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에 맞는 재료와 음식에 집중하는 사이, 1년 24절기가 테이블 위로 지난다. 아차 하면 놓치는, 계절의 섬세한 맛.


솔밤
셰프 엄태준
옥수수 모양의 증편과 초당옥수수를 곁들인 캐비아, 단새우와 애호박이 함께한 덕자병어, 장어와 풋마늘 그리고 찰보리…. 하나하나 맛보는 사이 혀끝에 계절이 지난다. 솔밤(Solbam)의 코스에는 항상 한국, 그리고 ‘한국의 계절’이 펼쳐진다. 한국의 식문화와 식재료에 대한 이해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음식은 정갈하면서도 화려하고, 깊으면서도 산뜻하다.
솔밤은 최근 전 세계 126인의 셰프와 소믈리에가 활동하는 ‘돔페리뇽 소사이어티’에 안성재, 임정식, 강민구 셰프의 뒤를 이어 선정되며 서울을 대표하는 파인 다이닝으로 또 한 번 인정받았다. 2023년 처음 미쉐린 별을 획득한 후 3년째 유지 중인 솔밤에 대해 <미쉐린 가이드>는 이렇게 적었다. “셰프 오너 엄태준의 풍부한 경력과 섬세한 감각은 제철 재료와 만나 더욱 빛을 발하며, 눈과 입을 모두 만족시키는 독창적인 요리로 완성된다.”
고향 안동은 셰프 엄태준의 정신이고 뿌리다. ‘솔밤’에는 안동의 소나무 숲이 담겨 있고, 꿈을 안고 그 숲을 거닐던 기억과 유년 시절을 함께한 자연이 배어 있다. 그를 상기하듯 테이블에는 항상 솔방울이 놓인다. “미술관에 다니는 걸 좋아했어요. 그래서 솔밤도 미술관처럼 사유와 맛, 멋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벽도 테이블도 실제로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사용하는 소재로 만들었죠.” 엄태준 셰프의 말처럼 솔밤 곳곳이 그렇게 완성되었다.
“사실 가을 메뉴를 다 짰는데, 여전히 기온이 높아서 아직 내놓지 못했어요. 보통 9월 1일에는 시작했는데, 올해는 9월 15일 정도부터 할 거 같아요. 재료는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그런데 이때쯤이면 여름 재료도 힘을 잃기 시작하거든요. 여름 채소는 햇빛을 많이 받아야 단맛이 나요.” 새로운 계절은 무엇으로 채워질까. “그중 하나는 송이버섯이 될 거예요. 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겨 있죠. 안동에 송이버섯이 많았고, 가을이 되면 아버지께서 송이를 은박지에 싸서 가스레인지에 구워주시곤 했어요. 그걸 숯으로 구현해서 플레이팅할 겁니다.” 가을 그리고 겨울. 엄태준 셰프는 다가올 겨울이 두렵지 않다. “해산물이 맛있어지는 겨울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입니다.” 고요한 소나무의 숲처럼, 솔밤의 시간도 그렇게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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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그래퍼
- 차혜경, 오은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