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천국의 휴양지 ‘미야코지마’의 로즈우드 리조트

2025.10.10ALLURE, 박혜수

맑고 순수한 자연의 섬, 미야코지마에 터를 잡은 로즈우드 리조트. 이곳에서 마주한 웰니스의 본질.

단독 빌라 55채와 하우스 3채로 구성된 로즈우드 리조트는 고요한 바다에 둘러싸여 있다.
바다와 맞닿아 있는 풀사이드 전경.
모든 객실은 바다 뷰를 품고 있다.
섬의 지형, 경관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리조트 풍경.
아라구스쿠 비치에서 스노클링을 하다 마주친 바다거북.

요즘 우리의 관심사 대부분은 웰니스 라이프를 향해 있다. 심신의 안정과 삶의 질을 높이려고 식습관을 바꾸고, 운동 루틴을 짜고, 새로운 힐링 클래스를 찾아 헤맨다. 하지만 때로는 삶의 균형을 이루는 다양한 방법론이 우리를 조급하게 만들기도 한다. 건강해지기 위해 뭔가를 해야 하고,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과정은 일종의 강박에 가까워졌으니까. 이럴 때는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곳으로 잠시 떠나는 것도 좋다. 백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 편안하고 안락한 숙소, 짧은 이동 시간, 그리고 신선한 식재료를 접할 수 있는 곳. 이 정도면 기본 조건은 만점에 가깝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2시간 30분이면 소담한 미야코 공항에 도착할 수 있는데, 여기서 차로 20분 남짓 가면 로즈우드 미야코지마(Rosewood Miyakojima)에 닿는다. 평소보다 일찍 움직여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로즈우드에 도착하는 순간 이 정도의 피로감은 싹 가신다. 미야코지마는 일본 오키나와현에 속한 섬으로, 청정한 자연과 아름다운 해변, 다양한 해양 액티비티로 유명하다. 그리고 올해 3월, 이곳에 로즈우드 미야코지마가 오픈했다.

미야코지마의 청정한 반도에 자리한 로즈우드 리조트는 ‘기도의 섬’으로 불리는 영적 명소로, 울창한 자연과 고요한 바다에 둘러싸여 있다. 마치 하나의 작은 마을에 온 듯한 따뜻하고 소담한 모습에 고급 리조트답지 않다고 여길 수 있으나, 사실 이곳은 ‘조용한 럭셔리’의 진수를 보여준다. 네덜란드의 유명 건축 스튜디오 ‘스튜디오 피에트 분(Studio Piet Boon)’은 이곳을 설계하며 류큐 석회암과 목재, 전통 직물 등 지역에서 채취한 자연 소재로 자연과 하나 되는 건축을 완성했으며, 럭셔리 리조트를 과시하기 위한 화려하고 과장된 장식 대신 단순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을 선택한 덕분에 섬의 지형과 경관에 스며들듯 조화를 이룬다. 또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설계는 운송 에너지와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일조했고, 지역 예술품과 도예, 식재료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지역 문화와 경제에도 기여한다.

숙소 내부는 침대와 침구부터 온도와 습도, 서비스까지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다. 단독 빌라 55채와 하우스 3채로 구성된 로즈우드 미야코지마는 수나야마와 쿠우라 해변을 끼고 있어 모든 객실에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으며, 몇 걸음만 걸어 나가면 청정한 프라이빗 비치를 누릴 수 있으니 이보다 바다 친화적인 곳은 없을 듯.

미야코지마의 매력은 결국 바다에 있다. 이 맛을 제대로 보고 싶다면 차를 타고 다른 해변을 방문해보길 권하는데, 백사장으로 유명한 스나야마 비치부터 보다 한적하고 맑은 카미누라 비치도 좋겠다. 내가 선택한 곳은 로즈우드 리조트에서 비교적 가까운 아라구스쿠 비치. 투명할 정도로 깨끗한 바다와 따뜻하게 데워진 물의 온도 덕에 오랜만에 바다 수영을 만끽했는데, 그중 화룡점정은 거북을 마주한 순간이었다. 스노클링을 즐기는 도중 느긋하게 유영하는 바다거북을 발견한 순간 신비하고 영험한 기운에 한동안 눈을 뗄 수 없더라.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거북의 동선을 따라 헤엄치다 보니 다른 차원의 세상으로 잠시 떠나온 듯했으며, 일터로 돌아와서도 그 순간을 종종 되새기곤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이곳에서 꼬박꼬박 거르지 않은 과정은 아침 식사다. 평소 공복 시간을 유지하기 위해 지나치던 아침 시간을 신선한 파인애플 주스와 요거트, 오믈렛으로 채우니 든든하면서도 활력이 돈다. 로즈우드에서의 식사는 모두 신선한 재료가 기본이다. 현지 피시맨에게서 수급한 해산물, 지역 제철 과일과 채소 등으로 만든 다양한 메뉴는 충분히 맛있지만 자극적이지 않다. 화려하진 않지만 건강한 요리 덕에 하루 세 끼를 온전히 즐겨도 더부룩한 적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만족도가 높았던 스파와 웰니스 프로그램에는 현지에서 얻은 허브와 바다 소금이 사용된다. 족욕을 위해 따뜻한 물에 띄워주는 말린 꽃잎과 나뭇잎, 다양한 허브의 배합으로 완성된 스크럽, 심신에 안정을 주는 오일 등 자연에서 온 재료가 몸과 마음을 치유해줬고, 90분간 나를 가수면 상태로 만들어준 수준 높은 테라피스트의 손길은 휴식과 회복력을 더해줬다. 아침 시간대에 진행하는 필라테스, 스트레칭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 기대 이상의 퀄리티 높은 강사 덕분에 자발적 운동의 즐거움은 더 커진다. 이곳에는 24시간 운영되는 피트니스 센터도 마련되어 있지만, 나는 리조트를 돌며 걷고 산책하기를 선택했다.
비록 한낮에는 조금만 걸어도 머리카락이 달라붙을 만큼 덥고 습하지만 저녁 시간은 얘기가 다르다. 어둠이 깔린 후 한결 선선해진 틈에 러닝화를 장착하고 슬로 러닝을 하다 보면 어느덧 플레이리스트를 멈추게 된다. 바람에 살랑이는 나뭇잎 소리, 새와 벌레의 지저귐 속에 들어와 있으니 음악은 거추장스러울 뿐이었다.

서울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어둠, 도시의 소음을 완전히 걷어낸 적막 사이로 오로지 내 발걸음과 숨소리가 자연 속에 어우러지는 경험은 정말 오랜만에 누려본 고요한 밤이자 온전한 쉼이었다. 낮에는 활기찬 액티비티로, 밤에는 고요한 정취로 여행자를 맞이하는 섬. 화려하지 않고 과시하지 않지만, 모든 순간이 온전히 자신을 돌보는 시간으로 채워지는 로즈우드에서의 경험은 충만함 그 자체였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2027년 용산에 오픈을 앞둔 ‘로즈우드 서울’에 대한 기대도 한껏 높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곳. 그럼에도 다 비우고 다시 꽉 채울 수 있는 곳. 여기가 비로소 웰니스의 본질을 마주하게 되는 곳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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