인 이미지와 맞닿아 있다. 암스테르담의 전설적 클럽 록시(RoXY)와 클레오 캄페르의 사진이 그에게 영감을 줬고, 이는 쇼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의 근간이 되었다. 컬렉션이 열린 장소 역시 의도가 분명했다.


JIL SANDER by SIMONE BELLOTTI 

시모네 벨로티의 질 샌더 데뷔쇼. 첫 번째 모델로 기네비어 반 시너스가 등장하는 순간, 쇼 전반에 대해 이보다 강력한 스포일러는 없었다. 1990년대 질 샌더, 캘빈클라인, 헬무트 랭 등 미니멀리즘 하우스의 얼굴이던 그의 복귀는, 90년대 질 샌더의 정수를 현재로 소환하려는 의도를 명확히 했다.
이번 컬렉션은 뉴트럴 톤과 바랜 파스텔, 선명한 색감이 어우러지며 질감과 구조의 대비를 강조했다. 간결한 테일러링은 주름과 거친 마감으로 자연스러운 균열을 만들고, 반사되는 가죽과 시퀸, 접힌 실크는 몸의 곡선을 따라 입체감을 더했다. 그 안에서 보호와 노출의 경계가 우아하게 교차했다. 스퀘어 토슈즈, 컷아웃 발레리나, 키튼 힐 브로그, 다용도 백 등 액세서리도 동일한 언어로 디자인됐다. “엄격함과 가벼움, 우아함과 강인함, 통제와 자유처럼 서로 상반되는 요소 사이에서 새로운 연결성을 발견했다”는 시모네의 말처럼, 이번 컬렉션은 진지함 속에서도 유연함이 공존하는 지점에서 희망찬 다음을 예고했다.

    포토그래퍼
    COURTESY OF GORUNWAY
    사진 출처
    GETTY IMAGE, INSTAGRAM(JEAN PAUL GAULTIER, MASION MARGIELA, VERS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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