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공주님! 내 안에 소녀를 깨우는 프린세스 패션
프릴과 리본, 퍼프소매와 섬세한 레이스! 어린 시절 로망으로만 남겨 두었던 ‘공주님 옷’이 올해 당당히 패션 트렌드의 한 축을 담당했습니다.




걸그룹 아일릿과 유니스, BTS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 피처링으로 국내에도 이름을 알린 싱어송라이터 겸 배우 할시(Halesy)의 콘서트 의상, 요즘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산리오 캐릭터즈의 발레 코어 시리즈까지! 마치 달콤하고 화려한 디저트가 옷이 된 것처럼,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패션이 최근 유독 눈에 띄고 있습니다.
이런 ‘공주님’ 패션이 트렌드로 자리 잡기까지 이미 수많은 전조증상이 있었죠. 발레 코어는 유행하다 못해 이젠 마치 하나의 스테디처럼 느껴지고 영어권에서는 운동하러 갈 때 ‘금발이 너무해’의 주인공 엘 우즈 못지않게 머리부터 요가 매트까지 모두 핑크로 통일하는 ‘핑크 필라테스 프린세스(PPP)’가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핀터레스트 역시 올해 바로크, 로코코 시대의 미학이 큰 영감을 줄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담백한 놈코어, 성별의 경계를 무너뜨린 젠더 플루이드를 지난 이 시점에서 자기만의 색깔을 아주 강하게 주장하는 양식이 되돌아온 거죠. 코르셋 디자인의 드레스부터 화려한 액세서리, 패션을 넘어 인테리어와 파티 테이블에도 강하게 영향을 줄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셀럽들이 로리타 패션을 선보이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어요.



바로크, 로코코 시대의 귀족 영애들이 착용했을 것 같은 헤드 드레스와 장갑, 양산, 풍성한 퍼프소매와 드레스 등이 특징인 이 공주님 스타일, 일명 ‘로리타 패션’. 이 패션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영화가 바로 ‘불량공주 모모코‘입니다. 아일릿의 모카와 유니스의 코토코 모두 로리타 패션을 하고 의상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박한 시골길에 서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는데요, 이는 불량소녀 모모코의 유명한 장면 중 하나입니다. 아마도 이를 오마쥬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종종 이 패션은 이름 때문에 유쾌하지 않은 오해를 받곤 합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한복 속치마만 입어도 무거워서 벗어던지고 싶은데 로리타 패션을 입는 이들은 치마를 더욱 풍성하게 보이게 위해 몇 겹으로 된 페티코트, 파니에를 입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완벽한 착장으로 외출하기 위해 2~3시간은 거뜬히 할애하죠. 이는 보통의 열정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이렇게 주체적인 이들에게 그저 인형이 입을 법한 화려한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이 패션과 이름이 같은 동명의 소설을 이유로 ‘유아 퇴행’이라 말하는 건 여러모로 불합리하게 느껴집니다.


흥미로운 로리타 패션.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이를 ‘풀 착장’ 하기란 보통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트렌드가 되었다는 건 이를 바탕으로 뛰어난 디자이너들이 다양하게 해석하고 변주한 패션템을 만나볼 수 있다는 이야기! 슈슈통 가을/겨울 컬렉션에서는 ‘로코코’ 이름의 어원인 조개 껍데기를 닮은 듯한 화려하고 불규칙한 곡선을 지닌 프릴 스커트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하우스 노웨어와 함께한 콜라보 컬렉션에서도 헤드 드레스를 닮은 넥쿠션을 선보이기도 했죠.

세실리아 반센은 얼마 전 진행된 26 봄/여름 컬렉션에서 피나포 드레스의 스커트 부분을 마치 파니에를 입은 것처럼 가로로 풍성하게 퍼지는 실루엣으로 제작했습니다. 마치 풍성한 컵케이크를 닮은 스커트 라인 역시 로리타 패션의 특징 중 하나죠. 그러면서 어깨의 멜빵, 허리춤의 벨트는 매우 스포티한 무드를 지녔습니다. 일상 속에 달콤함이 필요할 때 디저트를 찾듯이, 달콤한 변화가 필요하다면 이런 웨어러블한 공주 패션에 한 번쯤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요?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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