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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TLE AMBITION / 로이킴

자신만의 들판을 가꿔가는 로이킴의 성실한 욕망. 

레이스 로브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니트 톱은 렉토(Recto). 새틴 팬츠는 왈라 디자인 랩(Wala Design Lab). 부츠는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니트 톱은 렉토. 팬츠는 왈라 디자인 랩.

스팽글 슬리브리스는 골든구스(Golden Goose). 팬츠는 페라가모(Ferragamo). 에나멜 부츠는 타이거 오브 스웨덴(Tiger Of Sweden). 스카프는 자라(Zara).

슈트 셋업은 구찌(Gucci). 슈즈는 랜덤 아이덴티티(Random Identities).

재킷은 베르사체(Versace). 리본 블라우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팬츠는 왈라 디자인 랩. 부츠는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

파격적인 헤어 콘셉트를 제안했는데, 선뜻 좋다고 했어요. 도전에 열려 있나요?
새로운 걸 시도하는 건 항상 좋아요. 그래도 오늘은 조금 두렵기는 했어요. 이마가 콤플렉스 아닌 콤플렉스라. 하지만 극복했습니다, 오늘!

올해 유독 새로운 뉴스가 많았어요. 그래서 화보 역시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요. 먼저, 13년간 함께한 회사를 떠나 새로운 시작을 했죠?
큰 변화였죠. 데뷔하고 한 번도 회사를 옮긴 적이 없어요. 평생을 ‘내가 어디 가서 뭘 하겠어. 지금 함께하는 사람들과 하는 게 더 중요하지’라는 마인드로 일했어요. 그런데 이제 비로소 어떤 용기가 솟았던 거죠.

어떤 용기였어요?
제 나이와 현재 서 있는 음악적 커리어가 동력이 됐어요. 제게 성공의 척도는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들과 즐겁게 일하는 거예요. 그 꿈을 좇아 일해봐도 망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고, 지금이 아니면 못할 것 같았어요. 그 작은 자신감으로 용기를 냈어요.

퇴사 날은 어땠어요? 13년이면 꽤 몽글몽글했을 것 같은데.
사실, 큰 회사다 보니 입사할 때 있던 분들이 지금까지 있는 경우는 많지 않아서.(웃음) 몽글함보다는 대표님과 식사하며 감사의 마음을 듬뿍 표현할 수 있어 좋았어요. 서로 응원하는 좋은 관계로 이별할 수 있는 것도 큰 축복이니까요.

대표님께 들으니, 얼마 전 드디어 회사명을 ‘들(Deul)’로 정했다고요. 어떤 의미인가요? 
‘함께(Together)’라는 의미가 커요. 목표를 향해 함께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어떤 꽃을 심어도 건강히 자랄 수 있는 들판이 되고 싶은 의미도 있어요. 

한 달 정도 됐죠? 지금까지 이 도전은 만족스러워요?
현재까지는 아주 좋은 선택이다 싶어요. 오랫동안 함께 일한 분들과 같이 있어서 크게 바뀐 건 없지만,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걸 하나씩 이뤄가고 있어요. 한창 으쌰으쌰하는 시기고, 저 역시 파이팅하면서 걸어가야 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어깨가 좀 무거워요?
많이 무겁죠. 저를 위해 일해주는 분들을 챙겨야 하니까요. 당연히 신경은 쓰이고, 그만큼 열심히 해주고 있어서 책임감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몸이 힘들더라도 할 수 있는 건 다 하려고 해요.

그 시작이 유튜브 채널 ‘로이킴상우’였을까요?
많은 것 중 하나죠. 유튜브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2년 넘게 고민했어요.

그러잖아도 공개된 걸 보고 ‘열심히 시동을 걸고 있었구나’ 싶더라고요. 
워낙 많은 연예인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잖아요. 카더가든 형의 ‘카더정원’, 가비 님의 ‘가비 걸’처럼 개인의 매력을 극대화해서 독보적 세계관을 만든 것도 있고요. 저 역시 저만의 세계관이 있는 채널을 만들고 싶어 오래 고민했어요. 

고민 끝에 내린 전략은 뭐였어요?
‘꾸미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일단 찍자’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카메라랑 친해질수록 진짜 제 모습이 나오니까 이것저것 해보는 중이에요.

이미 충분히 친해진 것 같은걸요? 이렇게 과감하게, 모든 걸 보여줄 줄은 몰랐어요.
보여줄 채널이 없었을 뿐, 저를 오래 봐온 분들은 ‘이런 애’라는 걸 짐작했을 거예요.

이미지와 실체가 가까워지는 건 좀 피곤하지 않나요?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고요.
그럴 수 있죠. 하지만 저는 로이킴으로서의 삶과 사적인 삶의 간극이 줄어든 게 오히려 좋아요. 저와 다른 사람인 ‘로이킴’이 존재하는 게 싫었던 것 같아요. ‘차갑다’ ‘말이 없을 것 같다’ ‘날이 서 있을 것 같다’ ‘까칠할 것 같다’는 말을 자주 들었거든요. 실제로 저를 만난 분들은 이런 사람인 줄 몰랐다고 깜짝 놀라요.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채널이 필요했어요. ‘다음에 뭐 할까? 사람들이 좋아하는 포인트가 뭘까?’ 처럼 콘텐츠를 기획하는 게 너무 재미있기도 하고요.

기획자의 면모가 가득하네요.
요즘 세상에 이런 건 생각 안 하면 안 돼요. 아티스트가 알아야죠.

