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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면 딱 좋을 괜찮은 전시 4

2025.09.28이재윤

코끝이 시린 늦가을의 바람과 함께 찾아온 10월의 전시.

물방울의 기원

김창열, ‘무제’, 1969년경, 캔버스에 유채, 20.5×20.7cm.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김창열의 대규모 회고전 <김창열>은 1950년대 앵포르멜 운동을 주도하며 서구 현대미술과 한국적 정서를 접목하는 데에 앞장선 작가를 기리는 자리다. 그는 뉴욕을 거쳐 파리에 정착하기까지 끊임없는 도전과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대표작은 물론, 초기작과 미공개작까지 총 120여 점의 작품을 대거 공개하는 이번 전시는 생애 전반에 걸친 그의 치열했던 창작 여정과 그 사이 피어난 예술 세계를 총망라한다. 특히 작품 세계에 내재된 근원적 미의식을 중심으로 ‘물방울 회화’의 전개 과정을 깊이 있게 다룬다. 전시는 상흔, 현상, 물방울, 회귀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었으며, 이는 작가의 삶의 흐름과 그 궤적을 함께한다. 12월 2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DREAMING UTOPIA

전시 <이불: 1998년 이후> 전경. 사진 전병철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높이 17m에 달하는 거대한 은빛 비행선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20세기 초 체펠린 비행선을 모티프로 제작한 ‘취약할 의향–메탈라이즈드 벌룬’은 기술 발전이 가져온 인류의 멸망과 좌절을 상징한다. 이렇듯 신체와 사회, 인간과 기술, 자연과 문명의 관계 등 다양한 권력의 문제를 폭넓게 탐구해온 작가 이불이 대규모 서베이 전시 <이불: 1998년 이후>를 열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작가가 30여 년간 작업한 조각, 대형 설치, 회화, 드로잉, 모형 등 주요 작품 150여 점이 전시장 곳곳에서 관객을 압도한다. 하나의 예측 불가능한 풍경처럼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가장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2026년 1월 4일까지, 리움미술관

분류 미학

갈라 포라스-김, ‘6 Balanced stones’, 2025, Colored Pencil and Flashe on Paper, 152.4×182.9cm.

런던과 로스앤젤레스를 오가며 활동하는 갈라 포라스-김은 제도적 맥락과 분류 체계 속 유물과 오브제가 수집, 인식, 해석되는 과정을 다학제적 시각으로 살핀다. 특히 미술관이나 박물관 같은 문화기관의 제도적 관행에 주목하는 작가는 개인전 <자연 형태를 담는 조건>을 통해 추상에 대한 고찰과 인간이 자연물에 부여하는 인위적 분류 기준에 관한 탐색을 이어간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하는 ‘신호(Signal)’ 드로잉 연작 5점과 ‘수석’ 드로잉 연작 6점은 끊임없는 고민의 결과다. 작품의 상태와 보존을 위협하는 요소인 습기를 의도적으로 제작 과정에 활용하고, 수석 수집 문화에 관한 기준과 분류 체계를 해체하고 재조합하는 등 독창적 방식을 취했다. 함께 전시된 수석 수집가들의 수석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10월 26일까지, 국제갤러리

SPACE BREAKUP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적군의 언어> 설치 전경. 사진 남서원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적군의 언어> 설치 전경. 사진 남서원

아트선재센터가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로 탈바꿈했다. 인류가 직면한 현재와 미래의 위기 속 다양한 생명체가 맺는 복잡한 관계성에 관심을 쏟는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의 국내 첫 개인전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 적군의 언어>는 미술관 전체에 걸쳐 펼쳐지는 대규모 장소·환경 특정적 프로젝트다. 작가는 미술관을 하나의 불안정하고 야생적인 지형으로 해석하고, 그 안에 자리 잡은 제도적 장치와 구조를 모조리 해체했다. 흙더미로 봉쇄된 출입구와 훤히 드러난 콘크리트 골조, 정보 전달의 기능을 잃은 모니터, 통제되지 않는 전시장의 온습도까지. 이는 제도적 공간과 지구 생태 사이의 경계를 허물기 위한 움직임이다. 2026년 2월 1일까지, 아트선재센터

    사진 출처
    COURTESY OF MMCA, LEEUM MUSEUM OF ART, KUKJE GALLERY, AS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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