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에 맞는 재료와 음식에 집중하는 사이, 1년 24절기가 테이블 위로 지난다. 아차 하면 놓치는, 계절의 섬세한 맛.



마나
셰프 이윤경
쇼룸이 즐비한 한남동의 안쪽 골목에는 내추럴 와인과 제철 요리를 선보이는 ‘마나(Mana)’가 있다. 흔한 표현이지만 간판도 없기에 아는 사람만 찾는 곳이다. “지난 주말에 3주년 행사를 했거든요. 처음부터 간판을 달지 않을 생각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3주년 기념으로 이번에는 달아볼까 해요.” 키친과 테이블 사이를 익숙한 걸음으로 빠져나가며 셰프 이윤경이 말했다.
‘#이윤경요리’라는 해시태그로 SNS에 올리곤 헀던 레시피와 에세이를 모은 <이윤경 요리>를 펴낸 후 1주일에 사흘만 문을 여는 마나를 찾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요리를 정식으로 배운 건 아니었지만,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에 책을 읽을 때도 낯선 음식을 항상 상상했어요. 스무 살에 독립했을 때도 놀러 온 친구들에게 음식을 만들어주는 게 재미있었어요. 그런 기억이 지금의 저로 이끈 것 같아요. 오랫동안 있는 메뉴도, 계절에 나오는 메뉴도 돌이켜보면 조금씩 유년 시절의 추억이 담겨 있어요.” 질감이 돋보이는 커다란 도자기 그릇에는 다양한 야생 버섯이 수북하다. 꾀꼬리버섯, 먹버섯, 참싸리버섯 등 시중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재료다.
“다양한 버섯을 우린 물로 찹쌀 리소토를 지어 버섯 가득 넣어 낼 생각이에요.” 책의 부제인 ‘생각 한 알, 계절 한 스푼, 요리 한 그릇’처럼 내추럴 와인과 계절에 어울리는 요리는 마나의 가장 큰 정체성이다. “재료 때문에 계절이 바뀌는 걸 알게 될 때가 많아요. 이 먹버섯도 9월 초에만 잠깐 볼 수 있고, 꾀꼬리버섯도 아주 짧게 나와요. 1~2주뿐이어서 아마 이번 주에만 준비가 될 것 같아요. 그럼 메뉴도 다른 방식으로 바뀌게 돼요.”
제철의 맛은 만드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부지런해야 누릴 수 있다. “강아지가 있어서 매일 산책해요. 저는 계절이 바뀌는 때를 제일 좋아하는데, 어쩌다 보면 여름 끝나고 가을을 빨리 준비해야 할 것 같아서 막 조급해질 때가 있어요. 죽순도 4월 정도 나오기 시작하면, 지난 1년을 못 먹은 거니 빨리 준비하고 싶어서 너무 많이 살 때도 있어요.” 매일 사용하는 재료를 묻자 그는 소금, 지리산에서 나는 견불동 간장, 올리브오일, 빵을 만드는 르방과 누카도코 정도라고. 음식을 만드는 데 쓰는 재료 외에는 늘 달라진다. 이번 가을에는 토란을 크림처럼 사용하고 수수를 넣은 그라탕을 만들 생각이지만, 블루치즈를 첨가하거나 무화과를 넣거나, 음식이 늘 같으리라는 생각은 접어두길. 마음 가는 대로, 이윤경식으로, 하지만 새롭고 맛있게. 그게 마나의 음식이니까.
- 포토그래퍼
- 차혜경, 오은빈