그러다 김상우가 로이킴을 이기면 어떡해요. 최근에도 “김상우 씨 팬이에요”라는 말을 들었다면서요.
진짜 웃겼어요. 조회수와 구독자 수가 올라도 매일 제 삶은 똑같아서, 진짜 많은 사람이 볼까 궁금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신기해요.

로이킴의 꿈과 김상우의 꿈도 달라요?
그렇지는 않아요. 사실 ‘로이킴상우’를 시작한 이유도 로이킴의 음악을 더 알리고 싶어서예요. 로이킴이라는 사람이 어떤 마인드로 살아가고, 어떤 생각을 하길래 이런 음악이 나오는지 솔직하게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어떤 이유로든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제 노래를 찾아 들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결국 진정성으로 향하네요. 최근 이창섭, 추영우, 임영웅 등의 곡을 프로듀싱하며 그 진정성은 증명된 게 아닌가 싶어요. 모두 먼저 의뢰가 들어왔다면서요.
올해 유독 많았어요. 듣고 보니 올해 진짜 이상하네요.(웃음) 먼저 연락을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제 노래는 사실 제가 원작자고, 제 말투로 제가 잘 부를 수 있는 멜로디로 쓰다 보니 다른 분들이 부르기 쉽지 않을 수 있는데, 소화를 다 잘해주셨어요. 제가 부를 때는 녹음하고 마스터링하기 전까지 어련히 상상되는 그림이 있다면, 다른 분들은 상상과 완전히 다른 그림이 나와서 즐거워요. 이렇게 좋은 기회를 통해 음악의 새로운 기쁨을 알게 됐어요.

추영우 씨는 당신 음악의 ‘찐팬’임을 고백했죠. 이럴 때 기분이 어때요?
신기해요. 저도 아직 어린 것 같은데, 누군가의 인생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하니까. 아티스트 대 아티스트로 뭔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도 신기하고요.

13년간 잘 온 거죠 뭘. 곧 신곡 소식도 있던데, 올해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살아요?
솔직히, 더 열심히 할 수 있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살던 때가 고등학생 시절인데, 지금은 그때 그 밀도의 40%도 안 돼요.

풀 액셀을 밟으면 어떻게 일할 것 같아요?
매일 라이브 방송하고, 30분 이상 작사ㆍ작곡하죠. 일주일에 운동도 너덧 개는 하고요. 할 시간도 있고 할 수도 있거든요. 더 할 수 있는데 지금 나태함에 빠진 거예요.

저 자신이 부끄러워지네요. 그래서 이 곡은 어떻게 탄생했어요?
곡의 후렴은 10개월 전쯤 썼고, 마음에 드는 벌스를 찾는 데 오래 걸렸어요. 네 번 정도 바꾼 것 같아요. 제대로 마음에 들게 빠진 건 3개월 전쯤이에요.

꽤 오래 품었군요.
대체로 한 곡을 쓸 때 이 정도의 시간은 걸리는 것 같아요. ‘내게 사랑이 뭐냐고 물어본다면’도 1년 이상 걸렸고, ‘봄이 와도’도 거의 3~4년은 썼어요. 시작을 따지자면 그렇게 되는 거죠. 한 곡을 두고 오래 씨름하는 게 새로운 일은 아니에요. 그렇다고 그 고민과 작업의 시간이 고통스럽지는 않아요. 쉽게 가려면 쉽게 갈 수 있지만, 제 거니까 더 잘하고 싶은 욕망인 거죠.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거니까 숙제처럼 느껴지지 않아요.

그 과정이 재미있어요?
‘재밌다’는 건 너무 납작한 표현이고,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어떤 감정이 있어요. 너무 재미있어서 하는 취미도 아니고, 그렇다고 힘들어서 하기 싫은 일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에 있어요.

일련의 과정 자체가 그냥 ‘삶’이 된 것 같네요.
성격상 부정적 감정을 누구한테 털어놓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딱히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형성된 성격이 그래요. 부정적 감정을 어딘가 분출하지 않으면서 정신상태가 나름 건강하다는 건, 아마 음악을 통해 계속 배출하기 때문인 것 같더라고요. 이제는 떼려야 뗄 수가 없죠.

이번 신곡도 사랑을 이야기하나요?
맞아요. ‘봄이 와도’나 ‘내게 사랑이 뭐냐고 물어본다면’이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였다면, 이번 곡은 마음으로 하는 사랑에 가까워요. 점점 사랑을 믿기 어려운 세상이 되어가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기적은 일어난다는 이야기예요. 사랑에 대해 비관적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응원, 낭만가가 되길 바라요.

로이킴이 이야기하는 사랑은 일상적이면서도 정말 고귀하다는 인상이 강해요. 끊임없이 사랑을 노래하는 이유가 있어요?
세상은 늘 부정이 긍정을 잡아먹으려 하거든요. 정말 아름답고 행복한 사랑을 하는 사람이 분명 있지만, 사랑에 회의적인 사람도 있어요. 그런 비관적 이야기 속에서 내 사랑을 포기해버리지 않으면 좋겠어요. 몇 천 년 전부터 모든 아티스트와 예술이 이야기하는 게 사랑이잖아요. 사랑과 낭만이 사라지는 세상이지만 모두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사랑을 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을 거란 말이죠. 그 욕망에 더 충실하고 용기를 주고 싶어요.

    포토그래퍼
    김민주
    스타일리스트
    이한욱
    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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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크업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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